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에게 날렵하고 각진 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왜 그런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를 찾았다. 관상학자까지 만났다.
넷플릭스의 다소 시시한 최신 스릴러 <시크릿 옵세션>을 거의 삼분의 일 정도 보다가 문득 내가 왜 아직도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의 예고편에서 이미 극적인 반전은 다 공개되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제니퍼 윌리엄스(마이크 보겔 분)는 차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에, 자신을 돌봐주는 한 남성이 자신의 남편인 러셀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제니퍼의 사랑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가족을 살해한 살인자이다. 지나친 사랑이 결국 스토커로 변하게 되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하지만, 이러한 진부한 반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모르게 끌렸다. 너무 끌린 나머지 나는 <시크릿 옵세션>을 하룻밤에 두 번이나 돌려 보고 말았다. 정말 놀라운 마이크 보겔의 턱 선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영화 시작 30분 정도 후, 보겔이 제니퍼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의 전화를 받으며, 그가 숨기고 있는 진짜 모습이 숲속에 있는 자신의 거대 목조 맨션으로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때 보겔이 제니퍼가 서있는 2층을 바라본다. 그 순간, 햇살이 그의 턱 선을 비추는데, 순간 나는 눈이 머는 듯한 충격과 동시에 계속해서 봐야 한다고 설득당했다. 작가 에린 쿨러한은 이 최고의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영화에는 이렇게 강렬하고 날카로운 순간이 필요하다.”
<시크릿 옵세션>은 완벽한 촬영 각도를 찾아냈다. 정확하게 90도, 완벽하게 보겔의 얼굴을 표현해주는 각도였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수많은 악당 역, 그러니까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먼부터 <가십걸>의 척 배스, <뱀바피어 해결사>의 스파이크, <토르>의 로키, <미녀와 야수>의 개스턴까지, 그들의 힘은 각진 턱 선에서부터 나오는 걸까? 수많은 살인자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외모상 특징이 이토록 비슷한 것이 우연일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얼굴 구조적인 특징의 비밀 뒤에는 과학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다.
뼈는 모두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선이 뚜렷하고 강한 턱과 두드러진 광대뼈 그리고 두툼한 두 눈 위의 뼈는 모두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생물 인류학자이자 ‘Match.com’의 최고 과학기술보좌관인 헬렌 피셔 박사가 설명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지배력이나 성에 대한 관심, 공격성이란 행동적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 그 결과, 이러한 각진 특징은 (선한 캐릭터에서는) 자신감과 남자다움을, 그리고 (악역에서는) 공격성과 포악성을 의미한다.” 피셔 박사의 설명은 왜 수많은 악역 캐릭터(역사상 가장 선명한 턱 선을 가진 파콰드 영주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일부 악역들을 포함해)들이 흠잡을 데 없는 턱 선을 가졌는지 알려주었다. 날카로운 턱 선은 진부하지만 많은 남성성의 특징인 공격성, 힘, 지배, 추진력, 자신감, 거친 활력 그리고 경쟁적인 영혼을 의미하는데, 이 모든 특징들은 완벽한 악역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성형외과 의사인 배리 웨인트라웁은 카메라가 이러한 완벽한 선을 포착할 때, 거기서 내뿜어내는 힘을 거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마는 줌아웃, 관자놀이는 줌인, 광대뼈는 줌아웃, 얼굴의 중앙 부분은 줌인, 턱 선은 줌아웃 그리고 목은 줌인. 종합적으로 카메라가 이러한 방식대로 얼굴의 특징을 포착한다면, 아주아주아주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마치 턱에 칼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날카로워 보인다. 위협적이면서 동시에 호기심을 유발한다. 악역 캐릭터는 못되고 위험하고 심지어 살인도 서슴치 않지만, 그들의 턱 선은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유혹적이다.
“강한 턱 선은 상남자의 상징이다.” 알바니 대학의 응용 범죄학 프랭키 베일리 교수가 말한다. “그들은 리더 타입의 남성들이며, 기회를 잡고, 얼굴 내세워 일을 할 수 있는 성향을 가졌다.” 악역의 경우에는 주인공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 얼굴이다. 베일리 교수는 강한 턱 선을 가진 얼굴은 좋은 사상가가 된다거나, 책임감이 강한 성향을 지닌 사람일 확률도 높다고 언급했다. 주인공의 가족 세명을 몰살한 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과 생각이 필요하다. 누구나 악당은 될 수 있지만, 강력한 턱을 지닌 악역은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악당이 될 수 있다.
