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땐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지만, 나가는 일도 간절히 원해야 할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층 더 매끄러운 퇴사를 위해 숙지해야 할 몇 가지.
퇴사 상담은 퇴사한 동료에게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고,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퇴사 결심이 섰다면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업계 선배들의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 현재 회사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가급적 상담 리스트에서 제외하거나, 나중으로 미뤄야한다. 내 퇴사 결심보다 소문이 먼저 돌게 되면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상담이 필요하다면 이미 퇴사를 해서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선배나 동료가 적합하다. 소문을 내더라도 한 단계 걸러져 확산 속도가 느리다.
퇴사 사유는 대본처럼
누가, 언제, 어디서 퇴사 사유를 묻더라도 한결같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유가 제각각이면 그 제각각의 이유 중 가장 안 좋은 버전이 궁극적인 퇴사 사유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직장을 떠나겠다는 결심에 대단한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여태까지 열심히 해 왔고 더 열심히 일 할 곳을 찾아 떠난다는, 되도록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퇴사할 회사 욕은 자제할 것
회사를 때려 치기까지 대부분의 경우엔 상스런 욕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사연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짐을 싸서 회사 정문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도 재직 중인 회사의 험담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퇴사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퇴사 날짜를 정하기 까지 몇몇 사람들과 상담을 거치기 마련인데, 절대로 솔직해선 안된다. ‘이 회사가 얼마나 짜증났으면 내가 때려 치기까지 하는지’를 이야기하면 당장은 후련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좋지 않다. ‘회사에선 나에게 충분히 좋은 기회를 줬지만,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고 싶다’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그래야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다.
특정 인물에 대한 험담도 자제할 것
회사 시스템이 짜증날 수도 있지만, 같이 일 하는 누군가가 미치도록 싫어서 퇴사를 결심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남은 사람들에게 특정 인물에 대한 험담을 할 필요는 없다. 내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더라도, 결국 그 험담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특히나 동종 업계로 이직하는거라면 그 소문은 더욱 빠르다. 내가 험담을 했던 그 사람의 선후배가 나의 새 직장에 한 두명은 있을 수 있으니까. 정 욕을 하고 싶다면 업계와 상관없는 친구들에게만 하도록.
퇴사 통보는 빠르고 정확하게
혹시나 회사 사정상 누군가 들고 나는게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 사정이다. 회사도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는데 떠나는 마당에 내가 회사 사정을 봐줄 필욘 없다. 퇴사 이후 계획이 확실하건 아니건,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고 군더더기 없이 회사를 나가느냐 다. 다음 정처가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확실한 계획이 있음을 어필하면서 재빠르게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짐을 싼다. 퇴사 일정 조율에 필요 이상의 협상을 하지 말 것.
송별회는 1차까지만
퇴사 날짜도 결정됐고, 인수 인계 파일도 정리가 됐다면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송별회를 제안할 수 있다. 다소 불편한 자리가 되겠지만, 웃는 얼굴로 응한다. 단, 1차까지만. 점심 송별회가 베스트이고 어쩔 수 없이 저녁 송별회가 된다면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 좋다. 자리가 길어질 수록 술을 마시게 되고, 술을 마시게 되면 자꾸 본심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마무리 잘 했는데 상을 뒤집는 건 한순간이다. 갑자기 악마에라도 씌인 것처럼 회사 욕과 다른 사람 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 에디터
-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