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서 곱슬머리 덕후 더스틴으로 활약한 게이튼 마타라조와 함께 아이스크림으로 시작해 아이스크림으로 끝나는 인터뷰를 해봤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 올해 엄청나게 뜨거운 여름을 보냈으니까.
메로나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라고요? 네, 저희 동네 교구의 목사님이 한국 분이어서 한국 과자와 한국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곤 하셨어요. 메로나가 특히 맛있더라고요.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포스터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한 번의 여름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One Summer Can Change Everything).” 당신의 인생을 가장 많이 바꾼 여름은 언제인가요? 아마도 <기묘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2016년 여름인 것 같아요. 2016년 7월 15일인가 그럴 거예요. 이 드라마가 나온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죠. 언젠가 어른이 돼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내가 너무 일찍 변한 것 같아’라고 회고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순 없어요. 앞으로 나아가야죠.
<기묘한 이야기>와 관련, 가장 좋아하는 점은 뭔가요?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제작자들의 능력요. 물론 대본이 있지만 제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이끌어갈 수 있게 해줘요. 제가 자라면서 캐릭터도 성장했어요. 그렇게 열려 있고 자유로운 환경의 일부가 된다는 건 큰 영광이에요. 일단 하고 싶은 대로 도전해보고 우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죠.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서 곱슬머리 꼬마 덕후 더스틴의 엄청난 모험에 다들 웃고 울었어요. 러시아인과 괴물을 물리치느라 고생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신이 있나요? ‘The NeverEnding Story’ 노래 장면요. 지금껏 찍은 것 중 가장 웃긴 신이었어요. 그 신을 찍고 나서 모두 다 저에게로 왔고 우린 서로를 안아줬어요. 너무 멋졌어요. 그리고 촬영장을 떠나면서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어요. 그날 밤만큼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더스틴도 한발 더 앞으로 나갔죠. 이제 스스로 자신을 이끌 줄 아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유명한 건 어떤 느낌인가요? 전 사교적인 사람이에요. 엄청 시끄럽고요. 이건 가족 내력이에요.(옆에서 엄마가 “난 아냐, 너희 아버지가 시끄럽지”라고 말한다.) 네, 아빠가 아주 시끄럽죠. 하하. 근데 모순적이게도, 이렇게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건 즐기지 않아요. 어떨 때는 사진 찍히는 게 행복한데, 어떤 날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럴 땐 기분이 안 좋죠. 왜냐면 사람들이 제가 이 일에 대해 감사하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저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만 때론 두렵죠. 그 모든 일은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거거든요.
파파라치도 만나나요? 가끔 만나요. 그래도 파파라치와 저의 관계는 긍정적인 편이에요. 사람들은 그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파파라치들이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는 거죠. 가끔 그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약간 미안하기도 해요.
그래도 좋은 점도 있겠죠? 저는 제 유명세를 ‘CCD 스마일스’라는 재단을 만드는 데 사용했어요. CCD(Cleidocranial Dysplasia)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저도 그 병을 앓고 있어요. 뼈의 성장이 더딘 병이에요. 이 병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재단을 키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많은 사람에게 유전적인 병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해요. 사람들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많은 돈(의료비)을 내게 할 수는 없어요. 이 병이 제게 한계를 주기도 했지만 새로운 문을 열어주기도 했죠. 물론 많은 역할을 거절당하기도 했지만요.
사춘기는 겪지 않았나요? 전 빨리 자랐고 빨리 성장을 멈췄어요. 그래서 이렇게 키가 작죠. 사춘기를 크게 겪지 않았어요. 과거에도 이 성격 그대로였어요. 아,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네요. 스웨덴의 놀이공원에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적이 있었어요.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었는데, 제가 멍을 때리고 있었나 봐요. 갑자기 주위가 희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몸은 얼얼했고요.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뭔가 두려움의 감정이었어요.
지금껏 겪은 가장 ‘기묘한 일’이 있다면 뭔가요? 그때 당시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중엔 엄청난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사건인데요,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친구들이랑 호수 근처로 놀러 갔을 때예요. 미끄럼틀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나이 든 여자가 갑자기 물속에서 나와 저에게 다가왔어요. 정말로 물속에서 나왔다니까요! <기묘한 이야기>를 찍기도 전인 열두 살인가 열세 살 때였어요. 저한테 오더니 제 손을 좀 보자는 거예요. 그러곤 말했어요. “넌 강한 사람이고 언젠가 그걸 보여주게 될 거야.” 할머니가 얘기해주신 헝가리 집시 같은 건가 싶었어요. 왜 어떤 사람들은 영적으로 좀 더 예민하잖아요. 어쨌든 그 얘기가 제 머리를 강타했죠. 제가 신체적으로 강하진 않으니 뭔가 다른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말 덕에 제가 더 강해질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연기한 경험, 기억나요? 아홉 살 때 브로드웨이에서 <프리실라>의 벤자민을 연기한 거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끔찍하네요. 호주 악센트를 써야 했거든요. 처음 몇 주 동안은 포인트를 집어서 열심히 잘했는데, 9개월이 지나 끝나갈 때 즈음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막 아무렇게나 했어요. 하하. 형편없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때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좋았어요.
