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우리가 이길 거야.” 손흥민은 포효했다. 토트넘의 새로운 홈구장에서 첫 골을 터뜨렸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이젠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로 작정한, 놀랍도록 빛나는 이 선수.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득점 후, “You Know What? We’re Gonna Win”이라고 외쳤어요.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골을 넣은 후, 말하고 싶어졌죠. 즉흥적으로 나온 거예요. 항상 믿고 응원 해주시는 팬들에게 승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토트넘은 잠깐 부진을 겪었지만, 새 홈구장에서 첫 골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반전됐어요. 맨시티와의 8강전에서도 승리했습니다. 놀라운 활약이었어요. 새 홈구장으로 온 후, 저희 팀 기세가 상당히 좋아졌어요. 좋은 기운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부상자가 많아 걱정이지만, 사실 이건 어느 팀이나 항상 하는 걱정이죠. 남은 리그 일정 동안 이 기세를 몰아 4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승리하는 데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를 거라고 생각해요.
맨시티와 리벤지 매치에서 보란 듯 골을 터뜨려 팀을 승리로 이끈 기분은 어떤가요? 제가 골을 넣은 것도 좋지만,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더 좋아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 승리에 만족하지 않으려고요.
4월 18일에 다시 맨시티와 맞붙죠? 케인이 부상을 입어 18일 경기에 함께하지 못하게 돼서 리스크가 커졌어요.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됐죠. 1차전 승리는 다 잊고, 신중한 자세로 2차전을 준비할 겁니다.
맨시티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유벤투스와 맞붙어 손흥민 선수가 평소 존경한다고 말해온 호날두와 경기를 치를 수도 있겠네요. 호날두 같은 선수와 경기를 뛴다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일일 거예요. 하지만 위대한 선수가 있는 팀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어요. 매 경기를 철저하게 대비하고 집중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는 얼마 전 콜럼비아, 볼리비아와의 A매치를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9경기의 A매치 만에 반가운 골이 터졌죠.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컸어요. 동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에 골을 넣을 수 있었네요. 무엇보다 국민들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골 세리머니로 카메라에 대고 키스했고, 이어 주장 완장에 키스하는 멋진 세리모니를 보여줬습니다. 쇼맨십까지 훌륭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매치 9경기 만에 골을 넣어서 너무 기뻤고, 그동안 저를 믿어준 동료들과 감독님, 그리고 코칭 스태프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즉흥적으로 표현했어요. 미리 준비해둔 건 아녜요. 하하.
당시 콜럼비아의 경기 매너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필드에서 화내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상대 선수를 향해 말을 쏟아내는 듯한 제스처를 한 게 화제가 됐죠. 무슨 뜻이었나요? 경기가 끝난 후에도 상대 측 선수가 계속 항의를 하더라고요. “경기 후에 말이 많다”라는 제스처였습니다. 별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었고요.
최전방 공격수로 풀타임을 뛰었습니다. 벤투호가 너무 손흥민 선수에게 의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벤투 감독님 체제하에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너무 의지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신다면, 전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뛰겠다”고 하겠습니다.
소속팀 경기와 월드컵,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 이어 평가전까지 병행하는 강행군이 이어졌죠. 국가대표로 잦은 차출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진 않나요? 그럴 때마다 토트넘 팬들은 걱정이 많던데요. 많은 팬분들이 걱정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데 감사드려요. 하지만 저는 행복하게 경기에 뛰고 있어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절 필요로 해주시는 곳이 많다는 얘기니까요. 그저 제가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최상의 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눈에 점이 있네요. 네. 저한텐 특별한 점이죠. 어머님이 날 때부터 주신 거니까요.
눈에 점이 있으면 눈물이 많다고 하잖아요. 운동장에 들어가면 감정이 표현 많아지는 같아요. 밖에서는 차분한데, 유독 운동장 안에서는 격하게 감정 표현을 하게 되네요. 하하.
잘 웃고 잘 웁니다. 환하게 웃거나 펑펑 우는 얼굴이 화제가 되기도 하죠. 평소에도 감정을 숨기지 않는 편인가요? 네. 전 그런 부끄러움이 없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게 상대나 팬들에게도 좋은 거 같아요. 저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즐거울 땐 그 즐거움을 공유해서 다른 사람들도 즐겁고, 제가 슬퍼할 땐 다른 사람들이 같이 슬퍼해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잖아요.
