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a sunset. 매일 새로운 것, 순수한 것, 누군가는 지나치지만 누군가는 감탄하는 것.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
GQ 컨디션은 어때요?
V 빨리 치료받아서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콘서트를 하면 기분 좋게 끝날 것같고, 미국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엄청 울 것 같아요.
GQ (한국 콘서트에서) 아쉬움이 커 보였어요.
V 네. 다리 때문에 소파에 앉아서 콘서트 할 때 느낀 감정이 ‘와- 오프라인이었으면 아미분들 앞에서 마음 찢어지게 울었을 것 같다’였거든요. 그래서 지금 거의 걷지 않고 있어요. 집에 가면 침대에만 있어요.
GQ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라 더 그랬을 것 같아요. 뷔는 위버스로 아미들이랑 자주 소통하는 걸로 유명했잖아요. ‘소통왕 김태형’이라는 별명도 있고요. 그런 온라인 소통이 뷔에게 실제로 어떤 에너지를 주는지 궁금해요.
V 요즘은 전보다는 자주 못 하는데요, 그게 있어야 제가 살아 숨 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했어요. 그만큼 팬들이 엄청 보고 싶었는데, 못보니까요.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게 그거라서 그걸로라도 아미분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GQ 연결감이 중요했군요.
V 네. 하나하나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이 사이보그는 아니구나’ 느꼈죠. ‘이 사람들이 현실에 사는 사람인가?’, ‘정말 아미분들이 내 주위에 많나?’ 헷갈리기 시작할 때 위버스에 들어가서 진심이 담긴 글이나 편지를 읽으면 ‘음, 역시 아미들은 안드로이드가 아니었어!’ 하는 거죠.(웃음)
GQ 아미분들도 뷔 글을 보면서 그렇게 느낄 것 같은데요? ‘뷔는 안드로이드가 아니었어!’ 하고요. 며칠 전에도 MBTI가 ENFP에서 INFP로 바뀌었다고 올렸잖아요.
V 그러게요. 제가 INFP로 바뀌었더라고요.
GQ E(외향)에서 I(내향)로 바뀐 성향이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개인 믹스테이프 작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V 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전 시간을 줘야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항상 다이어리나 어딘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놓긴 하는데, 이걸 풀어내려면 적어도 시간이 3개월은 주어져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준비할 것도 많고 그러다보니 사실 자는 시간도 부족해서···, 작업까지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미뤄둔 상태예요. 조금 쉴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면 그때 작업을 엄청 하지 않을까요.
GQ 아티스트로서 순수하게 위시리스트로 남은 작업이 있다면요?
V 음···(한참을 생각하다), ‘정말 좋은 곡을 써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미분들에게 들려줘도, 지인들에게 들려줘도, 그 누구에게 들려줘도 당당할 수 있는 그런 곡요. 제가 곡을 만들고 시간이 흐르고 다시 들었을 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면 통째로 들어내버리는 스타일이라서요. 지금 작업한 곡들 중에서도 살아남은 곡이 별로 없어요. 자주 마음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그래서 가사나 멜로디도 달라지고. 어느 순간 이 패턴이 끝이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들어도 좋은 곡 하나 남기고 싶은 게 제 마지막 소원이 아닐까.
GQ 세월을 타지 않는 그런 노래요?
V 네. 예를 들면 클래식? 계속 돌고 돌잖아요.
GQ 그런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 뷔가 ‘뷔다울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알맹이는 뭐라고 생각해요? 뷔가 시간이 지나도 잃고 싶지 않은 부분이랄까.
V 제 가치관은 잃고 싶지 않아요. 항상 옳은 대로 살 순 없지만 적어도 제가 하는 행동에 있어서는 부끄럽고 싶지 않거든요. ‘부끄럽지 않을 행동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뭐든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무대에 설 때, 작업을 할 때,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라든가. 그럴 때 자신감은 스스로에게 당당해야(나오는 거고). 결국 그래야 저의 길을 예쁘게 닦을 수 있을 것 같아요.
GQ 스스로 당당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Butter’ 레코딩 때 고음 파트를 소화하지 못한 게 화가 나서 연습을 많이 했다는 인터뷰가 인상 깊었어요. 비교적 최근이고, 바쁜 와중이었을 텐데도 파트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은 부분요.
V 무사히 녹음을 하긴 했지만 저희 곡이 정말 높잖아요. 제 목소리는 되게 중저음이고 톤이 많이 낮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 높은 곡을 소화하려고 다른 멤버들보다 정말 더 많이 노력해야 했어요. 곡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면 전 무대에 설 이유가 없으니까요. ‘Butter’는 다른 때보다 발성이나 고음 연습을 더 해야 했는데요, 노력을 하니까 되더라고요.
GQ 외부보다 내부에서 자극을 받는 편인가 보네요.
V 네. 스스로한테 많이 받아요. 멤버들이 쉽게 되면 나도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빨리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라는 사람을 작동시켜주는 사람들이 멤버들인 것 같기도 해요.
