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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퍼포먼스 디렉터 ‘손성득’ & 프로듀서 ‘피독’과의 대화

2022.01.07전희란

음악을 그리고 춤으로 색칠하는 두 크리에이터, 퍼포먼스 디렉터 손성득과 프로듀서 피독.

수트, 마르니 at 터미널 27. 선글라스, 보니 클라이드. 네크리스, 언네임드 Nyc.

GQ LA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 콘서트의 가장 생생한 증인이시죠. 언어로 현장 공기를 쐘 수 있을까요?
SD 아주 오랜만의 공연이었잖아요. 설렘 반, 걱정 반. 리허설과 공연 준비를 마치고 첫 번째 공연을 맞이하면서 딱 그런 마음이었어요. 소파이 Sofi 스타디움은 저희도 처음 서본 곳인데, 원래 경기장이지만 공연장으로서도 훌륭한 컨디션을 갖추고 있어요. 공연 시간이 파도처럼 차츰 다가오면서, 전 세계에서 모인 아미분들의 아미밤 불빛과 함성 소리도 함께 점점 ‘On’이 되었죠. 멤버들은 물론, 모든 스태프가 흥분하고 떨린 순간이었어요.
GQ 무대에 오르기 전, 방탄소년단 멤버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SD “이 순간을 즐기되, 너무 오버 페이스 하지는 말자”고 당부했어요. 4회 공연 동안 부족함 없이 좋은 에너지를 보여드려야 했으니까요. 쉼표가 길었던 만큼 이번에는 단체곡 위주로, 그리고 멤버들이 하고 싶었던 곡 위주로 준비했어요. 그래서 체력 소모가 더 많이 우려되었죠. 자칫 오버 페이스했다가는 텐션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첫 공연 인트로할 때 카메라에 비친 멤버들의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턱밑까지 차오른 느낌이더라고요. 그때 예감했죠. 오늘 무대 뒤집어지겠구나.
GQ 첫 곡 ‘ON’은 관객 앞에서 처음 보이는 무대라 의미가 남다르고 열기도 더 뜨거웠을 것 같아요.
SD 멤버들이 그동안 너무나도 선보이고 싶어 한 곡이 바로 ‘ON’이었어요. 간절했던 마음만큼 온몸을 던져 퍼포먼스를 하는데, 몸이 부서질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멤버들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더라고요. 지난 몇 년을 재생해볼 때, 그만큼 행복하게 즐기는 표정은 처음 본 것 같아요. 그때 전해진 표정과 에너지는 제가 퍼포먼스를 기획한 역사를 통틀어서도 새로울 정도였죠. 신기하고 감격적이었어요. 멤버뿐 아니라 저 포함 모든 스태프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우리가 어디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지, 무엇보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으니까요.
GQ 이번 <지큐>와의 인터뷰에서 지민은 “공연은 단순히 보여지는 퍼포먼스가 아니다”라며 관객과의 교감을 강조했어요. 더 진한 교감을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요?
SD 소파이 스타디움의 공연장 규모가 아주 커서 동선을 잘 짜야 했죠. 구석구석 돌아다니면 최대한 많은 팬이 멤버들의 모습과 퍼포먼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려고 신경을 썼어요. 이동 반경도 넓고, 단체곡의 연속인 만큼 체력 안배가 중요해서 곡마다 안무를 적절히 분배하려고 했고, 댄서, 밴드, 세트를 활용해 기존 안무와 다른 방식으로도 꾸며보려고 했어요.
GQ 교감이 가장 뜨겁게 느껴진 무대는 언제였어요?
SD 한 무대를 콕 집기는 너무 어려워요. 이번만큼은 첫 곡부터, 아니 첫날 공연 등장부터 마지막 공연 퇴장 순간까지 단 한시도 뜨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요. 뜨겁다 못해 녹는 줄 알았죠.(웃음)
GQ 저는 ‘Black Swan’ 무대를 보면서 일종의 전율을 느꼈어요. 멤버가 각자의 영역에서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치 7마리의 다른 새가 중첩됐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장면처럼.
SD ‘Black Swan’에서는 7명 멤버 개개인의 이미지를 좀 더 드라마틱한 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7명의 날개 모양부터 멤버들이 취하는 자세, 액팅, 제스처도 전부 다르게 구성했죠. 제가 그동안 보고 느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미지를 날개 형태를 빌려 표현해본 거예요.
GQ 역시나. 영상에서도 그 압도적인 드라마가 전해지는데, 현장에서는 얼마나 더 멋졌을지요.
