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말하고 나면 속 시원한 나의 사소한 비밀 대방출

2022.02.16주현욱

날 괴롭게 했던 비밀을 곱씹어 본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나만의 고충 고백.

나는 손이 큰 편이다. 비밀이라고 말하기엔 모호할 수도, 어떻게 보면 콤플렉스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어렸을 때만큼은 꼭꼭 감추고 싶었던 커다란 손. 친구들은 아빠 손같이 따뜻하다며 말해 주기도 했지만 난 내 손이 싫어 항상 소매를 손등까지 덮어 옷을 입고는 했다. 사진을 찍을 때나 연애를 할 때, 언제 어디서나 드러나는 손을 숨기기 바빴던 그때 그 소녀의 여린 마음을 누군가는 알까. 여리여리하지 못한 나의 손을 미워했던 그때 그 소녀의 불편한 마음을 누군가는 알까.
김OO, 에디터

촬영 전날 급하게 하루 굶고 스케줄을 갔던 적이 있다. 헤어 메이크업을 받던 도중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났고, 당황한 나는 일단 상황을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속이 안 좋다는 핑계로 아픈 척을 했다. 그것도 끝날 때까지… 하필 11시간 촬영이었는데, 순간의 잘못된 대처로 밥 한 숟갈 떠보지 못하고 쫄쫄 굶었다.
토O, 모델

얼마 전 탈모가 진행된 지 2주 만에 알아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원인을 생각해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남들과의 비교에 익숙해져 마음이 작아지고 힘들었던 날들, 그로 인해 받았을 크고 작은 상처로부터 얻은 탈모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삼았다. 왜 나는 남과 비교하며 살았는지, 남에게 빌빌거리며 살았는지를 생각하며 나의 장단점을 다시금 되돌아 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런 말 하기 쑥스럽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탈모는 내게 고마운 존재다.
양OO, 포토그래퍼

얼마 전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거실에서 TV를 없앴다. “나 원래 TV 잘 안봐. 시끄럽잖아. 영화볼 때나 필요할까? 그래서 안방으로 옮겼어.” TV를 보지 않는 것이 마치 고상한 취미인양 약간의 으스댐을 섞어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요즘 거의 매 끼니를 침대 위 TV 앞에서 먹는다. TV가 없는 적막한 거실 식탁에서 밥을 먹으려니 어쩐지 서러웠다. 재택 근무가 길어지면서 더욱 더… 그래서 찾은 답은 작은 트레이에 밥과 반찬을 올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침대 끝에 앉아 밥을 먹는 것. 샐러드도 아니고 찌개나 라면까지 이 어설픈 각도로 먹다보니 침대 시트가 빨리 더러워지는 건 물론이고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지만, 한번 시작된 습관은 끊기가 어렵다. 최근엔 예전에 할머니댁에서 봤던 ‘양은 소반’을 쇼핑몰에서 검색해봤다. 이왕이면 화려한 꽃무늬가 있고 얇은 다리를 접었다 펼 수 있는 것으로 사볼까 한다.
손OO, 카피라이터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의 반을 일하는 것도 모자라 직장 상사와 밥까지 먹어야 하는 건 큰 희생이 뒤따른다. 식사는 무조건 함께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 문화 속 소속된 집단에서 “혼자 먹을게요”라고 말하는 건 너무 튀는 행동이며 눈치 보이는 일이다. 어쩌다 보니 식사 중 먼저 일어나기 및 회식 피하기 등 나만의 매뉴얼이 생겼다. 첫째, 밥 먹는 데만 집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식사를 마친 뒤, 급하게 통화 받을 일이 있다며 잠깐 일어나는 척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 둘째, 퇴근 후 회식으로 내 금쪽같은 시간을 바치는 게 싫을 때 친구 또는 지인의 일을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말할 것. “하루 종일 일하고, 또 일하러 가냐”는 측은한 마음을 들게 해 붙잡기 미안하게 만드는 거다. 물론 선약이나 계획은 없었다.
정OO, 영어 강사

탄수화물 중독은 담배나 마약보다 더 끊기 힘든 것임을 자부할 수 있다. 특히 흰쌀밥. 한국인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가정에서 밥을 섭취한다. 나는 주로 흰쌀밥을 섭취하며 커왔다. 그 때문일까. 나는 흰쌀밥에 도취됐고, 중독이 되어있다. 어떤 반찬이 있어도 두 공기는 기본으로 먹을 수 있고, 그 어떤 재료나 소스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도 있다. 늘 주위 사람들에겐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지만, 나는 내 사랑 흰쌀밥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루 만에 끝내기 일쑤다. 쌀밥을 먹어도 살이 빠질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이OO,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