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제2의 박막례’ 유튜브 채널 추천

2019.11.06GQ

코리안 그랜마 박막례 할머니의 눈부신 성공을 롤모델 삼은 시니어들이 유튜브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보다보면 빠져든다.

야무진 먹방이 일품인 82세 최고령 유튜버 영원씨 채널
올해 82세로 최고령 먹방 유튜버인 김영원 할머니. 채널 이름은 ‘영원씨01see TV’다. 핑크 색을 좋아하는 할머니가 말없이 집중해 다양한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구독자들의 재미다. 할머니 먹방이 뭐 특별할 게 있나 싶겠지만 포도 젤리, 자메이카 통다리, 간장 게장 등 트렌디한 음식을 맛보며 순수하게 웃음짓는 영원씨의 모습에 ‘우리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구독자들이 몰리고 있다.

‘미쳤어’의 주인공 지병수 할아버지의 할담비 지병수 채널
전국노래자랑이 낳은 최고의 아웃풋은 올 초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던 지병수 할아버지의 ‘미쳤어’무대였다. 이에 손담비의 화답까지 이어지며 크리에이터로서의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지병수 할아버지의 채널 이름은 ‘할담비 지병수 Korean Granpa’s Crazy K-Pop’이다. 2000년대 탑골공원 가요 댄스부터 할담비의 신곡 안무 영상까지 다양한 춤의 세계로 인도한다. 또 최근 할아버지의 주 무대인 종로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종로를 알려라’도 업로드 중.

부산의 닉 우스터 재단사 여용기 할아버지의 꽃할배 TV 채널
여용기 할아버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5만 팔로워를 가뿐히 넘긴 패셔니스타. 40년 베테랑 재단사이자 멋쟁이 중의 멋쟁이인 그가 드디어 유튜브를 시작했다. 시니어들에게 멋의 교본으로 ‘패션 하우투’를 다뤄주면 참 좋으련만 자꾸 부산 남포동 맛집 투어를 하셔서 구독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었다. 이를 반영, 최근에는 패션을 접목한 브이로그를 올리는 중.

리틀 포레스트 40년 후, 조성자 할머니의 심방골 주부 채널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정성을 담아 차려낸 맛있는 밥 한 끼가 주는 위로를 경험했다. 그 주인공이 40년 후에는 조성자 할머니가 되어있지 않을까? 심방골 주부는 채소를 다듬고 볶는 소리만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요리 채널이다. 멸치볶음 같은 그 흔한 반찬도 최고의 요리로 보이게 만드는 따뜻하고 야무진 솜씨를 보여준다. ‘집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덕분에 구독자들은 군침을 흘리며 좋아요를 누른다.

농사꾼 할아버지의 노컷 일상, 성호육묘장 채널
편집? 그게 뭔데? 50년 경력의 베테랑 농사꾼, 성호육묘장은 화제의 농부 크리에이터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것은 약 1년 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 잡는 법’ 영상이다. 8분이 넘는 시간 동안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두더지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편집이란 일절 없다. 이런 저런 효과 넣어 재미를 극대화하는 다른 채널에 비해 모든 영상 콘텐츠는 무조건 원씬 원 컷이다. 아삭이 고추 종류 및 재배 방법 같은 농사 노하우부터 개 중에 가장 귀엽다는 반려 똥개의 일상까지. 시골 친척집의 노컷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일환 전 대법관의 차산선생 법률상식 채널
“안녕하십니까, 박일환입니다”로 무미건조하게 시작하는 박일환 전 대법관의 유튜브 채널. 제목 그대로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법적 분쟁 사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차산은 박일환 대법관이 호라고. 차산 선생이 너무나 점잖고 한결 같은 톤으로,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다보니 댓글은 너무 청정해서 1급수 수준. 로스쿨 학생들의 존경 어린 댓글부터 실제로 분쟁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감동의 댓글까지. 요즘은 ‘차산선생이 초딩 시절’ 같은 말랑말랑한 콘텐츠도 올라오며 팬심을 더욱 자극한다.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