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되기, 쉽다고들 하지만 쉽진 않다. 활발히 활동 중인 9인의 유튜버가 밝히는 사소하고도 결정적인 26가지 비기.
발 없는 새
편집은 눈보다 빠르게 하라 현대의 상업 영화는 관객의 눈을 현혹하기 위해 빠른 편집을 추구한다. 콘텐츠 역시 특별한 목적과 의도가 있지 않은 다음에야, 잠시도 쉬지 않아야 하는 게 당연지사. 유튜브에서는 빠르면 30초, 느려도 1분 안에 콘텐츠의 성패가 갈린다. ‘청각 정보(멘트)’에는 여유를 두되, ‘시각 정보(영상과 자막)’는 끊임없이 제공해야 시청자를 자신의 영상에 붙잡아둘 수 있다.
관객의 눈으로 보라 영화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다면 꼭 기억하자. 당신은 평론가가 아니다. 영화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박학다식한 지식을 얼마나 보유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보편적인 시청자의 눈으로 영화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때도, 복잡한 문장이나 어려운 용어는 피하고 반드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게 좋다.
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만끽하자 유튜브의 수익은 어디까지나 시청자에 의해 결정된다. 부작용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기존의 매체에 ‘언론의 자유’는 있어도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는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유튜브라서 가능한 최고의 콘텐츠다. 예컨대 리뷰하면서 광고주의 눈치 따위 보지 않아도 되니 시청자의 가려운 부분을 맘껏 긁어줄 수 있다는 걸 100퍼센트 활용하자.
김유라
박막례 할머니 손녀, 유튜브 크리에이터
첫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자 유튜브 시장은 동네 시장과 다르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채널이 열리고 이미 볼거리 넘치는 유튜브 시장에 ‘오픈빨’이란 없다. 첫 시작부터 ‘대박’ 날 거란 기대는 접어두자. 당신의 채널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그로’성 제목이 만들어준 가짜 조회수보다 “이 채널 꽤 재밌다!”라고 진정성 있게 홍보해 줄 단 한 명의 팬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런 경로로 당신 채널에 방문한 사람들을 진짜로 구독하게 만드는 것. 지나가는 조회수보다 결국 당신의 콘텐츠가 탄탄해야 하는 이유다. 첫 영상의 조회수 집착은 결국 뜬구름일 뿐이다.
대도서관
내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시그니처 콘텐츠를 만들어라 유튜브를 만드는 건 맛집을 만드는 것과 같다. 돈이 덜 들 뿐, 시간과 노력은 그만큼 든다. 사람들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대표 메뉴를 먹으려고 줄을 선다. 채널의 캐릭터, 가치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니처 콘텐츠를 준비하자.
일주일에 최소 2번, 약속한 시간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라 가장 주력하는 시그니처 콘텐츠와 힘을 덜 들여서 찍는 서브 콘텐츠를 나눠, 일주일에 최소 2~3번 업데이트해라. 이틀에 한 번씩은 올리는 게 좋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 개 이상은 무조건 올려야 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할 때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를 제일 먼저 보는 이유는 거기에 바로 지금의 동시적인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수급되기 때문이다. 영상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채널은 미심쩍은 채널이 되기 마련이다. 업로드 시간 약속을 지켜 구독자의 신뢰를 얻자. 유튜브는 예약 업로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에 한 개 이상 너무 자주 업데이트하는 건 조회수를 낮추는 길이다.
끼나 스타성보다는 철저한 사전 기획이 중요하다 1인 미디어는 생방송과 녹화 방송 두 가지로 나누어서 접근해야 한다. 아프리카, 트위치 같은 생방송 플랫폼에선 스타성이 더 중요하다. 즉, 쉬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녹화 방송인 유튜브는 말을 못 해도 편집으로 속도감을 살릴 수 있다. 물론 편집보다 중요한 건 기획력이다. 유튜브에서의 기획력은 떠오르는 이슈를 자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탤런트 서경석이 부른 에드윌 광고 노래가 인기를 끈다. 그렇다면 이 노래를 어떻게 내 방식대로 풀 수 있을까? 노래하는 유튜버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러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접근이다. 하지만 자기 영역만 도전할 것이 아니라, ‘먹방’이나 ASMR 유튜버로서도 그 콘텐츠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시도해봐야 한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보를 찾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용해 보여주는 것. 유튜버의 능력이 판가름 나는 지점이다.