SD 보통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멀리 앉아 계신 분들은 영상으로 무대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Black Swan’만큼은 멀리 앉아 있어도 잘 볼 수 있도록 무대 의상에도 신경을 썼어요. 의상에 두툼한 털을 달아 멀리서 봐도 형태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의상팀에 특별히 주문했죠. 게다가 돌출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해야 해서, 360도 사방에서 관람하는 관객을 고려해 네 방향을 돌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구도를 만들게 됐어요. 다행히 멤버들의 첫 반응도 아주 좋았고, 현장 반응도 뜨거웠어요.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죠.
GQ 퍼포먼스 디렉터와 안무가는 다른 영역이라는 걸 이번 공연에서 확실히 느끼게 된 것 같아요.
SD 퍼포먼스 디렉터는 단순히 안무를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을 기획 단계부터 무대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장해야 해요. 안무 제작은 물론이고 무대 연출, 기획, 음악, 비주얼 등 춤의 영역뿐 아니라 무대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이해하고 만들 수 있어야 하는 분야죠.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고 많은 관심과 공부가 필요한 이유예요.
GQ 지금 가장 뜨거운 춤은 진의 ‘슈퍼 참치’가 아닐까요? 전 세계적으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고요. 이 곡을 처음 들은 느낌은 어떠셨어요?
SD 처음엔 노래가 잘못 온 줄 알고···.(웃음)
GQ 하하하!
SD 진과 통화하면서 “안무가 아주 쉽고, 아주 B급스러웠으면 한다”라는 주문을 받았어요. “정말 그래도 될까?” 재차 물었는데, 단호하게 그렇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날 저녁 바로 안무를 만들어 보내줬어요. 그런데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3~4번 수정을 거친 끝에 완성한 게 지금의 안무예요.
GQ 안무가가 말하는 ‘슈퍼 참치’ 춤의 포인트는요?
SD 팔딱거리는 참치를 표현한 손동작, 그리고 낚시하는 진의 모습요. 팬분들이 진이 낚시하는 모습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넣어보았는데, 결국 그게 포인트가 되었어요.
GQ B급을 자처하는 월드 와이드 핸섬이라니.
SD 사실 B급 감성이란 게 보는 사람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에요. 진의 잘생긴 비주얼과 밝고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GQ ‘Dynamite’를 듣자마자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는 안무를 떠올리셨다고요. 영감은 그렇게 불현듯 찾아오나요?
SD 영감은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여러 창구로부터 찾아와요. 이를테면 영화 속 장면이나 친구들과의 대화, 행동, 그리고 어떤 공간의 움직임으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하죠. 곡을 듣고선 영감이 재빨리 올 때도 있고, 좀처럼 찾아와주지 않을 때도 있어요. 듣자마자 ‘이런 동작, 이런 느낌, 이런 그림!’ 마구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신이 나서 작업도 수월하게 진행돼요. 반대의 경우에는 작업이 아주 힘들고 더뎌지기도 하죠.
GQ 음악에 몸을 맡겨 안무를 떠올린다면, 정말 노래를 귀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겠네요.
SD 맞아요. 처음 노래를 들을 때는 음악의 스타일과 콘셉트를 인지하고 듣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해요. 가사와 분위기에 풍덩 빠져서 감정 이입을 해보기도 하고, 마음껏 상상해보기도 하죠.
GQ 방탄소년단의 음악에서 가사와 메시지가 중요하듯, 평소 가사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신다고 들었어요. 춤의 영감을 위해서 작사, 작곡가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나요?
SD 질문을 던지기 전에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나였으면 어땠을까? 가사 속에 담긴 마음, 메시지에 나라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했을지 고민하고, 상상하면서 표현으로 옮겨봐요. 노래를 들으면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는 이유도 그런 부분 때문이에요. 그 후에는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지점이 멤버들이 생각하는 메시지나 가사의 의미와 잘 맞는지, 무엇을 더 담고 덜어낼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죠.
GQ 예전 ‘방탄, 가슴을 열어라’에서 정국이 우스갯소리로 디렉터님에게 이렇게 외쳤죠. “제발 안무 한 번에 컨펌 나게 짜주세요!”라고요. 요즘은 컨펌이 수월해졌나요?
SD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때그때 달라요.(웃음) 컨펌도 컨펌이지만, 제가 마음에 안 들면 들 때까지 바꾸는 편이라서요.
GQ 아티스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나요?
SD 많이 내죠. ‘뱁새’ 안무 동작에도 멤버들이 장난치면서 추던 춤 동작이 들어갔고, ‘Butter’에서 ‘ARMY’ 글자를 형상화한 것도 멤버들의 의견이었어요. 동작의 디테일 면에서도 다양한 제안을 해주고요.
GQ 아미가 무대에서 보고 싶은 곡 1위로 ‘Louder Than Bombs’를 꼽은 적이 있어요. 이 곡의 안무를 짠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세요?
SD 완전 치명적이게!
GQ 굉장히 기대되는군요! 오랜 세월 춤을 추면서도 여전히 새롭게 즐거운 순간들이 있나요?
