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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다 다시 만나도 정말 괜찮을까?

2019.02.22GQ

재결합 커플의 결말은? 한 결혼 정보회사의 설문 결과 재결합 커플은 평균 7개월 만에 또 헤어진다고 한다. 물론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결국은 똑같은 이유로 또 싸울 걸…”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재결합은 깨진 그릇을 붙이는 것 같다’고 말할 때 그냥 웃어넘겼는데 겪어보니 그 말이 정답이다. 싸움이 잦아져서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니 별일도 아닌 일로 끝낸 것 같아 다시 만났다.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런데 다시 사귀면서 불쑥 ‘아! 이래서 우리가 깨졌었지’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에서 불덩어리가 올라왔다. 헤어지기 전에 5번 참고 얘기할 일이라면 재결합 후에는 3번도 못 참게 된다. 다시 사귀기로 했으면 과거의 잘못은 훌훌 털고 가는 게 맞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특별할 것 같았던 우리의 재결합도 다른 연인들처럼 같은 일로 또 싸우고, 화해하고, 서로 지겨워하다가 깨졌다. – 김민준(회사원)

“전 여자친구와 전 전 여자친구를 동시에…”
헤어졌던 남자친구에게 1년 만에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못 잊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1년 전과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고, 헤어지고 나서도 나를 계속 그리워했다고 고백해 다시 만나게 됐다. 그렇게 전처럼 평범한 연인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재결합한 지 일주일 만에 연락이 뜸해지는 게 아닌가? 이상한 촉이 들어서 캐물어 보니 ‘전 전 여자친구’와도 나처럼 연락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연락을 안 받아야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얼굴이 너무 얄미웠지만 ‘전 전 여자친구’와 정리한 뒤에 다시 연락하라고 차분하게 설득했다. 남자친구는 생각해보고 답을 주겠다고 하고는 잠적을 하더라.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는 친구의 말을 새겨들었어야 했다. – 유민서(대학원생)

“헤어진 동안 다른 사람 만났어?”
여자친구와 나는 장거리 연애를 하다 헤어졌고,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나를 만날 때마다 떨어져 있는 5개월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났냐? 얼마나 깊은 사이였냐?” 꼬치꼬치 물어봤다. 헤어지고 나서 힘들어서 소개팅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났었는데 왠지 솔직히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숨겼더니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되었다. 결국 헤어져 있는 동안 만난 여자들 얘기를 다 털어놓게 됐고 여자친구는 데이트 때마다 그 여자들과 비교하면서 서운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로 기분 나쁜 주제를 왜 자꾸 꺼내는지… 결국 또 헤어졌다. – 이주원(취업 준비생)

“지금은 행복한데 언제 또 헤어질지 모르잖아”
재결합 후 얼마간은 연애 초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한쪽이 큰 잘못은 한 게 아니라 둘 다 바빠지는 시기에 서로 소홀해져서 헤어졌기 때문에 다시 만난 후엔 그 전의 서운한 감정도 사라졌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서로 무던히도 노력했다. 다시 돌아온 여자친구가 고마워서 관계를 잘 지켜나가고 싶었는데 행복하면서도 마음 한 쪽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자 친구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굳이 괜찮은 척 하지 말고 위태로운 마음이 들 때마다 대화로 풀자고 먼저 말을 했는데 나는 그게 부담스러웠다. 잘 지내다가도 불쑥 언제 다시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상처주는 말을 아끼려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시시껄렁한 농담만 주고받는 사이가 돼 버렸다. 서로를 너무 배려하면서 눈치를 보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거다. 슬프게도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 강준우(카페 운영)

“친구들이랑 내 뒷담화하고 다녔더라?”
헤어진 남자친구를 내가 다시 붙잡았다. 그런데 우연히 핸드폰을 보다가 친구들 단톡방에서 내 뒷말이 오간 걸 발견했다. 헤어진 직후에 남자친구를 달래주려고 했던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깎아내리진 말았어야지. 단톡방엔 “소개팅이나 받아라”, “걘 결혼 감은 절대 아니야!”, “원래 좋은 성격도 아니잖아” 등등 대화 내내 나를 비하하는 말들이 오갔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남자친구도 친구들의 대화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단 사실이었다. 사귀는 내내 친구들과 나를 평가하고 뒷담화가 이어졌을 거란 생각에 천 년의 사랑도 단숨에 식고 말았다. 그 뒤론 아무리 남자친구와 잘 지내보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 서지유(프리랜스 디자이너)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고 죄인은 아니잖아…”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가 내가 먼저 다시 사귀자고 했다. 그게 잘못이었다. 헤어져 있는 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여자친구는 재결합하자마자 ‘갑질’을 시작했다.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데 당장 오라고 하질 않나, 무리한 요구를 하질 않나 매 순간 사랑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쉽게 헤어지잔 말을 꺼낸 죄책감을 느끼고 믿음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여자친구에게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내 참을성도 바닥을 드러냈다. 내가 붙잡아서 만나긴 하는데 이건 연애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직장상사를 모시는 기분이었다.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했잖아. 찼잖아.” 하는 통에 싸움은 시작도 못 했다. 결국 다 식은 껍데기만 붙잡고 있는 비참한 기분만 느끼다 다시 헤어졌다. – 이선우(회사원)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