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포터의 프레젠테이션이 서울 패션 위크 기간에 열렸다. 그곳에서 콘텐츠 디렉터 아담 웰치를 만났다.
미스터 포터의 ‘더 저널’을 즐겨 본다. 매주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아주 바쁘겠다. 과정이 궁금하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회의를 한다. 시의성이 있는 소재, 그것과 상관없이 끌고 갈 기획 등을 논의한다. 웃음이 터진 아이템이라면 무조건 채택한다.‘더 저널’에선 유머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서. 아이템을 정한 후엔 촬영을 하고, 이미지도 찾고, 일러스트레이션 발주를 한다. 일주일에 4~5개 정도의 스토리를 찍는다. 물론 영상도.
가장 최근 기사는 뭔가? 랄프 로렌 캡슐 컬렉션에 대한 기사, 그리고 월슬리(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의 유명한 레스토랑)에 대한 스토리. 이 레스토랑에서 티 폿, 접시, 유리잔 같은 식기를 팔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우아하고 고전적이다.
맞다. ‘더 저널’을 보면서 패션뿐 아니라 음식, 여행, 책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남자를 상상하며 만드나? 삶의 모든 부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취향을 갖고자 하는 남자. 중요한 건 이들이 아주 바쁘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헛수고를 하지 않도록, 한 번에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곳에서 자고, 멋진 걸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주제가 무엇이든 ‘더 저널’의 콘텐츠엔 일관된 목소리가 있다. 미스터 포터만의 뉘앙스를 드러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키워드라면 친근함, 유머, 따뜻함. 여기에 약간 무뚝뚝한 영국식 감성을 더한다.
‘미스터 포터 다운’ 콘텐츠 제작도 중요하지만 판매와 직결되는 콘텐츠의 비중도 커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조율하나? 솔직히 말해, 우린 세일즈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편집 기사가 광고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게 내겐 굉장히 중요한 명제다. 그래서 상품을 직접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하우투’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물건을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 옷을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지 알려주려 한다.
독창성과 판매, 둘 다 괜찮았다고 생각한 기사가 있나? 이니시 맨(Inis Meáin)이란 니트 브랜드의 프로젝트. 올해 만든 것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취재 기사와 필름으로 구성했는데, 마케팅과 관련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세일즈에 영향을 줄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결국 올라갔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니시 맨?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이니시 맨은 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이다. 주민은 100명 정도. 거기 같은 이름의 아이리시 니트 웨어 브랜드가 있는데,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피셔맨 스웨터 같은 걸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마음이 동해서 그 섬에 갔다. 며칠 머무르며 거기서 자란 여성들이 오래된 일본 직조 기계로 니트 웨어를 제작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세상과 떨어진 외딴 섬에서 정직한 방식으로 현대적인 스타일의 스웨터가 완성되는 과정. 개인적으론 너무 흥미로웠다.
‘더 저널’엔 리얼 피플의 인터뷰가 유독 많다. 어떻게 매번 멋지고 신선한 인물을 찾아내나? 디지털과 인맥의 뒤범벅이랄까. 말하자면 친구의 친구의 친구, 파티에서 만난 사람, 패션 필드 혹은 전혀 다른 직종의 지인에게 추천 받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과 인스타그램 서치를 병행한다.
미스터 포터에 시계 섹션이 생겼다. 이와 관련한 콘텐츠는 어떤 방향으로 만드나? 시계 콘텐츠의 중심을 잡는 것이 올해 큰 목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만든 게 ‘럭셔리 워치 가이드’. 시계는 패션 아이템과 달리 좀 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컬렉터를 찾아 그들이 자신의 시계 컬렉션에 대해 얘기하는 정직한 스토리를 시리즈로 만들고 있다. 한편으론 상세한 시계 가이드를 만든다.
<원더랜드>라는 오프라인 매거진의 에디터로 일했다. 종이 매체와 온라인 매체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디지털에선 하나의 콘텐츠가 여러 채널의 독자에게 닿아야 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주제를 여러 포멧으로 흥미롭게 변형해야 한다.
시간이 날 땐 뭘 하며 지내나? 책 읽고, 러닝하고, 파티에 가거나 펍에 간다.
제일 좋아하는 런던 펍은 어딘가? 펍의 포인트는 젠 체하지 않고, 느슨하게 있어도 된다는 것. 소호에 있는 ‘더 코치 앤 호지스’에 자주 간다. 항상 붐비는 오래된 펍이다. 잘하면 유명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다.
미스터 포터에서 준비 중인 야심 찬 프로젝트가 있다면? 크리스마스 시리즈. 기프트 가이드를 매년 공들여 준비한다. 음.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아직 공개할 수 없어 아쉽다. 계속 지켜봐 달라. 기대해도 좋다.
아담 웰치가 추천하는 미스터 포터의 흥미로운 아이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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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안주현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