타깃을 명확하게 선정하고 접근하라 내 채널에 어떤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싶은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여기에 닭이라는 재료가 있다. 10대를 끌어들이고 싶은데 백숙을 준비해서야 되겠나? 이슈를 잘 캐치하는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타깃팅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끌어들일 수 있는 타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돈과 조회수보다 중요한 건 퍼스널 브랜딩이다 앞으로는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가 될 것이다. 내 이름을 미디어화하는 것, 곧 ‘나 자신의 브랜드화’다. 소속된 단체보다 개인의 브랜드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유튜브를 시작할 땐 당장 주목받으려는 생각으로 자극적이기만 한 콘텐츠를 게시하는 경우가 많다. 조회수는 올라갈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길이다. 조회수가 수입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외부 광고를 수주하려면 결국 중요한 건 채널의 이미지와 신뢰도다. 유튜브 재생 전 5초 광고는 경매를 붙여 가장 높게 부른 광고가 붙는다. 자극적이고 유해하기만 한 채널이라면 조회수가 높은들 누가 그 경매에 뛰어들겠는가?
아리는 고양이 내가 주인
수입과 관심 없이도 1년 이상 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라 전성기 전 <무한도전>은 수차례의 폐지 위기를 겪었고, 과거 <라디오스타>는 <무릎팍 도사> 뒤에 10분 나오면 많이 나오는 코너였다. 기회는 올 수 있다.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면 말이다. 남들이 뭐라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할 수 있는 심지가 우선이다. 유튜브는 누적형 플랫폼으로, 첫 방송에 당장 반응이 오지 않더라도 나중에 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고양이는 바꿀 수 없다. 나는 조금 바꿀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고양이의 행동을 요구하는 대로 완벽히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이 팁을 당장 치워버리고 영상을 찍어 올려라.(미리 당신의 100만 구독자를 축하드린다.) 어쨌든 현실의 고양이는 당신의 뜻대로 반응하거나 움직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은 가능하다. 고양이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와 반응에서 재미있는 점을 찾아 그 점을 보여주도록 하자. 어차피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귀엽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애써 보여주지 않아도 드러난다 너무 뻔한가?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반려동물 콘텐츠를 만드는 이에겐 가장 첫 번째로 필요한 덕목이다. 영상을 찍기 위해 동물과 사는 사람과, 동물을 좋아해서 영상을 찍는 사람을 시청자들은 직관적으로 구분해낸다. 너무 많은 걸 하려 하지 마라. 당신이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만으로도 즐거워하고 흐뭇해하며 볼 사람은 많다.
Suggi
남다른 편곡을 활용해라 음악이나 커버 콘텐츠로 시선을 끌기 위해선 최대한 원곡에서 벗어나는 게 유리하다. 원곡과 똑같이 부르면 커버를 굳이 들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중적이고 유명한 곡을 자기만의 장르로 재해석하자.
영상을 재생해야 음악이 들리는 플랫폼인 걸 명심할 것 결국 유튜브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가 아닌 동영상 사이트다. 영상 퀄리티가 떨어지면 좋은 음악마저 별로로 보이게 한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오래 들을 수 있게 하려면 영상이 지겨워지지 않아야 하는 것도 필수다. 센스 있는 자막, 오프닝 타이틀 등을 신경 써서 제작하자.
구독자의 라디오가 되자 노래하는 유튜버로 알려지면, 댓글로 어떤 노래를 커버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올 거다. 여기서 명심할 것. 음악 콘텐츠는 다른 크리에이터들과는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대중적인 곡 커버로 자신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그 요청들에 응하자. 핫한 노래를 커버하되, 독특한 편곡과 창법으로 눈에 띄는 거다.
도로시
레퍼런스를 최대한 많이 봐라 콘텐츠는 맨땅에서 생기지 않는다. 내가 ‘먹방’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이미 ‘먹방’은 포화 상태였다. 후발 주자가 유리한 점이라면, 수많은 레퍼런스를 통해 만반의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것.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부터 해외, 그러니까 태국, 베트남, 중동까지 ‘먹방’ 콘텐츠라면 뭐든 끝없이 봤다. 유명한 유튜버만 보는 게 아니라 초보 유튜버 콘텐츠도 보며 감각을 익히자.
단순한 걸 단순하지 않게 만들어라 ‘먹방’에서 중요한 건 음식 간의 조합이다. 대중적인 음식을 메인으로, 독특한 식재료를 곁들여 재미를 준다. 난 오늘 불족발에 고기를 싸 먹는 베트남 음식 반호이를 곁들였다. 색다른 조합을 찾아, 단순한 걸 단순하지 않게 만든다. 평소 식료품점, 재래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살피자. 특히 해외 재래시장은 보물창고다.
