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앤오프>에는 일상을 설계하는 연예인이 나오고, <나 혼자 산다>에는 일상이 어설픈 연예인이 나온다.
배우 심은우는 요가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연예인 혹은 스타의 삶이 그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심은우는 단호하게 말한다. “배우가 계속 ON일 수는 없다.” 이 말은 당장 배우로서의 화려한 모습으로 늘 남들 앞에 비춰질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발짝 더 나아가면, 배우라는 직업이 언제까지고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기반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배우가 ON이 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요가 강사라는 다른 ON이 되면서 배우(로서의) ON은 없던 것처럼 살아가려고 한다.” 심은우의 이 말은 소위 ‘공인’이라는 표현으로 연예인들의 삶을 하나부터 열까지 공개된 것으로 인식해왔던 많은 이들의 생각을 지적한다. 실제로 ‘공인’은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이 정의에 의하면 엄밀히 말해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결국 “공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며 알 권리를 주장하는 일부 대중이나 연예매체의 주장은 바탕부터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tvN의 <온앤오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연예인을 공인이 아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대중의 삶과 동일시한다. 신화의 멤버이자 배우인 김동완은 경기도 가평의 집에서 아이돌 생활로 모은 자산과 그 시간 동안에 얻은 깨달음이 그의 40대를 어떻게 지탱해주는지 보여준다. 기상캐스터였던 김민아는 첫 자취생활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지만, 직접 정보를 찾아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
<온앤오프>의 이러한 접근은 MBC <나 혼자 산다>와 언뜻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와 달리, <온앤오프>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 자산 상태 등을 고려해 한 사람 몫의 생활을 설계하는 이들이다. 반면에 <나 혼자 산다>에서는 여러 출연자들의 어설픈 가사노동 능력을 귀여운 모습이라고 미화하거나, 하루종일 씻지 않고 있는 모습을 마치 자연스러운 일처럼 비춘다. 또한 게으른 모습이 보이면 ‘여자 기안’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며 놀림거리로 만들기까지 한다. 부지런히 사는 사람의 삶보다 연예인, 방송인도 지저분한 생활을 하고 돈이 많을지언정 집 청소를 하는 데에 투자하지 않는 출연자의 삶이 더욱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온앤오프>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은 나이와 경력 등이 모두 다르지만, 어른 일인분의 몫과, 그 일인분을 온전히 자기 방식대로 수행하는 사람들의 삶을 비춘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나 혼자 산다>를 대체할 수 있는 1~2인 가구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났다고 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기 어려웠던 출연진들이 연예인 생활을 ON으로 설정하고 그 시간에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가 꺼졌을 때, 즉 OFF의 생활을 마주하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모습은 마냥 웃기고 재미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나의 삶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따뜻하고 아늑하다. <온앤오프>는 자기 생활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고,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혼자 살되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정갈한 태도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TV에서 비춰질 때, 마음이 이토록 편안할 줄 몰랐다. OFF의 시간은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만들어진다.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 사진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