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신 얼굴론 – 배우 임시완의 유약한 얼굴

2019.04.24GQ

도경수, 박정민, 임시완, 류준열, 이제훈. 지금 가장 뜨거운 남자 배우들의 얼굴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세 번째는 임시완이다. 임시완의 하얗고 선 고운 얼굴은 얼핏 보면 유약하게 느껴져 보는 이의 경계심을 쉽게 무너뜨린다.

직접적이지만 그만큼 적확한 등장이었다. 임시완의 배우 데뷔작 <해를 품은 달>은, 등 뒤로 후광이 비치는 존재, 외모·학문·인품이 모두 빼어나 모세가 홍해 가르듯 사람들이 길을 터주는 존재로 그를 묘사했다. 임시완은 그냥 잘생긴 게 아니었다. “남녀노소 신분 고하를 불문하고 마성의 선비인 그에게 빠져든다”는 만화적 설명까지 납득시키는 루키였다. 모난 데 없이 청명한 얼굴은 몇 년이 지나도, 그가 군대에 간 후에도 힘을 발휘했다. 그의 생활관 동기가 이성 친구에게 “시완이 형은 오늘도 잘생겼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매일 보냈다는 일화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물론 기복 없이 잘생긴 호감형 마스크가 곧장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의 얼굴이 가진 캐릭터 확장성을 검증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해를 품은 달>로부터 두 달 남짓 후 임시완은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악역 이장일(이준혁)의 아역을 연기했는데, 각목으로 친구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바다에 빠뜨리는 모습이 묘하게 어울린다고 ‘아름다운 개X끼’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애를 기대해>에서 연애 경험 없고 흔하게 생긴 남자로, <트라이앵글>에서 냉소적이고 여성 혐오증 의심까지 받는 재벌가 입양아로 바지런히 변신하던 그의 행보는 미더웠다. 임시완은 어떤 캐릭터로 분해 어떤 감정을 보여주든 그것이 진짜라고 믿게 하는 단호한 눈을 갖고 있다. 하얗고 선 고운 얼굴은 얼핏 보면 유약하게 느껴져 보는 이의 경계심을 쉽게 무너뜨린다. 또한, 그의 다부진 눈빛에 한번 시선을 주면 어느새 그가 보여주는 몸짓과 대사에 설득당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첫인상에 안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 폭을 넓혀 온 임시완은 자신만의 유연성을 획득해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의 두 캐릭터, <변호인>의 진우와 <미생>의 장그래는 즉각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평면적인 약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체중을 50kg까지 감량해 만든 <변호인>의 진우나 일부러 헐렁한 양복을 입어 비정규직의 위축된 상황을 보여준 <미생>의 장그래 모두 깡마른 신체가 주는 처연함이 있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단단한 청춘이라는 전제가 붙어 입체적으로 보였다.

혹자는 그를 두고 큰 체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우로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캐릭터를 소거하다 보면 이런 유의 우려에 근원적인 물음표가 붙는다. 전형적인 마초성을 과시하거나 큰 체구의 남성이 작은 체구의 여성을 지켜주는 시대착오적 투샷 정도가 배제될 텐데, 넘치게 많이 보아온 그림이라 굳이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는 증명이 그에게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역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임시완을 의외의 장소에 활용한 사례는, 작품적으로도 신선했다. “작은 몸으로 인해 아역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를 받던 그가 회사원이 되면 <미생>이 나오고, “거친 영화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편견을 듣던 그가 누아르에 편입하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이 만들어진다. 특히 <불한당>의 조현수 캐릭터는 특기할 만하다. 단순 부피보다 밀도를 강조한 타격 스타일은 임시완이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다. 몸을 건장하게 키운 남자는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며, 흔하지 않은 그림이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욱하고 맥주병을 집어 드는 병갑(김희원)을 테이블 위 권총으로 제압하고는 “형, 근데 이거 진짜 총이에요?” 라고 호기롭게 묻던 그는 결국 수컷들의 장르를 비극적인 로맨스로 이끌었다.

임시완을 차별화된 차세대 배우로 만드는 핵심도 이곳에서 기인한다. 기존 틀에 의해 그의 예외성이라 치부되는 지점은 오히려 상상력의 밑거름으로 작용해 장르에 창의성을 더한다. 거기에 실재를 확신케 하는 그의 눈빛이 더해져 어떤 캐릭터든 ‘말이 되게’ 한다. 게다가 시대는 그가 굳이 선배 그룹이 만든 남성성의 이미지를 좇지 않아도 괜찮게끔 흘러간다. 누군가의 계승보다는 세대교체란 키워드가 적합한 임시완은 지난달 제대해 벌써 두 편의 차기작을 예정하고 있다. 임시완이라는 변수가 단지 개인의 성과를 넘어 더 넓은 결괏값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영화계도 지금보다 흥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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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글 / 임수연( 기자)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