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난리다. 칸 영화제에서 최초 상영 후, 페드로 알모도바르,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과 함께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취재진에게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고 영어, 불어, 한국어로 편지를 띄운 봉준호 감독의 정성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다들 입을 모아 ‘봉준호 영화 중 최고’라는 호평을 쏟아내는 중이다. 5월 30일 국내 개봉 전까지 우선 칸 현지 후기를 보며 급한 궁금증을 식혀보자. *스포일러는 없다.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다”
– 크리스티앙 쥰 (칸 영화제 부 집행위원장)
“라이프스타일 날치기의 소름 끼치는 침공… 마치 <다운튼 애비>의 현대판처럼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을 다룬 기괴한 블랙 코미디다. 기생충이 덩굴손처럼 뻗어온다.”
– 피터 브래드쇼 (영국 <가디언> 영화 평론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게 미안하다. 맹렬한 내러티브와 완벽하게 계획된 정교함 때문에 봉준호 감독에게 (내 마음속으로) 황금종려상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이고, 가차 없고, 웃기고, 무섭고, 분명하고, 똑똑한 걸작!”
– 메흐디 오마이스 (프랑스 <콘비니 프랑스>, <르 파리지앵 위켄드> 영화 기자)
“봉준호 감독이, ‘인간이 영화 속 유일한 괴물’인 어두운 가족 소극을 들고 칸에 돌아왔다.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부유하고 수치심 없는 삶의 방식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공상과학적이거나 우화 같은 전작보다 좀 더 사실적으로 접근해 자본주의와 계층의 부당한 본성을 비판한다.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
– 스테판 돌턴 (미국 <헐리우드 리포터> 기자)
“봉준호 감독은 폭발 직전인 사회 불평등, 직업 불안정, 계급 관계의 폭력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분명 정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에 충실하면서도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 내려오는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의 맥을 잇고 있다.”
– 마태 마셰렛 (프랑스 <르 몽드> 기자)
“영화 제작자들은 진지한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 냉철한 정신으로, 일정한 형식에 맞춰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하지만 봉준호는 반대다. <기생충>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주는 즐거움, 유려한 카메라 워크, 세련된 이미지, 배꼽잡는 웃음이 충만하다. 감독은 어떤 방향으로든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숙련된 감독이기 때문에 어떤 스윙이든 항상 연결된다.”
– 벤 크롤 (미국 <더랩> 기자)
“<기생충>에 이르러 우리는 더 이상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기존에 있던 분류 체계에 껴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 데이비드 에이를리히 (미국 <인디와이어> 기자)
“단일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이 장르 변주의 신은 코미디, 호러, 드라마, 사회 비판, 슬래셔, 괴수 영화, 살인 미스터리, 채식주의 성명서 같은 단계를 밟아왔다. <기생충> 또한 이 리스트의 절반 이상을 오간다. 하지만 우리가 봐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최고의 경지로 돌아왔다.”
– 제시카 컁 (미국 <버라이어티> 기자)
“봉준호 감독은 혼란스러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훌륭한 촬영과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괴물> 이후로 봉준호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 브렌트 랭 (미국 <버라이어티> 편집장)
“끔찍하게 지속되는 사회적 풍자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악몽이 이어진다. 봉준호 감독은 엄격한 사실적 문체와 철저한 객관화로 유명한 루이스 부뉴엘 감독과 배우를 통제하길 즐기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특징을 기꺼이 차용한다”
– 조나단 롬니 (영국 <스크린 데일리> 기자)
“<기생충>에 나오는 이야기는 곧 우리의 현실이다.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유머, 인간성과 부조리의 영악한 조화, 마지막 타락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스릴, 눈이 즐거운 현대적 건축미,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사회경제 비판.”
– 루크 힉스 (프리랜스 영화 기자)
“<기생충>의 꾸불꾸불하게 뒤틀린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영화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곧 우리의 속을 긁어놓는다.”
– 제이슨 코베르 (토론토 영화 비평가 협회 회원)
“숨바꼭질이 빠르게 진행되던 희극은 무섭도록 창조적인 유혈 사태로 진입한다. 물론 전쟁터는 박사장의 집이다.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로 물어버리는 작품이다.”
– 로비 콜린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영화 평론가)
“봉준호 감독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괴물>과 <설국열차>에 뭔가 새로운 게 더해졌다. 보는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영화였다.”
– 엘레나 폴라키 (베니스 영화제 프로그래머)
“거장다운 아슬아슬한 영화적 줄타기를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강렬한 스릴러가 잘 조화된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이다. 칸 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이 웃고 긴장하면서 본 영화는 오랜만이다.”
– 폴란드 배급사 구텍 필름 관계자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