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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준 "가수라는 직업이 참 근사해 보여요"

2020.04.27GQ

서강준에게는 고유한 리듬과 호흡이 있다. 한결같은 온도로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패턴 셔츠, 베이지 오버핏 재킷, 모두 우영미.

오렌지 니트 톱, 보테가 베네타.

타이거 프린트 트렌치코트, 화이트 톱,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화이트 옥스퍼드 레이스업 슈즈, 모두 셀린느 by 에디 슬리먼.

스트라이프 언밸런스 재킷, 알렉산더 맥퀸 at 무이. 블랙 슬랙스, 아크네 스튜디오.

아이보리 니트 티셔츠, 산드로 옴므. 구르카 팬츠, 이자벨 마랑 옴므.

블루 실크 셔츠, 옐로 팬츠, 모두 구찌.

패턴 셔츠, 베이지 오버핏 더블 수트, 모두 우영미. 블로퍼, 오디너리 피플. 의자, 굿핸드굿마인드.

화이트 셔츠, 발렌티노. 자개 네크리스, 발렌티노 가라바니.

요즘도 늦은 새벽에 잠드는 편인가요? 네, 어제도 새벽 4시에 잤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새로운 회사가 생겼더라고요.(웃음)

7년 동안 머물렀던 둥지를 떠나서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놓였네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달라지는 건 크게 없어요. 다만 ‘맨오브크리에이션’이라는 회사가 저에게 의미가 큰 건 처음으로 제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배우 일을 시작했을 때는 주로 선택받는 입장에 놓였다면 이번에는 달랐으니까요. 제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이곳에서 보낸다는 것이 사실 설레기도, 두렵기도 해요.

7년 전과 지금을 놓고 보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일에 대한 관점,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등 무엇이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똑같아요. 일상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애써 찾지 않아요. 요즘처럼 작품이 끝나면 쉬면서 운동하고 책 보고 고양이들과 놀고, 가끔 가까운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이고 그래요. 지금 하는 일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주로 만나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네요. 책은 직접 서점에서 사는 편인가요? 요즘은 자주 나가지 못했지만 여유가 생기면 서울에 있는 대형 서점을 자유롭게 돌아다녀요. 서점에 도착하면 일단 베스트셀러 구역을 쭉 훑어요. 거기에 맘에 드는 책이 없으면 가판대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표지나 띠지에 붙어 있는 추천사를 보고 끌리는 책을 사기도 해요.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아요.

어떤 픽션의 세계를 탐험할 때 일종의 직업병처럼 텍스트가 영상이 되는 순간도 상상해보나요? 책을 읽을 때만큼은 일처럼 접근하지 않지만, 저도 모르게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상상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읽은 작품이 종종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텍스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소설이 주는 힘인 것 같고요.

일을 대하는 온도가 한결같은 배우처럼 느껴져요. 연기를 향한 마음과 태도가 일편단심 같달까. 제게는 연기가 너무 좋아서 하는 일이거든요. 언젠가 슬럼프가 찾아올 수 있겠지만 지금 이 마음은 계속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몇 개월 동안 공부하고 리딩하고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다 보면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어요.

동경하거나 호기심 가는 다른 분야의 일은 없나요? 이번 생에 제가 시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수라는 직업이 참 근사해 보여요. 4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점이 짜릿해 보이기도 해요. 그게 저같은 사람에게는 신기한 일이거든요.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일이 흥미롭게 다가와요.

뮤지션이 소리로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배우는 눈빛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서강준 배우를 떠올리면 독특한 눈동자의 색깔을 비롯해서 작품 속에서 보여준 애잔한 시선이 연상돼요. 눈빛이 좋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나요? 에단 호크의 눈빛이 점점 더 좋아져요. 작품 속에서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미묘하게 계속 변화하는 눈빛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에단 호크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은요? 비포 시리즈, 그중에서도 <비포 선셋>을 제일 좋아해요.