SD 요즘은 제 아들 모아(이름이 ‘손모아’다)가 춤추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DNA는 어쩔 수 없는 건지···. 상당히 열성적으로 추는데, 저도 함께 추거든요. 그럴 때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GQ 다양한 창구로부터 영감이 찾아오는 것처럼, 요즘 새롭게 영감이 되는 것들도 있겠죠?
SD 요즘은 동료들, 팀원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요. 서로 영감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동력을 얻죠. 작업하면서 함께하는 이들로부터 배우고 느끼는 부분이 많아요. 최고의 팀원들을 만난 게 늘 감사하죠. 그리고 무대 위에 선 방탄소년단 멤버들로부터도 많이 배워요. 이제 무대 위에서는 그들이 저보다 더 프로니까요.

더블 브레스티드 롱 코트, 준지. 다디오 틴티드 선글라스, 젠틀 몬스터.

GQ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 콘서트 보셨어요? 저는 영상으로 두 번 봤는데, 아직 감흥에 젖어 있어요.
PD 봤죠. 오랜만에 팬분들과 직접 대면한 콘서트라 그 열기가 다르더라고요. 현장에서 하나 되는 에너지가 화면 너머로도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다른 작업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서 아쉬워요.
GQ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누구보다 많이 들은 분이니 새삼스러울까 싶지만, 무대를 보는 느낌은 또 다를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는요?
PD 콜드플레이와 함께한 ‘My Universe’요. 한국에서 녹음할 때도 ‘아, 이 곡은 콘서트장에서 팬분들과 함께 부르면 좋겠다’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게 현실이 되니 굉장히 감격스럽더라고요.
GQ 프로듀서로서도 콜드플레이와의 만남과 작업은 특별했죠?
PD 크리스 마틴이 한국까지 찾아와서 녹음 작업을 함께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거기서 이미 음악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느꼈죠. 특히 멤버들이 부르는 한글 가사가 가져다주는 정서, 언어적인 특색을 몸소 이해하면서 디렉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굉장히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고 녹음한다는 점도요. 열정 그 자체였어요.
GQ 영상으로 공개된 녹음 현장을 보니 크리스 마틴이 마치 ‘성덕’이라도 된 것처럼 방방 뛰더군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두고 한 말도 퍽 인상적이었어요. “익숙한 노래와는 조금 다른 특이한 구조와 멜로디를 지녔다”라고 했죠. 대표적으로 ‘Mic Drop’을 꼽았고요. 작업할 때 ‘다름’을 의식하는 부분도 있어요?
PD 특별히 무언가 다르기 위해 의식하면서 작업을 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그때그때 시대의 변화에 맞추면서, 거기에 멤버들의 점점 넓어지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조화롭게 음악에 녹이려 하죠. 그걸 마음의 중심에 두고 작업해요.
GQ <I-LAND> 보면서 평가 기준에서 단순히 실력보다는 곡의 이해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어요. 그게 어떤 ‘다름’을 만든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PD 흔히 아이돌이라 하면 누군가가 만든 음악을 그대로 부르고, 안무가가 짜준 춤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죠. 저는 연습생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 그 배경이 되는 문화까지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죠.
GQ 간혹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특정 배우의 연기를 상상하곤 한다고 하죠. 작곡가도 곡을 쓰면서 마음껏 상상하고, 부르는 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일종의 체험도 하시나요?
PD 그렇죠. 방탄소년단과는 연습생 시절부터 벌써 10여 년간을 쭉 같이 작업해왔으니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거나 소화 가능한 영역,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때 어떻게 부를지를 늘 상상해요. 거기에 맞추어 작업을 해나가죠.
GQ 상상과 계획에도 불구하고 그 예상을 훌쩍 뛰어 넘은 경험도 있죠?
PD 시행착오를 겪으며 길을 찾아가면서 더 완성도있는 곡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봄날’을 프로듀싱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RM이 한강에서 만든 작업을 보내왔는데, 첫 소절이 “보고 싶다”였어요. 랩으로 시작해 후렴구 멜로디까지 만들어 보내줬는데, “보고 싶다”는 첫 소절을 듣자마자 작업의 실마리가 훅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그 뒤에는 어렵지 않게 작업을 완성해나갈 수 있었죠.
GQ 그 녹음본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초안은 어땠을 지 무척 궁금해요.
PD 사실 처음 RM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는 개인의 색깔이 짙어서 팀 전체에 어울릴지는 미지수였어요. 그런데 보컬 멤버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상상 이상의 작품이 나오게 되었죠.
GQ 언젠가 RM이 ‘봄날’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요. 떨어지는 것이 원래는 ‘눈꽃’이 아니라 ‘낙엽’이었다는 말도. 그나저나 랩 라인(RM, 슈가, 제이홉)의 보컬도 갈수록 멋지잖아요. 들을 때마다 어쩐지 뭉클한 느낌도 들고요.
