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어서 잘하려 애쓰지 않는 마음. 황민현은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열심히 준비해두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정말 기회가 왔어요. 11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라이브온> 촬영 중이죠? 7월 1일부터 촬영 시작했으니까 벌써 한 달 넘었네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귀한 기회로 작품에 함께하게 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팬 ‘러브’ 분들과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바라고 꿈꿔왔던 일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제가 자랑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요.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말이 우연히 잡은 기회가 아니라는 의미로 들리네요.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두었어요? 아직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지난겨울에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무대에 서본 경험이 도움 됐어요. MBC에브리원의 시트콤 <무작정 패밀리 3>(2013)도 잠깐 했고, 일본에서 열심히 뉴이스트 활동할 때는 멤버 모두와 영화 <좋아해 너를>(2017)에 출연한 적도 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뮤지컬 무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해 배우고 경험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제대로 연기 수업도 받고 있고요. 이런 부분이 저로서는 조금의 준비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뮤지컬 무대와 연기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수업도 수업인데 현장에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무대 연기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연기는 또 다르더라고요. 뮤지컬 할 때는 동작을 크게 하는 연기와 지금 대화하는 것처럼 바로바로 말을 주고받는 연기를 경험했다면, 드라마 연기할 때는 호흡을 다르게 가져가야 하더라고요. 상대의 얘기를 들으면 일단 표정으로 감정을 나타내고 나서 대사를 뱉어요. 첫 촬영 때 그 점이 제일 낯설고 어려웠어요.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화내는 거요. 드라마 내용상 화내고 소리 지르는 신이 있는데 제가 평소에 화를 잘 못 내서 그런 부분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나도 화가 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머리끝까지 화나면 눈물 날 지경이잖아요. 그러니까요. 그런 감정을 처음 느꼈어요. 나도 화낼 줄 아는구나. 그런데 이런 감정 신을 처음 찍은 날이 첫 촬영 날이었거든요. 상대역인 백호랑과 제가 마찰을 빚는 장면이 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신이 좀 아쉬워요. 지금 찍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처음이라서 너무 긴장했거든요.
이제는 화 잘 낸다? 하하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많다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대사가 아니라 말 없는 행동이나 미묘한 표정으로도 감정을 전할 수 있더라고요. 드라마는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업이라서 그러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감독님이 이 인터뷰 보면 아쉽다는 그 장면 다시 찍자고 하겠는데요? 어색해하는 모습이 좀 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서 저는 그냥 털어버리고 남은 것을 잘할 생각입니다.
드라마를 하게 되면 첫 캐릭터는 나와 비슷한,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도 말했어요. 이번에 맡은 고은택이란 캐릭터는 이런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예민하고 섬세하며 신경질적인 면모에 매사 계획적이다.’ 실제 황민현과 얼마나 비슷한가요? 그렇지 않아도 감독님이 “한번 은택이처럼 살아보면 어때?”라고 하시면서 은택이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눈 감는 시간까지 은택이라면 어떻게 지낼지 노트에 적은 뒤 하루 날을 잡아 그대로 실천해봤어요. 와, 너무 어렵더라고요. 감독님께 너무 어렵다고 했더니 “그렇지? 은택이는 그런 아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일과를 보냈는지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봤을 때 나름 저와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예를 들어 아주 사소한 습관, 테이블 위에 휴대 전화를 놓을 때도 각 맞춰두는 습관이라든지…. 그런데 파고들수록 은택이는 저보다 더 섬세하고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성실한 친구더라고요.
지금 민현 씨도 휴대 전화를 반듯하게 두었네요. 저도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 은택이가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데 저도 여행할 때나 휴일 보낼 때 계획 세우고 그 계획대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대본 리딩할 때 그런 비슷한 점들이 보여서 현장 가서도 잘할 수 있겠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촬영장 나가보니까 스태프분들이 굉장히 많고 다 저만 보고 있는 느낌인 거예요. 갑자기 땀이 막 나고 그랬습니다.
