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다는 말로는 알 수 없는 게 있다. 차은우는 자기 자신을 더 알고 싶다.
자기가 잘생겼다는 거, 알죠? 저요? 아니, 사실 잘 몰라요.
아침에 거울 안 봐요? 아침에 거울 보면 부었고, 야식 먹고 잔 날은 더 부었고, 자고 일어나면 부스스하고, 눈곱도 떼야 하고….
사람들이 차은우를 보면 다 잘생겼다고 하는데도? 물론 그런 말씀들 듣기 좋지만,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많이 안 해요.
출연한 예능들을 보면 같은 아이돌들도 감탄하고, 지나가던 외국인들마저 말 한번 붙여보려고 애쓰던데요. 이 정도로 만인의 호감을 사는 삶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거든요. 사실 제가 그런 거에 둔감한 편이에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니면 나중에 사람들이 한 얘기를 전해주는데 그때서야 “아 그래? 그랬던 거였어?” 해요.
자기만 자기 잘생긴 거 모르는 전설 속 멋진 선배 같은 건가요? 남 의식 안 하는? 하하하.
오히려 외모 때문에 편견을 갖고 대하는 사람도 있 었겠죠? 당연히 있죠. 없게 하려고 노력해요. 날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거, 싫잖아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먼저 말도 붙이고 안부 인사도 건네면서 성격을 바꾸려 노력했어요. 부모님이 저를 키우시면서 항상 하신 말씀이 있어요. “네가 오히려 더 해야 한다.” 사람들이 네게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니까 항상 네가 먼저 해야 한다고요. 칭찬도 잘 안 해주시고, 절 굉장히 엄하게 키우셨어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도취되지 않은 건가요? 어릴 적에 어머니가 집 안 곳곳에 빨간 글씨로 명언들을 붙여놨었어요. 침대맡, 전화기 옆 이런 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와 “너 자신을 알라”. 이 말들은 지금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기도 해요.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게 뭘까요? 각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못 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걸 잘 아는 거예요.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드러내지 않아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겠죠. 못 하는 데도 계속 하는 건 답답하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스스로한테 엄청 냉정한 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저는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는 모범생이었어요. 그런데 연습생이 되니까 완전히 다른 세상인 거예요. 과거의 저는 연예인에 관심이 없어서 춤, 노래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전까진 사람들에게 인정과 칭찬만 받다가 “너 춤 못 춰, 노래 못 해, 연기 못 해”라는 혹독한 평에 부딪히고 꼴등이 되니까…. 그때는 매일 울었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혹독하게 연습하면서 저 자신을 냉정하게 보기 시작했어요.
칭찬받고 사랑받고 모든 걸 잘하던 차은우의 세계가 완전히 변한 기점이었겠군요. 그렇죠. 한번 무너졌던 거죠. 그러면서 단단해진 것 같아요.
왜 모두에게 사랑받던 안전한 울타리를 빠져나왔던 거예요? 공부를 잘했고, 연예계에 관심도 없었는데?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생각해보지 않는 분야라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연락이 계속 오는 거예요. 어느 날 공부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그냥 엄마랑 서울 데이트나 해보자 하고 기획사에 갔어요. 춤, 노래, 연기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그런데 된 거죠. 이 일이 주는 어떤 짜릿함이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앞에 나가 발표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게 무대에 서는 즐거움하고 비슷했던 것 같아요.
방송 나갈 때마다 출연자들을 공부하듯 조사해오는 걸 보면, 모범생 기질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예능 같은 데 나가서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오면 얼마나 부끄러워요. 안 그러려고 출연자들 자료 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갔어요. 낯도 가리고 재미있게 말도 못 하니 단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 거죠.
준비가 철저하게 안 되면 불안해지고? 그렇죠. 되게 방어적이에요. 안 좋은 점이 보이는 걸 두려워한다고 해야 하나. 오해받는 것도요. 나약한 소리 같지만, 직업 특성상 말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해명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될 때가 많죠. 그럴 때 마음이 아파요. 답답한 걸 안 좋아해서 풀 건 풀어야 하거든요.
그럼 어떤 식으로 마음을 푸나요? 이야기해야 해요. 당사자에게 못 하더라도요. 다행히 제가 인복이 있어요. 매니저 형, 중학교 때 친구 두 명, 가족….
영화잡지 <씨네21>에 쓴 ‘내 인생의 영화’ <레인맨> 원고에서 두 살 차이 남동생을 굉장히 애틋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보통 그 또래 형제들은 티격태격하는데. 연습생으로 숙소 생활을 시작했을 때, 환경이 바뀌니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거든요. 동생도 타지로 유학 가게 되니 마음이 쓰였던 것 같아요. 제가 겪은 걸 동생도 겪을까 봐. 얼마나 힘들지를 아니까 얘를 보내는 게 맞나 생각도 많이 했고, 결국 보내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중국에 있는 동생도, 저도 잘 해나가길 바라고 있죠.