즐길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라 나는 오전에 촬영하는데, 아침에 눈떴을 때 제일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그때 찍으면 본능적으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규칙적으로 촬영하고, ‘먹방’을 즐긴 후엔 편집하면서도 스트레칭하자.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소화시키는 것이다. 먹는 걸 즐기는 것, 그리고 자기관리는 ‘먹방’ 유튜버의 덕목이다.
허팝
소통하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채널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눈은 당신보다 날카롭다. 꾸준히 업로드하면 구독자들이 “이건 고쳐주세요”라며 구체적 조언을 보내올 것이고, 그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댓글 뿐 아니라 채널 카페를 개설하거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피드백을 살필 수 있으니 어디서든 소통하자.
비됴클라스
대단한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다. 다만, 필수적인 장비는 있다 유튜브를 하는 데 좋은 장비는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숱하게 들어왔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옛말이 괜히 있겠는가. 실제로 잘 나가는 유튜버들을 보면 대단한 장비를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다만, 과한 장비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아닌 다음에야 기본 장비를 고르는 안목은 있어야 한다. 콘텐츠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카메라와 마이크만큼은 특히 그렇다. 컴퓨터 녹음용 콘덴서 마이크로는 인프라소닉 UFO 블랙 에디션, 카메라 장착용 Vlog 특화 마이크로는 Rode Videomicro 정도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비다.
과감하게 편집하라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어색하다. 4년차 유튜버인 나도 인사만 서너번 찍는다. 입문 유튜버의 영상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은 ‘음…’, ‘어…’ 라며 뜸을 들이는 모습이다. 프로 유튜버라고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편집 과정에서 이런 순간들을 말끔히 제거한다. 공들여 만든 영상을 1분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편집할수록 결과는 좋다.
작업 시간을 줄여라 1분짜리 간단한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도 긴 시간과 공이 든다. 훌륭한 기획으로 촬영했더라도, 편집에 시간을 들일수록 진이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첫째, Ctrl 키를 누르며 클립의 모서리를 조절한다. 그냥 드래그하면 트랙에 빈 구간이 생겨 다시 다른 클립을 끌어와서 빈 공간을 메워야 한다. 이 번거로운 작업을 Ctrl 키를 누르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둘째, Q 키 W 키를 이용해 클립을 자른다. 타임 바를 기준으로 클립의 왼쪽은 Q 키, 오른쪽은 W 키로 자른다. 클립을 자르고 없앨 때 생기는 빈 공간도 옆에 있는 클립들이 자동으로 당겨져 메워진다. 셋째, Alt + Backspace 키로 클립을 삭제한다. 이렇게 하면 삭제하며 생긴 빈 공간을 옆 클립들이 당겨져 메워준다. 편집 시간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며 질리지 않고 편집할 수 있다. 이것이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할 수 있는 길이다.
도티
중요한 건 영상을 클릭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보게 하는 것이다 유튜브는 사람이 영상을 큐레이션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 시스템에 따라 추천 영상을 노출한다. 이 알고리즘에서 가장 결정적인 건, 조회수가 아닌 시청 시간이다. 즉, ‘구독자가 얼마나 오래 시청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자극적인 섬네일로 클릭을 유도해 ‘낚시’한다면, 조회수가 높더라도 유튜브는 해당 영상을 나쁜 콘텐츠로 판단해 노출하지 않는다. 결국 휘발되고 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를 오래 시청하게 만드는 방법은? 당연히 끝까지 볼 가치가 있는 양질의 콘텐츠다. 5년 전에 업로드한 영상이 지금까지도 조회수가 오르는 게 유튜브다. 긴 생명력을 가진 채널이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숫자의 노예가 되지 마라 유튜브는 실시간으로 트래픽, 조회수, 구독자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 숫자 정보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숫자들을 올리는 데만 목숨을 걸면 요란한 빈 수레가 된다. 즐겁게 콘텐츠를 만들어 스스로의 보람부터 찾자. 결과는 따라오는 거다.
결국은 장기전이다 유튜브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플랫폼이 아니다. 하루하루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박’이 아니라 ‘소박’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자기만의 개성, 팬덤을 천천히 확보해나가자. 유튜브는 누적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영상을 쌓아가다 보면 스노볼을 굴리듯 성장해 있을 거다.
시청 습관을 만들어라 과거 많은 이가 매주 토요일 6시를 <무한도전>을 보는 시간으로 기억했듯, 일정한 업로드로 구독자들이 무슨 요일 몇 시에 신규 영상을 올리는 채널인지 기억하게 한다.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첫 번째다.
-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