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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슈가 "꿈 이야기는 계속하지 않을까요?"

2021.12.21이지훈

끝없이 진화하는 슈가의 꿈과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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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요즘 슈가 씨는 어떤가요? 문자 그대로 안녕하신가요?
SG 딱 좋아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딱히 불편한 상황이 없거든요. 마음이 편안해요 요즘.
GQ 감정의 격랑 없이 여유롭고 안정된 느낌이 있어요. 차분하고 오롯하게 중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SG 그냥 한 발자국 뒤에서 상황들을 지켜보면 되거든요. 사람이 당연히 감정적이고 격해지는 순간이 있지만 잠깐만 참고 한 발 뒤에 서면 잘 보여요. 저는 뭔가 감정적으로 되는 상황이 오면 그냥 모든 걸 스톱시켜버려요. 잠깐 생각을 하려고요. 그래서 싸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GQ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거네요.
SG 그게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사실 화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진작에 해결되지 않았을까 해요.
GQ 슈가에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이 있다면 뭘까요?
SG 너무 많죠. 특히 데뷔 초부터 한동안 여론에 휩쓸려 다녔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반응에 되게 민감해지고, 실제로 공격적인 반응도 있었고. 근데 저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요. 단 한 명도요. 그때는 인터넷 너무 열심히 본 게 틀렸죠. 어느 순간 이게 현실이랑은 좀 다른 부분이라 느껴지더라고요. 난리 났다고 하는 어떤 이슈들이 현실에서는 잘 체감되지 않거든요. 지금은 거의 안 봐요.
GQ 지금은 유의미한 기록들만이 계속 쏟아지고 있죠. 아무리 거듭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걸 꼽아본다면요?
SG 저희는 한 3년 전의 반응들이 이제 체감이 되거든요. 그때는 몰라요. 그 당시에는 모르는 게 우리 장점이기도 한데, 저희를 띄워주는 식의 말들을 들으면 아직도 좀 어색하고 부끄럽긴 해요. 그 정도는 아닌데, 이런 생각하고. 그리고 여전히 공연하는 게 너무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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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혹시 가끔 꿈에 나오는 무대가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요?
SG 저는 2019년 서울 파이널 콘서트가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합니다. 가끔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 영상을 보고 잔 날이면 꼭 꿈에 나와요.
GQ 그동안 음악을 다뤄오면서 그것을 대하는 태도나 시야가 함께 변화했을 텐데, 계속해서 슈가를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는 뭘지 궁금해요. 이전엔 ‘한’으로써 풀어냈다면 현재의 연료는 어떻게 정의해볼까요?
SG 내 속에 있는 재미있는 생각들. 지금 외부 작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 광고음악을 한다든지 경음악을 한다든지, 사실 기존에 드문 행보잖아요. 근데 그런 도전들이 저는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내일이 기대되게끔 만드는 편이거든요. 한과 분노는 자기를 갉아먹는 경향이 있어서 내려놓고 대신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하죠.
GQ ‘슈가’와 ‘AGUST D’, 그리고 ‘BY SUGA’ 까지. 이 셋이 각각 차지하고 있는 민윤기의 지분율은 어떻게 되나요?
SG 셋 다 똑같이 저예요. 어느 캐릭터가 더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라는 것 없이 진짜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그냥 선택지를 주는 거죠. 보여주는 모습이 셋 다 너무 달라서, 사람들이 선택하고 싶은 대로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거예요.
GQ 작업물에 어떤 마침표를 찍는 개인적인 기준이나 지점이 있을까요? 재작년 그림 그리는 영상에서는 붓도 웬만해서 내려놓지 않더라고요.
SG 뭔가 안 나올 때. 그때는 과감하게 안 하거든요. 안 되는 걸 부여잡고 있는 편은 아니라서요. 근데 할 때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기는 해요. 그건 제가 그림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해도 그런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 새로 생기면 약간 무식할 정도로 하거든요. 단순히 재미있어서 오래 붙잡고 있는 거예요.
GQ 그때 완성한 작품 ‘아침’에서 파형으로 표현했던 단어는 도대체 뭔가요?
SG 캔버스 뒤에 쓰여 있어요. 나중에 누군가가 가져가도 딱 그 사람만 볼 수 있도록.
GQ 특별한 의미인가 봐요.
SG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특별할 수도 있고, 특별하지 않다고 하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고.
GQ 재미있네요. 항상 흥미로운 태도로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든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앞으로 오래오래 음악을 계속할 거라고, 슈가 씨가 인터뷰마다 분명히 내놓았던 답이 떠올랐어요.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SG 너무 좋아하지 않는 거요. 너무 좋아하면 오래 못 해요. 근데 저는 너무 좋아했었죠. 음악을 너무 사랑했지만 덜 좋아하려고 노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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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지금도요?