<플래닛 풋볼>에서 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 받는 선수로 손흥민 선수를 뽑았더라고요. 어떤 감독, 어떤 팀에서도 사랑 받죠. 왜 그런 것 같아요? 항상 웃으려고 노력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사람들이 제 웃는 모습을 좋아해주더라고요. 제가 웃어서, 다른 사람들도 웃을 수 있다는 얘길 들을 수 있으면 행복해요. 운동장에서 같이 있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동료들도 그런 부분을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동료별로 수많은 핸드 셰이크들은 어떻게 만들었어요? 단순한 핸드 셰이크로도 팀의 분위기를 밝게 바꿀 수 있어요. 만나서 여러 번 연습하다 보니, 각 선수의 스타일대로 다양한 핸드 셰이크가 만들어졌죠. 팀 동료들 간의 유대관계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계속하고 있어요.
토트넘 데스크 라인에서 누구와 가장 친한가요? 다 친해서 한 명을 꼽기 어렵네요.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뿐 아니라 많은 선수와 친해요. 쉬는 날이면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쇼핑하러 가요.
어떻게 이렇게 해외 선수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어요? 일단, 축구는 몸으로 부딪치는 스포츠잖아요. 그러다 보면 금방 친해져요. 그리고 언어적으로도 얘기가 통하다보니 사소한 장난도 치면서 친해지죠. 해외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감독님과 선수들마다 각각 개성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라고 생각하고, 즐거움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친해졌죠.
선수에게 재능만큼이나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할까요? 사실 저희 같은 운동선수에겐 재능이 정말 중요하죠. 성공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고요. 하지만 재능만으론 안 돼요. 이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단단한 멘탈이 정말로 많이 필요해요. 어떤 선수에게 이 만큼의 재능이 있어도 노력을 안 하면 요만큼 밖에 안 되는 선수가 되겠죠. 하지만 그 선수가 좋은 마음가짐으로 노력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데까지 성장할 수 있어요. 저한텐 그런 마음가짐이 축구만큼 중요해요.
손흥민 선수를 이루는 가장 큰 요소는 뭘까요? 타고난 재능? 꾸준한 노력? 단단한 멘탈?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손흥민이 생각하는 손흥민 선수는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요? 전 이게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축구요. 은퇴는 가능한 오래오래 미루고 싶어요. 젊은 시절 엄청난 폼을 선보이는 선수들은 많지만, 저는 그보다 꾸준한 폼을 오랫동안 선보이는 선수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경기장에서 뛸 거예요.
결혼은 은퇴 후에 하겠다고 선언했죠? 네. 결혼을 하면 가정이 1순위, 축구가 2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에겐 지금 축구가 1순위예요. 그리고 이 레벨에서 뛸 수 있는 날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만큼은 정말 축구에만 올인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 가정에 집중할 수 있어지면 그때 결혼하려고요.
한창 빛나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전성기는 지금일까요? 아직 오지 않았을까요? 전성기를 언급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아요. 하하. 지금이 전성기가 아닐 수 있도록,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은퇴 후에 평가를 받겠죠.
손흥민 선수가 지금 이 자리까지 달려오게 한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 같나요? 축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 가족들과 팬들이 절 믿어주잖아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저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려고 해요.
경기장 안에서의 손흥민과 밖에서의 손흥민은 다른 점이 있나요? 국가 대표팀에선 주장으로서 큰 책임을 지고 있고, 클럽에선 주전 공격수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입장이지만, 경기장 밖에선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에요.
게임 피파온라인을 할 때 어떤 선수로 플레이해요? 여러 팀을 섞어서 모든 선수를 다 써 봐요. 음, 제 캐릭터는 안 써요. 저로 플레이하면 자꾸 이상한 걸 시도해보고, 꼭 골을 넣으려고 끝도 없이 욕심을 내서요. 하하하.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나나, 신혜지 피처 에디터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최영빈
- 스타일리스트
- 이혜영
- 헤어
- 이일정
- 메이크업
- 강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