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현실의 남친룩

2019.08.01GQ

모든 남자들이 매일 완벽히 차려입고 다닐 수는 없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힘껏 멋 부리는 남자’보다 ‘멋 모르는 너드’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은근히 호감을 사는 현실 남친룩을 새롭게 정리했다.

1 어딘가 부족한 룩
만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다 헤어져도, 아무 기억도 남지 않는 무색 무취의 옷차림이 있다. 어쩐지 덧칠을 하고 싶어지는 흰 캔버스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 <건축학개론>의 ‘승민’(이제훈 분)이 딱 그렇다. 몸에 너무 딱 맞게 사서 빨래 몇번 돌리니 조금 작아진듯한 긴 팔 피케 셔츠는 뭐라도 좀 걸쳐 입히고 싶은 맘이 든다. 반면 가을에 입는 체크 셔츠와 겨울에 입는 스웨터 등 가지고 있는 옷을 총 망라한 ‘환절기 코디’는 뭘 하나 벗겨야 할 것 같고. 어설프고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그런 것쯤은 상대가 채워주고 싶게 만드는 룩이다.

 

2 맨날 똑같은 룩
<건축학개론>의 이제훈이 가을과 겨울의 믹스매치를 가볍게 시도했다면 영화 <뺑반>의 ‘민재’(류준열 분)은 사계절을 한번에 섞어버린다. 여름에 입는 흰색 반팔티셔츠, 봄과 가을에 입는 저지 점퍼, 그리고 겨울에 입는 도톰한 가죽 점퍼까지. 이 차림새는 대충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주워 입었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또한 늘 똑같은 옷을 입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단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어쨌든 기억에 남는다는 건 좋은거니까.

 

3 공대형 룩
너드 중의 너드로 불리는 공대 너드는 낡은 청바지와 언제든 뒤집어 쓸 수 있는 후드 티셔츠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대충 감고 자연 건조 시킨 듯한 헤어 스타일과 맥북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인생을 ‘후드’로 채웠다. 겨울이면 따뜻한 털이 안감에 부착된 후드 점퍼를 입고 그 외의 계절엔 도톰한 면으로 된 후드 티셔츠나 후드 점퍼를 입는다.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을 열고 입력값을 적을 것 같은 공대형 남친룩도 현실에선 무난하게 인정받는 편.

 

4 공대 아저씨 룩
공대형이 세월이 흘러 아저씨가 된다면 자연스레 영화 <서치>의 ‘데이빗’(존조 분)이 될 거다. 검은색에서 채도를 낮춘 컬러명을 알 수 없는 무채색 티셔츠와 십수년 전에 밴드 공연 보러갈 때 산 것 같은 체크무늬 셔츠, 그리고 검정과 회색 그 어디쯤인 색깔의 점퍼 정도면 충분하다. 옷장을 열면 옷이 걸려있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후레쉬를 켜야 할 지경. 현실에선 이런 극강의 무채색 애호가들 역시 대단한 멋쟁이는 아니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색을 가졌다는 점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13 Reasons Why

 

5 운동부 룩
매일 피트니스에 출석 체크를 하고 밤이면 한강으로 달려가 농구를 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는 여자들이 꽤 많다.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는 ‘잭’(로스 버틀러 분)이란 캐릭터가 이런 ‘운동부 남친’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 럭비 선수이자 장학생인 그는 등장할 때 마다 학교 로고가 새겨진 야구 점퍼를 입거나, 조깅할 때 몇번 입다가 버려야 할 것 같은 후드 점퍼를 뒤집어 쓰고 나온다. 체격이 좀 받쳐줘야 가능한 남친룩이다.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