GQ 아, 요즘도 필름 카메라로 사진 자주 찍어요?
V 요즘 해외여행을 잘 안 가서 많이 안 찍어요. 해외의 분위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제가 늘 인터넷에서만 보던 풍경들이라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찍었거든요. 그런 감성을 좋아하기도 하고.
GQ 그럼 뷔가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낀 ‘풍경’은 뭐였어요?
V 아, 노을이 지는 데 19분 걸리는 거요! 19분 몇 초 걸렸어요. 얼마 전에 제가 노을이 지는 걸 보면서 ‘엇 지금부터 재봐야겠다’ 하고, 타임워치로 재보니까 20분도 안 돼서 어두워지더라고요. 그 20분만큼은 절정이었어요. 전 선라이즈보다 선셋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매니저님한테도 퇴근할 때 노을 보고 가고 싶다고 자주 그래요. 노을이 지는 걸 보면 항상 하루 일과가 행복하게 끝나더라고요. 노을이 지던 19분만큼은 정말, 행복했어요.
GQ 필름 카메라도 그렇고, 요즘 트럼펫도 배우잖아요. 이전엔 색소폰도 했고. 꾸준히 클래식한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V 음, 그냥 저는 ‘감성쟁이’인 것 같아요. 진짜 좀, 약간 감성쟁이예요!(웃음) 옷을 입거나, 낡은 것을 좋아하거나, 예술을 좋아할 때 전 좀 단순해요. ‘와, 소름 끼친다. 감동이다. 예쁘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 저도 따라 하고 싶어요. ‘나도 저렇게 되게끔 해봐야지’, ‘내 악기는 음이 왜 이렇게 나오지?’, ‘저 그림 예쁘다’, ‘나도 그려봐야지’. 근데 그냥 결론, 저는 보러 다니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하하.
GQ 역시 ENFP 맞는 것 같은데요. 저도 필름 카메라 여러 대 있는데 요즘 안 찍거든요.
V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건 그나마 괜찮아요. 와, 악기는 공부를 정말 2, 3년을 해야 되던데요? 제가 원하는 곡을 충분히 연주하려면 벽이 높더라고요. 그림 그리는 것도 그 자체가 저에게 도전인데 악기만큼이나 큰 벽이더라고요. 그냥 그림이랑 악기는 집에서 혼자 끄적이고, 부르고 그렇게 하려고요. 그렇게만 해도 재밌어요.
GQ 반 고흐를 좋아한다고 해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어떤 시대로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살바도르 달리라든가, 콜 포터라든가요.
V 오 그럼 저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인물들이 보고 싶은데요? 제우스도 보고, 포세이돈도 보고.
GQ 와, 제 예상을 뛰어넘는 시대네요.
V 그런 시절의 신들을 좀 만나보고 싶어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렸을 때 소설로만 읽어서요. 제우스가 정말 힘이 센지, 아프로디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외로 힘이 세지 않을 수도 있어요.
GQ 맞아요. 의외로 아프로디테는 우리 상상보다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어요.
V 팔은 안으로 굽을 수 있거든요.
GQ 한 해가 끝나갈 무렵에 이 인터뷰가 나갈 텐데요.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카드를 쓴다면 누구한테 쓰고 싶어요?
V 저는 탄이, 연탄이요. 우리 집 강아지.
GQ 알아듣게 카드를 써줘야 하는데 어떡하죠?
V ‘멍멍멍멍’으로 할까요?(웃음) 음, 탄이가 고생했어요. 탄이가 태어날 때부터 건강이 워낙 안좋았어요. 기도가 작아서 숨을 잘 못 쉬거든요. 좀만 뛰면 기절을 해서 올해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두 번 다 실패를 해서···, 이제 약으로 어느 정도 버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 탄이에게, 힘든 일인데도 불구하고 버텨주고 견뎌주고 살아 있어줘서 너무 많이 감사하다, 남은 생까지 우리 같이 재미난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고, 나는 어른 탄이를 보고 싶어, 라고 써주고 싶어요.
GQ 기도할게요. 우리가 반려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쵸?
V 얘(탄이)가 사료를 안 먹어요. 간식만 먹으면 건강도 더 안 좋아지는데, 고집쟁이예요 고집쟁이.
GQ 마지막 질문이에요. 2022년의 김태형, 방탄소년단 뷔, 아미가 어땠으면 좋겠어요?
V 사람 김태형은 음, 일단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한번 아파보니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뷔는, 좋은 곡을 많이 써서 아미에게 들려주고 싶다. 저는 뮤직비디오와 노래가 같은 연결고리라서 노래만큼 뮤직비디오도 멋지게 찍고 싶어요. 그럴 때 생각 고리가 확 돌거든요. 그리고 아미에게는, 2022년에는 우리가 보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Official English version will be coming out through GQ Australia on 23, December. (GQ.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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