얇게, 더 얇게, 더! 더! 더! 얇게. 불가리가 요즘 만든 시계를 보면 이런 구호가 들리는 것 같다. 2014년엔 투르비옹, 작년엔 미니트 리피터로 울트라-씬 분야의 세계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올해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워치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을 내놓았으니까. 시계의 두께는 고작 5.15밀리미터. 100원짜리 동전 세 개를 쌓아놓은 정도밖에 안 된다. 또 여기에 사용한 칼리버 BVL 138도 두께 2.23밀리미터. 역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무브먼트다. 이렇게 얇으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망가지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일 뿐. 스틸보다 훨씬 단단하고 가벼운 티타늄으로 만들었으니 안심하고 차도 된다. 파워 리저브는 무려 60시간. 로터는 와인딩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플래티넘으로 만들고, 무브먼트는 코트 드 주네브와 페를라주로 섬세하게 세공했다. 게다가 카리브 해변의 모래처럼 곱게 샌드블라스트 처리한 케이스, 다이얼, 시곗바늘까지 모두 회색으로 통일해 무척 세련돼 보인다. 얇기만 한 게 아니라 기능과 미적인 부분까지 깐깐히 고민했다는 얘기. 이 시계는 혁신에 대한 불가리의 고집 같은 신념을 원 없이 보여준다. 스스로를 첨단으로 몰아붙인 결과물인 것이 틀림 없다.
- 에디터
- 윤응희
- 사진
- COURTESY OF BULG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