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갑자기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TMI 질문들이 있다. 애인 유무, 몸무게 증가 여부, 시술 여부 등등. 각자 일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점심시간이나 티타임에 들이닥치는 TMI 질문에 흔들림 없이 받아치는 방법.
Q. 애인 있어요?
A. 없다고 하면 누구 소개 시켜준다고 하거나 빨리 누굴 만나야한다고 강요하거나. 있다고 하면 주말에 뭐했냐,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이러나 저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TMI 질문을 피할 수 없단 뜻이다. 그럴 땐 차라리 좀 이상한 포지션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나는 사람이야 늘 있죠. 하지만 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보헤미안이거든요.” 질문을 던진 사람이 약간 황당해하며 바라보는 눈빛을 피해 먼 곳을 응시해보자. 진지하게.
Q.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A. ‘애인 있어요?’와 다르게 ‘이상형 질문’은 덥썩 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순진한 마음으로 정말 내 이상형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려고 했다면, 아직 사회 생활을 경험치가 덜 쌓인 상태다. 때가 덜 탔다는 얘기다. 역시 이상형에 맞는 누군가를 소개시켜주려는 선한 의도로 질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그래서 네가 애인이 없는 거야’를 돌려 말하고 싶어서일 확률이 높다. 팀 점심 자리나 회식 자리에서 “저 친구 눈이 엄청 높더라고” 라는 빈정거림을 듣기 싫다면 최대한 간단히 대답해라. “사람다운 사람이 좋습니다” 정도로.
Q. 살 좀 찐 거 같은데요?
A. 마음 같아선 “너땜에 스트레스 받아서 부었다” 라고 받아치고 싶겠지만 참아야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녀불문하고 몸매나 몸무게 얘기하는 사람들, 없을 거 같지만 반드시 있다. 이럴 땐 인기 유투버 ‘흑자헬스’의 몸에 관한 명언을 인용할 것. “남은 인생 멸치로 사느니 눈 먼 ‘근돼(근육 돼지)’로 살겠습니다.” 라며 살이 아닌 근육량이 늘었음을 어필하라.
Q. 얼굴이 좀 바뀐 거 같은데? 뭐했어요?
A. 올 것이 왔다. 아니, 비밀로 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네방네 시술 후기를 뿌리고 다닐 일도 아니지 않은가. 굳이 사람들 다 있는 자리에서 ‘얼굴 변형설’을 들이미는 자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다. 내 입에서 성형 혹은 시술 자백을 바라는 것이다. 그럴 때 일수록 당당하게 대꾸하라. “그런 질문 왜 하시죠? 제가 오늘 근사해보여서 묻는거라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대화는 사절한다.
Q. 이 옷 어디서 샀어요?
A.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해야하는 회사 사람과 스타일마저 비슷해지는 건 정말 최악이다. 주말 동안 즐겁게 쇼핑한 결과물을 입고 갔을 때, 칭찬까지는 괜찮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얼마 주고 샀는지 묻는 건 따라할 확률이 높은 TMI 질문에 가까우므로 회피하는 것이 맞다. 이럴 땐 웃으면서 “그냥 웹서핑하다가 인쇼(인터넷 쇼핑)로 대충 산 거에요. 브랜드가 있던가?” 정도로 답한다. 정말 최악의 경우 옷 상표를 까뒤집어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땐 확실히 몸을 피하면서 아무 말 없이 노려본다. ‘너 지금 엄청 무례해’라는 무언의 눈빛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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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