석양이 질 무렵을 좋아해서 ‘석양준’이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마주한 가장 아름답고 초자연적인 풍경이 있나요? 작년 9월에 가족들과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어요. 거대한 폭포, 빙하 등 대자연이 정말 멋진 곳이었어요.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부모님께서 정말 행복해하시니까 그 힘으로 여기저기 다녔어요. 아마도 그게 최근 다녀온 마지막 해외 여행이었네요.

비우는 여행, 꽉 채우는 여행 중에는 어떤 타입을 더 선호하나요? 여행지에서는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미리 일정과 계획을 알차게 준비해 가도 막상 그날 아침에 일어나면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그날 하루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면 저는 스스로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둬요.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힘든 시기인데, 혼자만의 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요즘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제게 봄은 뭔가 따뜻하고 희망적인데 그래서 도리어 더 쓸쓸한 계절처럼 느껴지거든요. 차라리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드는 가을이나 겨울이 더 좋아요.

그동안 연기했던 작품 가운데 멜로물이 많았어요. 만남, 운명, 감정, 사랑, 이별, 그리움, 이런 키워드가 본인의 취향과도 잘 부합해서 그럴까요? 저의 개인적인 선호보다는 오히려 많은 분이 저를 그런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셔서 멜로드라마 제안이 많이 들어왔던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고유의 이미지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장르물을 해보고 싶어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해 나가고 싶어요.

아직까지 교복 입는 역할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져요. 제 나이가 이제 스물여덟이거든요. 아직까지는 학생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반대로 선호하지 않는 역할도 있나요? 그런 규정을 스스로 명확하게 짓고 싶지는 않지만 대중이 바라는 제 이미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에 반하는 역할은 지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본인의 강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곤 하나요?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리고 현장에 가서도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아무리 그날 촬영할 장면과 대사를 열심히 준비해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또 달라지는 부분들이 생기거든요. 그날 갑자기 비가 오거나 추워질 수도 있고, 분위기가 어둡고 음침해질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리허설을 하면 평소보다 더 마음을 다잡고 집중해서 제가 연습한 것을 계속 점검하고 고민해요. 그런 고민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배우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상대 배우, 동료 배우로부터 크게 영향받는 편인가요? 작년에 출연했던 드라마 <왓쳐>에서 그걸 제대로 경험했어요. 한석규 선배, 김현주 선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그분들의 대사를 유심히 듣고 그것에 반응하는 연기를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장르물의 경우 대사를 내뱉다 보면 마음에 있는 말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멜로드라마와는 다르게 사건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사가 거의 없거든요. 이전에 했던 연기와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엄청 헤맸어요. 지금까지 저는 연기할 때 마음에 집중하는 편이었거든요. 마음에 머무는 말로만 연기를 해왔다면 장르물에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죠. 저 스스로를 새롭게 트레이닝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나요? 일단은 직감을 믿어요. 뭔가 뚜렷하지는 않아도 여러 번 곱씹어볼수록 재미있는 이야기에 끌려요. 대중들에게는 이 작품이 어떻게 다가갈지, 플롯의 구조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작가님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해요. 그리고 캐릭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그 안에 인물을 단순하게 녹여버린 작품도 상당히 많으니까요.

관객, 시청자로서는 어떤 콘텐츠를 즐겨 보나요? 해외 주요 영화제 수상작을 웬만하면 다 챙겨 보려고 해요. <BBC>에서 추천하는 100대 영화도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 속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고 주제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 유심히 관찰해요.

언젠가 그런 예술성 짙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나요? 사실 저는 그런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아요. 10년 뒤, 20년 뒤 ‘그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막연하게 떠올려보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기회죠. 하지만 제게는 지금 당장 만나게 될 작품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서강준을 자주 웃게 만드는 존재가 있나요?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를 볼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해요. 다음 생에는 서강준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요.(웃음)

    피쳐 에디터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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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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