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즌2>가 끝났다. 9명의 필자들이 각자 응원했던 소년에 대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는 황민현이다.
황민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파이널 방송 비하인드다. 함께 출연한 뉴이스트 멤버 네 명 중 혼자 ‘워너원’으로 데뷔하게 된 그는 이 영상 속에서 울고, 참고, 그러다 또 울기를 반복한다. 다른 연습생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교환하는 와중에도 귓가가 새빨개진 채 천장만 바라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좋은 방식이든 나쁜 방식이든) 서바이벌 리얼리티쇼가 그려내기 마련인 개인의 성장 서사, 아이돌 그룹의 일체감이라는 판타지, 무엇보다 2012년 데뷔했지만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 전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뉴이스트라는 팀의 역사까지, 모든 것이 황민현의 우는 얼굴 한 컷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물론, 알고 있다. 이것은 단지 사연 많은 눈물이라서가 아니라 황민현의 외모에서 비롯되는 드라마 덕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180cm를 넘는 큰 키, 기다란 목, 뽀얀 피부, 쌍꺼풀 없이 살짝 올라간 눈꼬리, 갸름한 턱선과 적당히 마른 몸. 소리 내어 읽으면 낯간지러울 묘사들이지만 그저 눈에 보이는 특징을 있는 그대로 나열했을 뿐이다. 아주 친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위협적이거나 건방질 것 같지도 않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흔치 않을 비현실적인 묘한 생김새. 판타지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뉴이스트의 명곡 ‘여왕의 기사’에서 황민현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마하켄타 프펠도문”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그가 손가락을 돌리며 주문을 외우는 순간 곧바로 납득하게 된다. “온새미로(곡 ‘Love Paint’)”면 또 어떤가?
흔히 비주얼이 뛰어난 아이돌을 두고 ‘얼굴이 다 했다’라고 표현하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얼굴이 다 하는’ 것만으로는 의외로 인기를 끌 수 없는 게 아이돌 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되, 잘하기도 할 것. 무대에서 애쓰는 모습을 노출하지 말고 여유로울 것.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의 황민현은 그런 까다로운 조건에 꼭 맞는 멤버였다. ‘Sorry, Sorry’에서는 슈트를 날렵하게 소화한 채 보컬뿐 아니라 퍼포먼스 역시 뛰어나다는 걸 증명했고, ‘소나기’나 ‘NEVER’는 뉴이스트의 또 다른 명곡 ‘여보세요’가 그랬듯 황민현의 미성으로 한층 더 감정적인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소위 ‘케미스트리’라고 하는 부분. ‘Sorry, Sorry’ 당시 개개인의 장점을 섬세하게 언급하며 팀을 꾸리거나, 유선호를 비롯해 다른 연습생들과 두루두루 친근하게 지내는 황민현의 태도는 아무리 개인팬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라지만 아이돌 시장에 여전히 남아있는 ‘5-1=0’ 식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어떤 면에서 이상적인 아이돌의 모델에 부합하는 멤버인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직장이고 아이돌을 직장인이라고 한다면, 황민현은 좋은 자질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고 뛰어난 결과를 내는 모범적인 직장인이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야망으로 이글거리지도 않고, 타고난 재능에 기대기만 하지도 않은 채 이것이 나의 일이니 제대로 해내겠다는, 딱 그 정도의 산뜻한 성실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기까지 좀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이 정도의 태도로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꾸준히 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 에디터
- 글 / 황효진(칼럼니스트)
- 사진
- <프로듀스 101 시즌2> 인스타그램 @produce101_official
- 그래픽
-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