뉴이스트로서 세계 곳곳에서 콘서트도 열고 수많은 팬 앞에서 노래해왔는데도 그렇게 긴장돼요? 무대는 제가 오랜 기간 준비하고 올라가서, 이미 몸에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어서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데 드라마는 처음이라 두려움과 설렘이 복합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몸에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실제로 민현 씨가 안무를 익히기 위해 몇 주 동안 하루 한 시간만 자고 연습에 매달렸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번 연기 모니터링도 무척 열심히 할 것 같은데요. 지금 현장에서는 일부러 모니터링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왜요?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하고 준비한 게 있는데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다 무언가 부족하고 생각과 다른 지점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노선을 바꿀까 봐. 물론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시면 그건 바로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아니라 그냥 저 혼자 모니터링하는 건 촬영 다 끝나고 집에 가서 씻고 누웠을 때 하려고 해요. 그때 그날 촬영분을 전부 봐요. 이건 좀 별로네, 이건 다르게 해봐야겠다 하면서. 하루 일정 모두 끝내고 집에 들어가 씻고 누웠을 때가 마음이 제일 평온하거든요. 그래야 자기반성도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매일 자기반성을 해요? 자기반성이라고 하니 좀 거창한 것 같고 그냥 되짚어본다고 할게요. 혼자 많이 그려보는 편이에요. 노래할 때는 소리를 위쪽으로 쓰는 편인데 대사를 할 때는 좀 더 아래쪽에서 소리 내본다든지, 표정을 천천히 지어본다든지, 고개를 다르게 움직여본다든지.
촬영 시작한 지 한 달 지난 지금은 촬영장의 긴장감에 적응이 좀 됐어요? 여전히 떨리지만 초반에 촬영한 제 모습과 최근에 촬영한 모습을 비교해보면 제가 봐도 좀 달라진 부분이 보이거든요. 이게 말이 좀 안 되는 것 같겠지만, 잘하고 싶어서 잘하고자 애쓰지 않으려고 해서인 것 같아요. 잘하려고 하면 말도 더 버벅거리고 눈도 더 자주 깜빡이더라고요. 저는 배우로서는 신인이고 촬영한 지 아직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스스로 재밌게 즐겨야 더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은 열심히 하되 실제로 할 때는 즐기면서 하는 게 뭐든 중요한 것 같아요.
음악 무대 올라가기 전에 꼭 손을 깨끗이 씻고 핸드크림을 바른다고 했어요. 연기를 하며 생긴 습관도 있나요? 사소한 변화이기는 한데 아침을 챙겨 먹게 됐어요. 살면서 허기지다, 배고프다, 배고파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평소에 배가 엄청 고프지도 않고 그만큼 잘 챙겨 먹으면서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드라마를 시작하고부터는 배가 고파요. 계속 배가 고파요. 진짜 너무 신기해요.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중식, 양식, 한식 가리지 않고 다 먹거든요? 그래도 배고파요. 너무 잘 먹어서 촬영 회차가 거듭될수록 살이 오를까 봐 걱정했는데 살이 안 찌더라고요. 에너지를 써서 그런가.
오늘 아침에도 먹었어요? 며칠 전에 드라마 촬영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서 전복죽 먹었어요. 아침에 먹는 전복죽이 또 매력 있더라고요.
민현 씨의 고등학생 때는 어땠어요? 드라마 배경이 고등학교잖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서 학교생활을 잘 못 했어요. 연습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너무 피곤해서 전철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갔다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나요. 뉴이스트 멤버들을 만난 게 가장 큰 추억인데 학교생활만 놓고 보면 추억이 없어서, 그래서 이번에 <라이브온> 하는 게 너무 좋아요. 다시 고등학생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학교생활과 얽힌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 이야기 들어보면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에 고등학교 때 친구가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 시절 학교 친구가 한 명도 없거든요. 그런 게 아쉬워서 만약 다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상상해본 적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지금이 너무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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