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한 벌쯤 갖고 있어야 할 수트. 하지만 어떤 수트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수트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해, 남성 복식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드레익스, 유니페어의 강재영 대표에게 물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수트의 법칙이 있다면? 재킷의 단추는 저마다 잠그는 위치가 다르다. 쓰리 버튼 재킷은 가운데 단추를, 투 버튼 수트는 윗 단추를 잠근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역시 상단 혹은 하단의 단추 하나만 잠근다. 자리에 앉을 때는 재킷의 단추를 푸는 게 매너다.
셔츠를 입는 데도 법칙이 있을까? 수트와 셔츠의 소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가령, 울 수트에는 포플린 셔츠를, 트위드 혹은 플란넬 수트에는 옥스포드 셔츠를 입는다. 수트와 셔츠에는 동일한 패턴의 디자인을 선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프 수트에는 스트라이프 셔츠를, 체크 수트에는 체크 셔츠를 입지 않는다. 흔히 알려진, 소매를 재킷보다 1.5 센티미터 정도 더 길게 내는 건 꼭 지켜야할 법칙은 아니다.
팬츠의 밑단은 어떻게 처리할까? 수트 팬츠의 밑단 처리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이 없다. 턴 업을 하건 하지 않건, 그건 순전히 개인의 취향 문제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턴 업의 폭은 약 4.5 ~ 5 센티미터다. 과거에는 발등을 덮는 정도의 길이가 법칙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길게 혹은 짧게 입기도 한다.
수트를 입을 때 타이를 꼭 매야 할까? 한여름의 시어서커 소재나 한겨울의 코듀로이처럼 캐주얼한 소재의 수트가 아니라면, 수트 차림에는 가급적 타이를 맨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자리라면, 터틀넥을 입어도 좋다.
최근 유행하는 수트의 스타일은? 수트를 즐겨 입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최근 클래식한 고급 비스포크의 수트가 전 세계적인 인기다. 과거의 수트를 입는 패턴과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 고지라인(라펠과 칼라의 접합 부분)이 낮고 품이 넉넉한 재킷과, 플리츠(바지 앞 부분의 주름)이 있고 밑위가 긴 팬츠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요즘 유행하는 원단이 있다면? 가을, 겨울에는 그레이와 네이비 플란넬과 다양한 색깔이 뒤섞인 트위드를 많이 입는다. 유행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많이 입는 색과 소재다. 봄, 여름에는 원사의 갯수에 따라 붙는 명칭인 ‘3 플라이’ 혹은 ‘4 플라이’ 원단을 많이 입는다. 세가닥 네가닥의 원사를 꼬아서 만든 실로 원단을 짜니 짜임이 성글게 되고 짜인 원단의 느낌이 눈에 잘 드러나게 되어 단색이어도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성글게 짜여진 만큼, 통풍도 잘 돼 여름철 수트의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예전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원단이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요즘은 뻣뻣하고 무거워도 수트의 실루엣을 잘 살려주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소재를 선호한다.
맞춤 수트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사람들은 맞춤 테일러 숍에 가면 머릿속에 상상하는 수트를 그대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테일러는 저마다 스타일이 있다. 때문에 테일러가 추구하는 패턴과 이미지가 내가 원하는 수트와 부합하는지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취향의 이유로 나의 체형과 옷의 균형을 무시한 디테일 변경(테일러가 진행하지 않는 세부 장식을 첨가하는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기성 수트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기성 수트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옷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체형에 정확하게 맞을 확률이 굉장히 낮다. 따라서 디테일보다는 수트 전체의 균형감와 소재, 이미지를 보고 고르는 게 좋다. 그리고 입었을 때 그 수트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치수를 고른다. 무엇보다 편히 입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지금, 서울에서 수트를 말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은? 전병하 테일러의 사르토리아 나폴레타나 인 서울(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7길 12 , 2층 / 02-790-5155)이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영국과 이탈리아 곳곳의 유명 맞춤 테일러 숍을 다니며 수트를 맞추면 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폴리에서 5년간 테일러링을 배우고 돌아온 전병하 테일러는 나폴리 스타일을 자신의 관점으로 개선한 수트를 만든다. 처음에는 좀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 번 입어보면 편안한 착용감과 특유의 실루엣에 반할 수밖에 없다.
- 에디터
- 장승호
- 도움말
- 강재영(드레익스, 유니페어 대표)
- 일러스트레이터
- 노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