연기를 해서 좋은 점은 또 뭔가요? 사람들은 많은 감정을 숨기고 살아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우울 같은 감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아요.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눌 때, 다른 사람을 잃었을 때와 같은 순간에 불쑥 그런 감정이 튀어나오기도 하죠. 그런 감정이 다른 사람들과 우리를 더 가까워지게도 해요.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기도 하고요. 최근에 어떤 학생이 연출한 연극 <워터프론트>에 참여했어요. 전 영화 속에서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테리를 맡았어요. 큰 규모는 아니었어요. 하룻밤 동안 준비했고, 교회에서 80명의 관객 앞에서 선보였어요. 근데 연기하는 동안 그 캐릭터와 너무 연결돼서 대사를 외우는 게 방해가 될 정도였어요. 내가 하고 있는 게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 그게 제 캐릭터의 주된 테마였거든요. 사람들은 그를 계속 밀어붙이고 그에게는 회의, 후회, 자기 혐오 같은 감정이 밀려와요. 연극을 하는 동안 저도 그런 감정을 겪었어요. 제가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는 느낌이었어요. 제 안 깊숙이 잠가놓았던 것들을 내보내는 기분이었어요. 전 가끔 어린 시절 우리가 놀이를 했던 순간을 떠올려봐요. 용과 싸우는 왕자가 됐다가, 마법사가 됐다가, 군인이 됐다가, 뱃사람이 되기도 했어요. 그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거였어요. 이제 우린 두려움과 슬픔뿐 아니라 사랑과 행복, 기쁨, 어리석음도 참아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순간 많은 사람이 웃기다고, 미쳤다고 말하겠죠. 사람들이 배우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데도 그런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연기뿐만 아니라 록 밴드 ‘Work In Progress’에서 보컬도 맡고 있죠. 어떻게 시작한 건가요? 처음엔 제 남동생과 걔 친구 매트 둘이었어요. 걔네가 집 근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는데 기타가 없다고 해서 우리 친구 채드랑 걔 친구 그리핀을 불렀죠. 그러곤 보컬이 없다며 갑자기 저한테 노래를 해달라는 거예요. 근데 알고 보니 여자 노래여서 음역대가 너무 높은 거예요. 그래서 누나를 불렀죠. 키보드가 필요해서 매트가 또 자기 형 AJ를 불렀어요. 뭐 어쩌라고 식이었죠. 우리가 지금 밴드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할 정도예요. 저희 8월에 투어도 한답니다.
왜 이름이 ‘Work In Progress(진행 중)’죠? 글쎄요, 저한테 묻지 마세요. 하하. 제가 고른 이름이 아니거든요. 전 ‘Exit 58’이라는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사는 동네 이름이라서 엄청 쿨하다고 생각했는데, 안 됐어요. 다들 “네가 아니라고 할 것만 같은 이름이잖아!”라고 말하더라고요. 누군가가 ‘Work In Progress’라고 했고, 다들 하이파이브를 하더라고요. 유치하지만 이 이름도 재밌는 것 같아요. 이름보다 뭘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기묘한 이야기>와 관련된 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왔어요. 업사이드 다운 레고, 업사이드 다운 와퍼, 리바이스 청바지, 나이키 신발 등등요. 그중 가장 갖고 싶은 건 뭔가요? 무조건 레고 세트요! “유명해졌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만약 레고 세트를 갖게 된다면 그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와, 내가 레고를 갖다니, 이건 정말 쩐다’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리고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싶어요. 엄청 맛있대요. 아이스크림 맛이 ‘일레븐스 헤븐(Eleven’s Heaven)’이라니 너무 쿨한 이름 아닌가요?
더스틴으로 새로운 맛 아이스크림 이름을 지어본다면요? 와, 이거 어렵네요. 휴대 전화 번호 알려주면 제가 나중에 문자 보낼게요. 아, ‘더스틴의 백팩(Dustin’s Backpack)’ 어때요? 아무래도 배스킨라빈스랑 얘기 좀 해봐야겠네요.
- 에디터
- 나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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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혜
- 스타일리스트
- 박지영
- 헤어 & 메이크업
- 박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