올해 차은우는 한 단계 도약했죠.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예능에서도 활발히 얼굴을 비췄죠. 그 시절 엄하던 어머니도 이젠 칭찬해주시나요? 이전과는 뭐가 달라졌어요?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죠. 극을 이끌어나가는 무게감과 책임감도 배우고. 주변 지인들이 “너 요즘 지하철에서도 보이고, 나잇대 있으신 분들도 아시더라”고 얘기해주면 그때야 뭔가가 달라졌다는 걸 실감해요. 가족들을 오랫동안 못 보다가 최근 잠깐 얼굴을 봤는데,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아들 얼굴이 매일 TV에서도 보이고, 백화점에서도 보이고,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달린 조그만 화면에서는 제가 영상으로 인사를 해준다고요. 출근할 때마다 아들이 인사해준다고 좋아해주시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너 자신을 알라”가 가장 중요한 말이라고 했죠. 차은우는 자신을 아나요? 대충은 알지만, 다 안다고는 못 하겠어요. 그냥…, 되게 까다로운 사람인 거 같아요. 너무 어려운 사람이에요.
어떤 면에서요? 맞는 거 같다가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요. 잡생각도, 걱정도 많고. 팔랑귀라 주변 사람들 말에도 내가 이런가, 저런가 혼돈도 생기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느낌.
다들 일생에 걸쳐 그 오차를 줄여나가는 거죠. 남들이 보는 나와 자신이 생각하는 내가 일치하는 편이에요? 시행착오 중인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예전에는 다들 저를 그저 모범적인 친구, 마냥 착하고 재미없고 FM 대로만 하는 친구라고들 표현하셨어요. 그때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거든요. 아니, 예전에도 그렇게까진 아니었고. 어, 이건 내가 아닌데, 싶은 것도 많았지만, 이제 연차가 쌓여가고 하루하루 제 모습이 더 비춰지면서 진짜 제가 보이기 시작할 거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화보는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과는 굉장히 색다른, 처음 해보는 콘셉트라 너무 즐거웠어요.
모범생처럼 단정한 화보는 아니었죠. 그룹에서 각자 역할이 있는데, 전 항상 옷도 딱 단정하고, 셔츠 끝까지 단추를 잠그는 이미지를 맡았거든요. 전 그런 이미지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게 내 모습이 아닌데, 너무 국한되는 것 같았죠.
그럼 오늘은 어떤 느낌으로 찍었어요? 음, 연인과 헤어지고 상실감을 느낀 지 2년쯤 된 사진작가가 된 기분으로? 연기하듯 몰입했던 것 같아요. 좀 자유로운 느낌이라 좋았어요. 단추도 많이 오픈하고. 하하하.
전교 3등, 학생회장 출신, 이런 말이 꼬리표로 붙을 때도 마음속엔 일탈의 욕구가 있었군요? 네. 지금은 그냥, 차차 알게 되겠지, 차차 보여주면 되지,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부터 다 보여주면 재미없잖아요. 그리고 저도 떳떳하지 못한 게, 예전에는 진짜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공부 못 하거든요. 지금은 못 해요!
그럼 이제 차은우는 재미있는 사람인가요? 재미있는 건 아니라도, 재미없진 않다. 하하하.
술은 좀 해요? 아직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셔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와인 한 병 정도는 마셔요. 취하면 말이 많아져요. 했던 말 또 하고. 막 툭툭 치면서 엉기고. 요즘 화이트 와인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겨울이니까, 조개찜 같은 거랑 먹으면 딱이겠네요.
입이 짧을 것 같은데, 먹는 얘기하니까 눈이 반짝반짝하네요? 저 많이 먹어요. 먹는 거 좋아해요.
또 뭐 좋아해요? 자격증을 서른 개나 따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던데, 욕심이 많아요? 완전요. 저 욕심쟁이예요. 운동도 좋아하고, 언어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다음 달엔 일본어 자격증 시험 봐요. 요즘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제일 따고 싶고요.
욕심 많은 차은우의 신년 목표는 뭔가요? 내년은 좀 달라요. 오히려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신중해지고, 무거워졌으면. 미래에 대해,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에요. 내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었으면 해요.
- 에디터
- 안주현(패션), 이지훈(패션), 이예지(피처)
- 포토그래퍼
- 목나정
- 스타일리스트
- 이혜영
- 헤어
- 이소연
- 메이크업
- 강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