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잘 소화할 수 있는 이유는 이동욱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동욱의 흰 얼굴은 매력적이다. 덕분에 여성 연예인들을 제치고 흰 얼굴에 대비되는 새빨간 입술을 부각시킨 드레시한 화보를 찍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화보를 보고 “뱀파이어의 현신”이라고 말했다. 차갑고,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 우뚝 선 코의 콧날은 부드러우면서 매끄럽고, 종종 쌍꺼풀이 여러 겹으로 보이는 눈은 나른해 보이다가, 외로워 보이다가, 나른함이나 외로움 따위는 전혀 모르는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그의 얼굴이 드라마에서는 ‘인외캐’ 즉 사람이 아닌 어떤 생물체 캐릭터를 일컫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예로 쓰인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tvN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역을 맡았던 그는 새까만 저승사자의 수트를 입고 다니면서 도깨비 역할을 맡았던 공유와 훤칠한 몸매로 눈길을 끌면서도, 따뜻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미남인 공유와는 달리 무표정이 어울리는 저승사자의 역할을 소화했다. 그리고 지금 방영 중인 tvN [구미호뎐]에서 그는 여자만이 구미호라고 알고 있던 우리의 편견을 뒤집는 드라마의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차가운 미모로 서사를 꾸려나간다. 인간을 잡아먹었던 구미호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역할을 맡은 상위 계급의 구미호 이연은 냉정한 얼굴로 우산을 휘두르며 악한 무리를 잡아들인다.
저승사자와 구미호, 단 두 가지 역할만으로도 이동욱은 이전에 그가 맡았던 여러 캐릭터들보다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 역할들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외모가 아름답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외모에 반대된다고 느껴지는 따뜻한 속내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웅다웅하면서 친구로 살았던 도깨비와 사실은 전생에 원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커다란 눈으로 펑펑 울었으며, 사랑했던 여인 앞에서 약해진 모습으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쳤다. 저승에 가기 전에 찻집에 들른 사람들의 아픈 속내를 잊게 해주기 위해 차를 끓이고, 조심스럽게 찻잔을 건네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구미호뎐>에서 그는 사랑했던 여인을 환생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업을 완수해야 하는 역할을 스스로 떠맡는다. 절대 남을 위해 일할 것 같지 않은 냉혈한의 남자가 무뚝뚝한 얼굴을 버리고 자신을 버리겠다고 약속을 할 때,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서 설렘을 느낀다. 판타지라는 것은 자고로 이렇게 커다란 온도 차이가 존재할 때 설득력이 생기고 우스운 동화로 끝나지 않는 법. 왜 지금, 이동욱이 구미호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라야 모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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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 사진
- 스타쉽엔터테인먼트(킹콩 by 스타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