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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셰프의 이태원 ‘모수 서울’

2018.01.04손기은

서울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열 군데를 골랐다. 햇살이 길게 늘어질 때까지 앉아 점심을 먹고, 주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저녁을 먹었다.

모수 서울 이태원의 좁은 골목 한가운데, 매끈한 건물이 하나 생겼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가 보이고 한쪽엔 억새가 일렁인다. 안성재 셰프(왼쪽 사진)가 만든 ‘모수 서울’의 첫인사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모수’가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고 건네는 인사. 안성재 셰프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프렌치 런드리’와 ‘베누’의 주방을 거쳐 2015년에 ‘모수’를 열었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에 미쉐린 별 하나를 따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낸 뒤 2017년 10월, 마침내 ‘모수’를 서울로 옮겨왔다. 미식가들의 환호가 팡파르처럼 울렸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공간이다. “편안하지 않은데 좋은 식사라 할 수 있을까요?” 안성재 셰프의 이런 생각은 널찍한 테이블 간격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파인 다이닝의 정교한 음식과 섬세한 맛을 안락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과한 테이블 세팅이나 장식을 가능한 배제했다. 그는 요리에서도 ‘덜어냄’으로 균형을 맞춘다. ‘컨템포러리 아시안 퀴진’을 표방하기엔 중식, 일식, 한식 등 여러 지역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없이 단아하다. 좋은 재료에 최선의 기술을 더할 뿐이라는 그의 요리는 잘 만든 시계처럼 작지만 정교하다. 매일 저녁 이 주방에서 어떤 음식이 탄생하는지 작은 초침을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관찰하고 싶어진다. 사진 속은 현미 크래커 위에 흰새우살, 고추장 소스, 노른자, 새우 파우더를 얹은 요리와 샴페인과 캐비어의 조합을 살짝 비틀어 낸 작지만 힘 있는 요리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45
전화번호: 02-793-5995
웹사이트: @mosuseoul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프리랜서 에디터
    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