강한 턱과 돌출된 관자놀이가 만나면 더 강력한 악당이 된다
하지만 관객들은 어떻게 유전적인 얼굴의 특징으로 캐릭터의 느낌을 다르게 받아들일까? 중국 관상 전문가인 장 하너에 따르면, 얼굴은 수많은 개인의 특징과 성향을 말해준다고 한다. 3000년 역사의 중국 관상은 처음에는 의사들이 환자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보다가 발달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이러한 얼굴의 특징이 환자의 성격, 생각 그리고 행동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너는 강한 추진력과 정복 그리고 성적인 어필과 같은 특징을 가진 강한 턱은 관객들이 악역 캐릭터에도 빠질 수 있게 만드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보겔의 사진을 보면서, 하너는 그의 턱과 이마 라인이 20대 시절에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이자, 최고의 악당이 될 수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아주 강력한 턱 선을 가진 사람의 관자놀이를 보면, 보겔처럼 머리 선이 돌출되는 구조를 띄기도 한다. 그러한 특징은 악역에 더욱더 적합한 형태이다. 전형적인 반역자의 얼굴.” 그는 보겔이 전통적인 남성성의 상징인 수염을 길렀기 때문에 그의 턱 선이 더욱더 뚜렷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턱 선에 따라 수염을 기르는 남성들은 추가적인 남성의 강함을 강조하게 되므로, 수염을 기르면 더욱 더 악역에 적합하다.”
하너는 다른 악당들의 턱 선과 관상적 특징도 살펴보았다. <너의 모든 것>의 팬 바드글리의 턱 선은 헐리우드 내에서도 아주 유명하다. 하너는 그의 턱 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강한 추진력, 넘치는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성적 충동 그리고 동시에 풍부한 감수성을 의미한다.” 실제로 바드글리의 극중 캐릭터는 그와 같은 성격을 지녔다. (<가십걸>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그가 악역이라고 느꼈다면 말이다.) 넷플릭스의 코메디 스릴러인 <데드 투 미>의 제임스 마스던의 사진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작품에 대한 줄거리나 특징에 대해 미리 언급하지 않더라도 하너가 마스던이 맡았던 역할의 특징을 맞춰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중국 관상학적으로 앞서 보았던 두 배우에게는 없는 ‘불’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불은 좀 더 바람둥이의 성질을 띈다. 그는 유머 감각이 더 뛰어나고, 좀 더 화끈한 스타일이다.” 그의 설명은 정확했다. <데드 투 미>의 팬들은 마스던의 역할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매력적이며 젠틀하지만 동시에 음해하며 조종하려고 하고 늘 앙심을 품고 있다. 그의 날카로운 턱과 대조적으로 부드러운 얼굴이 이러한 성격을 말해준다고 하너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들보다는 덜 발달된 턱을 가진 악당들, 이를테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제이크 질렌할은 어떨까? “얼굴의 다른 부위와 비교해보면 그는 상당히 큰 눈을 가졌다. 이러한 특징은 감정을 아주 잘 표현할 줄 알며, 자신의 감정에 아주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너가 설명한다. 그의 관상적 특징은 영화에서 왜 피터 파커가 그를 신뢰하고 그의 덫에 걸렸는지 잘 설명해준다. 질렌할이 더욱 강한 턱을 가졌더라면, 스파이더맨은 아마도 어떠한 위기 없이 유럽에서 휴가를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즉, 화장이나 혹은 성형으로 이러한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의도적인 악역의 느낌을 훨씬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제니퍼가 러셀의 턱에 숨겨진 진정한 힘의 비밀을 미리 알았더라면, 러셀은 아마도 제니퍼의 사랑하는 가족을 몰살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각진 턱의 과학적인 비밀을 파헤치면서 나의 둥그런 얼굴이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을 만큼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 에디터
- 글 / 지안루카 루소(Gianluca Ru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