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콘텐츠 3선

2020.03.11GQ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 온몸이 찌뿌둥하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활기와 희열이 가득차는 콘텐츠를 찾아본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2000)
이미 봤다는 이유로 못 본체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자꾸만 방 안에서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단 한 편의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다시 한 차례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탄광촌에서 살면서 꿈이라고는 꿔본 적 없던 소년 빌리 엘리어트(제이미 벨)가 어른들의 반대와 응원이 공존하던 조그만 마을에서 마침내 모두의 희망을 안고 로열발레스쿨의 오디션을 보러 갈 때 느껴진 작은 희열은 점차 크기를 불려 마지막 장면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라는 질문에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감전된 것처럼.”이라며 전기에 감전된 느낌이라고 조용히 읊조리던 소년이 훌쩍 자라 무대에서 날아오르는 그 유명한 장면을 되짚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긴다. 참고로 한국에서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초연에서 빌리 엘리어트 역을 맡았던 임선우는 실제로 대학 진학 대신에 유니버설발레단 입단을 선택하면서 2020년에 드미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안예은 솔로 3집 [ㅇㅇㅇ] (2020)
SBS <K팝 스타 시즌 5>의 준우승자인 안예은에 관해 이제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와 함께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는다. 음악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부모님이 체하셨다는 소식을 전하거나, 방송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들과 사진을 찍어 올리며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일반적인 연예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흥미로움을 낳는다. 이런 안예은의 솔로 3집 [ㅇㅇㅇ]의 타이틀곡 가 유토피아의 반대인 디스토피아의 유의어라는 사실은 조금 의외다. 하지만 이 곡은 절망이 아니라, 거꾸로 희망을 말한다. “나 분명히 잠에서 깨어 눈을 떴을 때 / 또 다른 나쁜 꿈속에 갇혀버린 채”였지만, 괜찮다. 어떤 가사를 부르든 도전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도 위안과 쾌감을 주며 “앞만 보고 달려 낭떠러지라도 난 날아올라”라고 절규하듯 소리치며 끝이 나는 이 트랙만으로도 [ㅇㅇㅇ]이란 앨범을 모두 들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 영상 (2020)
공연장에 쉽게 갈 수 없는 시기에, 이 상황이 조금이나마 안정되면 보고 싶은 작품들을 골라놓는 것은 어떨까. 최근에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면서 예매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뮤지컬 <마리 퀴리>는 초연의 미숙함을 재연에 이르러 많은 부분 개선하며 마리 스콜로도프스카 퀴리의 삶을 좀 더 개연성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놓았다. 또한 마리와 함께하는 또 다른 여성이자 마리가 개발한 라듐공장의 직원이었던 안느 코발스키의 이야기를 초연보다 짜임새 있게 엮으면서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을 정도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몇 안되는 작품. 하지만 당장 현장에 달려가기 어려우니, 유튜브를 검색하면 볼 수 있는 프레스콜 영상들을 통해 마리가 라듐을 발견한 순간의 희열과 자신의 곁에서 응원을 보냈던 사람들을 반추하며 발견해낸 삶의 반짝이는 장면들을 우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