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뛴 6년 동안 준우승만 3번이다. 토트넘의 무관 기간도 13년으로 늘었다.
세계적인 레벨로 거듭났으나 아직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는 손흥민. 결국 ‘커리어 하이’를 찍은 이번 시즌 역시 아쉽게 무관으로 마무리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데뷔해 레버쿠젠을 거쳐, 지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이르기까지, 손흥민은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시즌 도중에 치러진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컵 결승전에서 패해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리그는 끝났다. 유럽리그 한 시즌의 최종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까지 끝났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최종 성적은 18승 8무 12패(승점 62)로 7위에 그쳐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하는데도 실패했다. 대신 2021/22 시즌부터 신설되는 유로파리그의 하위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 나서게 되지만, 유럽 클럽대항전의 3부리그 격이라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손흥민에게 2020/21 시즌은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시즌이다. 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기록해 두 시즌 연속 10골-10도움을 달성했다. 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10-10 클럽’은 토트넘 역사상 손흥민이 최초일 정도로 어려운 기록이다. 또 리그 17골은 차범근 전 감독이 레버쿠젠에서 뛰던 1985/86 시즌에 넣은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리그를 포함한 모든 대회에서의 기록은 22골 17도움으로 공격포인트만 39개를 올려 ‘월드클래스’ 선수임을 입증했다.
손흥민의 개인 커리어만 놓고 보면 최고의 시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토트넘은 단 하나의 트로피와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막바지에는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이적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팀 상황이 좋지 않다. 사실상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드, 첼시 등 우승권에 속한 라이벌 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케인의 이탈은 손흥민을 비롯 남은 선수들의 집단 이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탈 토트넘=우승’이라는 공식도 존재한다. 손흥민의 팀 동료였던 카일 워커, 키어런 트리피어, 크리스티안 에릭센 모두 토트넘을 떠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해당 공식은 감독에게도 적용된다. 2014년부터 5년간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컵대회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냉정히 말해 해리 케인이 떠난 토트넘은 당분간 상위권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케인의 이적 여부에 따라 손흥민 역시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2023년 여름까지다. 그가 우승을 향해 팀을 떠날지, 여전히 팀에 남아 우승 트로피를 따낼지, 어디까지나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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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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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