SG 네, 작업하는 시기가 아니면 음악을 듣지 않아요. 가능하면 최대한 멀리 두는 거예요. 그냥 내가 필요할 때만 음악을 찾아요. 너무 사랑하면 너무 사랑해서 포기해야 할 때가 오니까.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둬야 매몰되지 않고 그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의미 부여를 너무 많이 하면 힘들어져요.
GQ 그 거리는 언제쯤 두기 시작했어요?
SG 한 5년 전부터 적당한 거리두기를 시작한 거죠.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흘러가는 대로 놔둘 수도 있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고요. 곡에 있어서 내가 작업이 막혀도 어차피 저희는 팀이니까 누군가가 그걸 메워주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멤버에게 의지를 많이 하게 된 거죠. 물론 그래도 책임감으로 다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삐끗하더라도 나를 받아줄 사람들이 있구나 싶은 마음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GQ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는 굵직하고 예리한 주제가 많이 보여요. 꿈이나 현실, 고독, 희망처럼 대신 긁어줘서 시원한 이야기들이 거쳐갔는데 앞으로 어떤 키워드가 더 남아 있을까요?
SG 꿈 이야기는 계속하지 않을까요? 저도 계속해서 꿈을 꾸면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꿈을 꿀 거고요. ‘Dynamite’ 이후는 아직 어려운 고민이에요.
GQ 모두가 그 지점에 주목을 하고 있긴 하죠.
SG 분명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걸 잘 담고 싶거든요. 시소게임 하면서 또 나아가야죠.
GQ 꿈이라는 키워드는 방탄소년단과 슈가에게 유난히 애틋한 듯해요. 꿈 앞에 누구나 평등하고, 꿈이 없어도 괜찮다 설파해주었기에 현실을 사는 많은 이에게 고마운 해독이 되었어요. 그런데 때로는 목표와 꿈의 유무가 삶에서 큰 동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여전히 꿈 앞에서 미아인 것만 같을 땐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SG 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면 안 돼요. 그러니까 꿈은 그냥 꿈인 거예요. 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사실 없어도 되니까 한 거거든요. 꼭 그렇게 애쓰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78억 명의 인구가 78억 개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삶이라는 건데 자꾸 한 길로만 가게끔 만드는 게 저는 너무 안타까운 거죠. 꿈은 물론 60대나 70대도 있을 수 있지만, 세상이 유난히 젊은 친구들한테 가혹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어떤 한 길로 가서 그대로 되지 않으면 마치 실패한 것처럼 많이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살다 보면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인생이.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본인 탓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하지도 말고요. 꿈의 크기를 굳이 남과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거든요. 저도 막 엄청난 꿈을 가지고 살 것 같지만 전혀 안 그래요. 저도 지금 꿈이 없어요. 없는 게 과연 불행한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 편안해요. 또 꿈이 생기겠죠. 저는 농구를 더 잘하고 싶은 게 꿈일 수도 있고, 그런 걸 한두 개씩 이뤄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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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크든 작든 꿈은 꿈이다, 명쾌하네요.
SG 저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유들을 찾기 시작하다가 그냥 마음 편한 게 제일 좋더라고요. 걱정 좀 덜 하고 마음 편한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저는 그게 꿈인데, 이런 말을 쉽게 못 하겠는 게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위선으로 들릴 수도 있단 말이죠. 넌 다 이뤘으니까 그런 소리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고요. 그런데 그게 어떤 것이든 자신이 살아갈 원동력이 될 만한 꿈들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요. 거창할 필요도 전혀 없죠.
GQ 그리고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거군요.
SG 당연하죠. 그건 계속해서 바뀌는 거니까요. 6개월 전 나랑 지금의 나랑 너무나도 다르고, 6개월 뒤 또 달라질 거고. 생각이 안 바뀔까요? 그래서 저는 초심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 말은 관리하기 편하려고 만든 어른들의 말인 것 같아요. 사람은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변화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봐요.
GQ 그럼 슈가 씨가 언젠가 포크송 부르는 날을 기대해봐도 되겠네요? 요즘 새로 어쿠스틱이나 포크 장르에 관심 둔다면서요.
SG 부를 날이 있지 않을까요? 저 요즘 기타는 덜 쳤는데, 노래 연습은 하고 있어요. 막상 멤버들은 말리긴 하는데 제 목소리 좋아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용기 낸 거거든요. 요즘은 워낙 음악 장르에 경계가 없다 보니까 여러 가지를 섞는 크로스오버도 되게 좋아하고요. 앞으로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노래하는 모습을.

Official English version will be coming out through GQ Australia on 23, December. (GQ.com.au)

    Fashion Editor
    Shin Hye Jee
    Content Editor
    Lee Ji Hoon
    Photographer
    Go Won Tae
    Stylist
    Lee Ha Jung
    Hair
    Baek Heung Kwon
    Make-up
    Choi Si No
    2nd Production
    Kim Kyung Min
    Set Design
    Choi Seo Yun, Son Ye Hee, Kim Ah Young at Da;rak
    Assistant
    Park Ji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