PD 래퍼와 보컬리스트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를 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드레이크만 봐도 그렇고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영리하게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프로듀서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래퍼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보컬 영역이란 게 있는데, 그걸 아주 훌륭하게 표현해서 우스갯소리로 보컬리스트로의 욕심을 내는 멤버도 있는 것 같고···.(웃음)
GQ 그 멤버 누군지 왜 알 것 같은 기분일까요? 작년에 한 인터뷰에서 정국이 이런 말을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프로듀서님이 ‘Permission to Dance’ 가이드를 듣고는 “가이드를 따르지 않고 네 스타일을 살려서 불러도 좋겠다”고 했다고요. 가이드를 따를지 말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PD 비단 정국만의 예는 아니에요. 어떤 노래든 큰 틀에서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면 각자의 개성을 살리도록 해요. 멤버 간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GQ 그러면 정국만이 지닌 보컬로서의 개성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PD 팝에 최적화된 보이스 톤, 거기다 한국적인 정서가 목소리에 묻어나요. 감정의 디테일이 섬세하게 살아 있죠.
GQ 진, 지민, 뷔의 보컬 역시 각자의 영역에서 훌륭한 기량을 뽐내고 있죠.
PD 진은 굉장한 미성의 소유자인 동시에 중저음을 낼 때도 탁월한 감성이 있어요. 한국인의 가슴을 긁는 정서라고 할까요. 지민은 소년의 아름다운 보이스로 귀를 확 휘어잡는 매력이 있고, 뷔는 잘 알려진 것처럼 저음 톤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단어 하나하나에 그만의 세련된 매력이 묻어나죠. 녹음하다 보면 제가 몰랐던 방향성이 그려질 때도 많아요.
GQ 뷔는 ‘Blue & Grey’에서 놀라운 프로듀싱 능력도 보여주었죠.
PD 뷔가 최근에 녹음 작업을 하면서 믹스 사운드적인 부분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묻곤 해요. 어떻게하면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자신이 만드는 음악에 녹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GQ ‘병’에서 보여준 제이홉의 열정도 대단하죠. 직업병과 유리병을 덧대어 표현한 게 좋더라고요.
PD 제이홉과 최근에 작업 중인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가수가 자신의 곡을 직접 작업하다 보면 본인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음악에 갇혀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좁아지게 마련인데, 제이홉은 늘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하고 시도해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깊어요. 이 역시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이에요.
GQ 방탄소년단의 음악뿐 아니라 피독의 음악적 행보를 보면 놀랍도록 증폭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는 굉장한 힙합 마니아였잖아요? 좋은 음악에 관해 생각하는 정의가 달라지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요.
PD 맞아요. 좋은 음악에 대해 내리는 정의는 늘 변해왔어요. 최근에는 실크 소닉 Silk Sonic의 음반을 들으면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이야말로 정말 좋은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들의 음악은 분명 ‘60~70’s Retro R&B, Soul, Funk’로 197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지만, 그것을 미묘하게 현대적으로 풀죠. 결과적으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멋진 음악이 탄생했고요.
GQ ‘좋은 음악’에 대해 달라진 생각이 최근 작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PD 요즘 제가 어린 시절 좋아하고 감동했던 1990년대 힙합이나 R&B 음악을 다시 꺼내서 들어보고 있어요. 그 시절 제 감성에 지대한 영감을 준 음악을 베이스로 해서, 그것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해보고요. 올드 스쿨과 뉴 스쿨이 조화된 음악을 많이 시도해보려 해요.
GQ 이런 것도 영감이 되는구나, 할 정도로 여전히 새로운 음악적 영감과 조우하기도 하나요?
PD 팬데믹 기간에는 다양한 문화적인 자극을 받기가 어려웠어요. 슬럼프도 길게 겪었죠. 최근에는 mpc(리듬 머신)를 장만했는데,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놀이하듯 음악을 만들어보고 있어요. 아직 작업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작업 욕구가 샘솟고 있는 시점입니다.
GQ 업으로부터 여전히 설렘과 애정을 느낀다는 건 아주 귀한 일이죠. 누군가 이 일을 꿈꾼다면 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PD 대중음악은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을 사랑하는 마음, 노력, 꾸준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진심을 다해 음악을 사랑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GQ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가. 그 빛이 바래지 않고 계속 좋은 음악으로 답을 해주시면 좋겠네요. 혹시 지난 커리어의 어떤 한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새롭게 작업하고 싶은 곡이나 앨범이 있어요?
PD 없는 것 같아요.
GQ 정말요?
PD 매 순간 후회 없을 만큼 열정과 노력을 불태웠으니까요. 그리고 그 시절로 돌아간대도 그만큼 불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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