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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n년차들이 말하는 오래 연애하는 법

2021.05.03주현욱

오래 사귄다고 무조건 연애를 잘 하는 건 아니다. 연애 n년차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에게 이별하지 않고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모든 연인들의 기본은 원활한 소통이지 않을까.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가 오고 가면서 쌓이는 서로의 신뢰가 연인 관계에 큰 기반을 만든다. 여기서 싸우지 않는 팁이라고 하면, 감정에 치우친 말을 내뱉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솔직한 대화로 툴툴 털어내면서 오해를 풀어가면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느낀다. 이 싸움 따위로 이별하지 않을 거라는 끈끈함을.
연애 1년차, 배OO, 모델

오래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고, 난 그 사람과 함께여서 좋고, 그 사람이어서 좋은 것일 뿐이다.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연인을 자세히 들여다봐라. 너무 여리고 소중한 존재다. 밤하늘의 별처럼.
연애 2년차, 현OO, 스타일리스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아무리 사랑하는 내 연인이라도 마냥 매일이 처음처럼 좋을 수는 없다. 오래 만나다 보면 서로 다른 부분에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이 싫은지 보다,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것. 그러면 초심으로 돌아가 내 연인이 더 소중하고 애틋해질 것이다.
연애 2년차, 오OO, 광고 PD

오래 만나기 위한 팁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걸로 끝이다. 그런 나는 운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내리막 없이 평탄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자유로운 연애 방식을 고수한다면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에 둔 연애를 하면 된다. 내로남불은 절대 금지!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연애로 가는 길이다.
연애 3년차, 하OO, 은행원

배려, 경청, 사랑, 양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 계속 이어나가기 힘들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기상부터 취침할 때까지 상대에게 맡긴다. 그 혹은 그녀의 말씀이 정답이자 법이니까.
연애 3년차, 홍OO, 프리랜서

올해로 연애 4년 차다. 그동안 짧은 연애만 이어온 나에겐 기적 같은 기간이랄까. 이렇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서로의 성격과 취향, 사고의 결, 특히 유머 코드가 비슷해서 일 거다. 우리만 웃을 수 있는 그런 어이없는 포인트랄까. 요즘은 칫솔만 들어도 웃기다. 큰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스타일도 잘 맞는다. 그야말로 운명적인 관계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사랑해 뚱땡씨.
연애 4년차, 윤OO, 에디터

하루에도 3번 넘게 싸울 수 있는 게 현실 연애다. 그럼에도 어떻게 화해하고, 어떻게 같은 싸움을 방지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이별하지 않고 오래 사랑할 수 있는 팁이다.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을 만들면 된다. 이를테면 연락이 안 되는 문제로 많이 싸웠을 경우, 연락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으로 이동할 때마다 누구와 어디에 있는지 공유하기. 서로 협의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면 싸우는 횟수가 드라마틱 하게 줄어든다. 물론 나의 기준과 나의 연인의 기준이 같아야 한다. 만약 그것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인 거다.
연애 4년차, 오OO, 마케터

연애 기간만큼 다투는 횟수도 많아지기 마련. 그러나 무조건 ‘다툼=이별’이라고 할 수도 없다. 잘 다투는 것 또한 오랜 기간 연애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일단 말싸움을 시작했다면 끝맺음도 있으니 상대가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들어보자. 그게 싫어 회피하려고 하다 더 큰 싸움터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감정 소모적인 체력전을 달렸으니 함께 맛있는 음식 먹으며 마무리한다.
연애 5년차, 이OO, 작가

연애 초기에는 누구나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런 시기로부터의 권태가 느껴질 때다. 그런 순간들이 올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첫 번째로 그녀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억하려 노력한다. 다음 만남에서 ‘머리를 다듬었구나’, ‘귀걸이가 바뀌었네’, ‘오늘 향수 다른 걸 썼구나’와 같은 말 한마디로부터 받는 제스처나 행동으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고 전해주는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상대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은 그때그때 치트키로 사용하기 딱이다. 마지막 세 번째,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공유한다. 돌이켜보면 만남에서 중요한 ‘믿음’이라는 점수를 가장 많이 획득했다. 늘 긍정적이고 나름의 기준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며, 내 청춘을 함께해 준 그녀에게 매년 연말연시 똑같이 말했다. “우리 올해도 참 많이 사랑했구나, 힘들고 지쳤던 일은 올해에 남겨두고, 나와 함께 더 웃음 가득한 내년을 지내보지 않을래?”라고.
연애 5년차, 안OO, 의류업

동갑내기와 7년차 롱디 커플이다. 어떻게 흘러간 지 모를 우리가 지금까지 연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된다는 거다. 생긴 대로 살자. 이건 외모 비하적 뉘앙스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것을 제대로 아는 것이 나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이며, 결과적으로 자기 주제를 아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공감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7년 연애를 하면서 느낀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연애 7년차, 공OO, 드러머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가 그렇듯 내 입장만 고수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을 상대에게 더 자주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가 오랜 연애를 하는 노하우인 것 같다. 때로는 고맙다고, 때로는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나 또한 오랜 기간 만나온 내 연인에게 배운 연애방법이다.
연애 9년차, 채OO, 디자이너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