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페인 양대 리그의 최고 명문이 6월 4일 격돌한다.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축구 팀이자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은 클럽이다. 그러나 별 중의 별, 챔피언스리그의 우승 트로피는 단 하나뿐이다. 과연 누가 이 대결의 승자가 될까?
스포츠는 약자의 반격을 사랑한다. ‘칼레의 기적’은 2000년 프랑스 4부 아마추어 클럽인 칼레가 프랑스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사건이다. 작년에는 1부 리그 잔류를 목표로 하던 레스터시티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약자는 없다. 골리앗A, 골리앗B, 골리앗C를 넘어서면 또 다른 골리앗이 있을 뿐이다. 챔피언스리그는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인,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축구 클럽이 경쟁하는, 세상에서 가장 수준 높은 플레이를 선보이는 대회다. 한국시각으로 6월 4일 새벽 3시 45분,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올 시즌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단판 승부가 펼쳐진다. 이탈리아 세리에리그의 챔피언 유벤투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당신은 누가 별 중의 별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유벤투스가 이긴다
최강의 수비력 유벤투스는 당최 골을 먹지 않는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치른 12경기(조별리그 6경기 / 16강, 8강, 4강 6경기)에서 실점이 달랑 3골이다. 실점이 없다는 건 최소한 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골만 넣으면 이긴다는 뜻도 된다. 조르지오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는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3백으로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상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이 들 거다.
챔피언의 기운 우승팀에겐 흐름, 기세, 기운, 분위기가 중요하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밀리고 있는 느낌이 아니다. 이기는 데 도가 텄다. 자신의 골 문을 지키다가도 잠시 벌어진 상대의 틈을 정확히 찌른다. 바르셀로나와의 8강 1차전에서 유벤투스는 점유율은 크게 밀리면서도 3-0 완승을 거뒀다. 조별 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계속 이런 식이었다. 막다가 속공! 막다가 속공! 기가 막히다.
POINT. 역사가 될 순간 유벤투스의 수문장인 잔루이지 부폰의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챔피언스리그 도전을 꼭 봐둬야 한다. 부폰은 프로 데뷔 22년 차, 개인 통산 841경기, 올해 불혹의 나이가 된 레전드 오브 레전드다. 그의 빛나는 이력에 빠진 것이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기가 될 확률이 높다. 축구에 관심 없어도 부폰의 위대한 결승전은 꼭 챙겨봤으면 좋겠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긴다
축구의 신,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존재하는 한 레알 마드리드가 이긴다. 호날두는 2012-13시즌부터 프리메라리가 4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빅매치일수록 스타가 차이를 만든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볼프스부르크에 0-2로 패했는데, 2차전에서 합산 스코어 3-2를 만들면서 승패를 뒤집었다. 올 시즌 어려울 거라던 준결승 1차전에서도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그 여섯 골 몽땅 호날두가 넣었다.
결승전의 제왕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레알 마드리드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1955-56시즌(원년)부터 지금까지 결승전만 총 14경기를 치러 11승 3패를 거뒀다. 대회명이 유로피언컵에서 챔피언스리그로 바뀐 1992년 이후로는 5전 전승이다. 3년 전에는 0-1로 뒤지고 있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뒤 연장전에서만 3골을 몰아쳐 4-1 대승을 거뒀다. 심지어 지난해는 승부차기로 우승했다. 레알이 결승전에 나서면 실력도 운도 모두 그들 편이다.
POINT. 역사가 될 순간 호날두도 나이를 먹었다. 그의 실력도 이제 슬슬 정점에서 내려오는 낌새가 보인다. 호날두는 여전히 ‘넘사벽’의 실력을 가졌지만 레알이 기세를 이어가려면 변화는 필연적이고, 그 변화의 첫 걸음이 호날두의 이적이 될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의 패권이 메시에서 네이마르로 이동 중인 것처럼 레알도 호날두의 대체 선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와 호날두가 만드는 영광의 순간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면? 통계, 배경, 역사, 분석, 축구 기자의 식견… 그런 건 모르겠고(어쩌면 이 모두를 통틀어서), 이번에는 유벤투스가 우승한다. 유벤투스에게 우승의 오라가 느껴졌다.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잡는 걸 보고 확신했다.
- 에디터
- 홍재민 (포포투 편집장)
- 사진
-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