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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의 예능 장악력 분석

2019.09.19GQ

요즘 유튜브 신흥 강자는 단연 장성규의 <워크맨>이다. 놀라운 인기에 힘입어 최근 ‘뉴스가 버린 남자들이 진행하는 뉴스’라는 콘셉트로 전현무와 함께 JTBC <막나가는 뉴스쇼>를 진행하고 있다. 장성규가 유튜브의 성공을 발판삼아 TV 예능까지 장악할 수 있을까? ‘선넘규’라 불리는 그거 그 선을 넘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

딱 요즘 스타일의 개그 코드
‘요즘 스타일’이란 뭘까? 요즘의 개그 코드는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남 눈치 보지 않는 ‘저 세상 텐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장성규는 ‘저 세상 텐션’을 넘어 거의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질주한다. JTBC 아나운서 시절부터 손석희 사장님을 걸고 넘어지더니 <워크맨>에서는 다양한 알바를 하며 사장님과 알바 선배들에게 우리가 속으로만 할 수 있었던 말을 대놓고 내뱉는다. 장성규는 “선배 너무 꿀 빠는 거 아니에요?” 라던가 “대표님 출근해서 하는 일이 뭐에요?” 같은 뼈 때리는 멘트를 숨쉬듯 자연스레 할 수 있다.

생각보다 성실하다
사실 <워크맨>의 성공신화는 그 이전의 수 많은 콘텐츠 제작의 결과물이었다. 프리랜서 선언 전부터 <짱티비씨> 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웃겨줬던 그는 생각보다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파왔다. 편의점에서 삼시세끼를 먹고 다이어트에 도전하는가 하면 괜히 동료 아나운서들을 찾아가 디스를 하기도 했다. ‘장성규의 크리에이터 도전기’를 표방한 짱티비씨부터 이어져온 ‘성실한 똘끼’는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SNS 소통왕이다
<아는 형님>에 잠깐씩 출연할 때부터 그는 자기 기사를 댓글 일일이 캡쳐해 마크업해서 올리던 SNS 소통왕이었다. 악플에다간 직접 해명을 했고 선플에다간 아낌 없는 하트를 보냈다. 최근엔 ‘왜 장성규는 웃을 때 눈을 부릅 뜨고 웃는가’에 대한 해명을 SNS에 올렸다. 눈웃음을 치면 예쁘지 않아서 그렇다면서 정말 좀 징그럽게 느껴지는 눈웃음 셀카를 올렸는데, 유병재 눈물셀카에는 못 미치지만 그 비슷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중을 신경 쓰지 않고 폭주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남들 눈치 많이 보는 ‘관종’인 셈. 즉, 공중파에서도 대중이 원하는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단 얘기다.

불가능하다

자극적인 멘트
유튜브야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마음껏 드립을 펼칠 수 있는 장이지만, 공중파는 또 다르다. 이미 장성규는 <마리텔> 등을 통해 프로 불편러들을 자극할만한 발언들을 숱하게 했다. 오죽하면 함께 진행하던 정형돈이 “제발 선을 넘지 마세요”라고 호소할 정도. 매운 음식을 먹고 우유를 찾다가 갑자기 모유 얘기를 꺼낸다던지 하는 <워크맨>에선 웃겼을 텐데 TV에선 웃을 수 없는 멘트들이 검열 없이 쏟아진다. 이러다 밉상 캐릭터 되는 건 한 순간이다.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없다
<짱티비씨>부터 <와썹맨> 그리고 <워크맨>을 연달아 성공시킨 제작사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편집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지오디 ‘쭈니형’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것도, 장성규를 유튜브의 아들로 만든 것도 다 이 편집의 힘이다. 재미없거나 좀 과하다 싶은 멘트가 나오면 가차없이 잘라내거나 자막으로 ‘피처링’을 해주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장성규의 캐릭터도 편집이라는 장치가 없으면 이렇게 사랑받기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 공중파에서 이런 편집이 가능할까?

리액션이 없다
장성규의 대체로 막 나가고 이상한 멘트가 허공에 흩어지지 않으려면 충실한 리액션이 필수다. <워크맨>에선 이 역할을 무수히 많은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해줬다. 출연자들의 솔직한 반응과 장성규의 깐족거림이 <워크맨>을 이루는 재미의 줄기였다. 하지만 TV에선 이 역할을 베테랑 연예인과 나눠야 한다. 연예인들은 본인들 캐릭터 구축과 분량에 더 신경을 쓸 터. 일례로 장성규는 <아는 형님>에서도 똑같이 행동했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개그가 겉돈 바 있다. 여태까지 ‘솔플’로 유튜브의 흥행을 일으켰다면 이제는 함께 일하는 동료 연예인들과의 화합을 고민해야 할 때다.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