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진부한 표현도 민호를 거치면 진언이 된다.
GQ 확실히 오른 손등이 햇볕에 좀 더 그을었네요.
MH 그래요? (양 손등을 대보며) 그래도 지금 거의 맞춰졌는데. 올 여름에 또 오른쪽이 더 타겠죠?
GQ 골퍼라서 그런가, 역시 무슨 얘긴지 바로 아네요.
MH 그럼요. 골프 장갑은 왼손에 끼니까. 겨울 동안 네 달 넘게 (라운드) 안 해서 그런지 저절로 피부 톤이 다시 맞춰지더라고요.
GQ 네 달이나 쉬었어요? 일주일에 다섯 번도 필드 나갔다던 분이?
MH 작년 여름에 그렇게 나갔는데, 겨울에는 잘 못 갔어요. 지난주에 드디어 첫 라운드를 했습니다.
GQ 올해 첫 스코어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MH 만족하진 못하지만, 87개 쳤습니다.
GQ 오, ‘라베’와 근접한 타수 아닌가요?
MH ‘라베’는 사실 작년에 너무 잘 친 적이 있어서···. 싱글을 한번 쳤기 때문에···.
GQ 싱글이라 하면 81타 이하잖아요. 지난해 ‘라베’ 가 84타인 걸로 아는데 그사이 싱글한 거예요?
MH 네, 79타. 두 번 쳤어요, 작년에. 대외적으로 좀 조용히 있었는데, 하하하하. 왜냐면 골프는 겸손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도 겸손하게 하기 위해서 조용히 있었습니다.
GQ 축하부터 드리고 시작해야겠군요. 그런데 정말 단기간에 돌파한 편 아닌가요?
MH 감사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해야죠.
GQ 과거 <지큐>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이란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죠. 골프와의 첫 만남은 어땠어요?
MH 사실 처음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정적인 스포츠인 편이라 저와는 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저는 축구, 농구, 뛰고 땀 흘리는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니까.
GQ 그런데 어쩌다 다시 빠지게 됐어요?
MH 그러다가 작년에 다시 라운드를 하게 됐는데, 제가 군대 가기 전에 처음 골프를 접했거든요? 그 때도 못 치긴 했지만 그래도 (기록이) 100타 안에 들어오고 90타대도 치고 그랬는데, 2년 만에 다시 채를 잡으니까 안 되더라고요, 아무것도.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저번엔 분명히 됐는데 안 되니까. 그래서 연습도 하고,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니까 더욱 더 많이 하고 그랬죠.
GQ 그 조그만한 공이 참 마음대로 안 되죠.
MH 맞아요. 진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GQ 연습은 얼마나 하는 거예요? <골프왕2>에서 양세형 씨나 장민호 씨가 민호 씨한테 늘 그러잖아요. 연습 좀 그만하라고. 어느 정도길래 그래요?
MH 그때는 진짜 더더욱 잠을 안 자면서 하루에 30분이라도 채를 잡았고, 스케줄이 비면 대여섯 시간씩 연습했죠. 손에서 물집이 터질 때까지 했죠.
GQ 이 말을 간신히 참았어요. ‘왜 그렇게까지···?’
MH 하하하하하. 잘 치고 싶었어요, 정말. 될 것 같은데 안 돼서 그런가 봐요. ‘분명히 돼야 하는데 왜 안 되지?’ 싶은. ‘대체 왜?’ 싶은 거죠.
GQ 오기라고 해야 하나.
MH 그렇죠. 승부욕을 자극시켰죠.
GQ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스포츠여서” 골프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답네요.
MH 정말 그래요. 물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축구, 농구도 그런 건 마찬가지지만 거기선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른 걸로 커버가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공을 너무 잘 찼는데 골대를 맞고 나와요. 그럼 다시 달려가서 찰 수 있는 1퍼센트의 기회가 남아 있거든요. 그런데 골프는 그렇지 않아요. 골프는 이미 떠나간 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GQ 골프는 18홀까지 한 타 한 타 나아가긴 하죠.
MH 그렇죠. 돌이킬 수 없어요. 진짜 어렵고 재밌는 스포츠입니다, 골프는.
GQ 그럼 요즘 파악한 자신의 골프 강점과 약점은요?
MH 강점이자 약점인데 분위기를 타면 너무 잘해요. 그래서 무너지면 또 계속 무너져요. 실수가 나오면 잊고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자꾸 ‘왜 그랬지’ 파고드니까 다음 샷에 집중을 못 하는 거죠. “가장 단순한 생각이 가장 골프를 잘하게 한다”고들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단순하지 못해서 좀 아쉬워요. 더 단순해도 되는데.
GQ <골프왕2>에서도 그런 면이 보였어요.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 실수하면 축 처지는 어깨.
MH 맞습니다. 골프에서는 그러면 안 되는데. 많이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GQ 눈을 의심한 장면도 있었어요. <골프왕2> 첫 화 에서 채를 잡고 샷을 준비할 때마다 몸을 무척 꼼지락거렸단 말이죠?
MH 으하하하하하, 네.
GQ 그런데 2, 3화부터는 그런 모습이 말끔히 사라졌더라고요. 깔끔하게 공을 치는 모습을 보고 편집의 힘일까, 인식하고 고친 걸까 궁금했어요.
MH 일단 고친 게 맞아요. 김미현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원래 인터록킹 (Interlocking, 오른손의 새끼손가락이 왼손의 검지와 얽히면서 손잡이를 잡는 동작)으로 잡거든요? 대표적으로 타이거 우즈가 그래요. 그런데 보통 남자 선수들은 손가락을 겹쳐서(오버래핑 Overlapping,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왼손 검지 위를 덮어 쥐는 것) 잡아요. 김미현 감독님이 오버래핑 그립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바꾸고, 자세도 바꾸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꿨어요. 정말로 감독님 말씀은 다 들었어요.
GQ 그러니까. 습관이란 게 바꾸기 쉽지 않잖아요.
MH 계속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그래서 ‘이건 하면 안 돼’, ‘이렇게 하지 마’ 하고 공을 치기 전에 생각이 더 많아지긴 했는데, “바꾸면 당장은 못 치지만 나중에는 더 잘 칠 거예요”라는 말씀에 그간 배운 것 다 버렸어요. 꼼지락거리면서 치나 그냥 치나 그때는 못 쳤기 때문에 과감히 다 바꿀 수 있었죠. 잘하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놨죠.
GQ 목표가 뭐예요? 잘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MH 목표는 없어요. 아, 있다. 골프의 제일 좋은 점이 20대 혈기 왕성한 젊은이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부족한 70~80대가 붙어도 70~80대가 이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유일한.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골프하고 싶은 게 목표예요. 잘 친다는 건 사실, 골프는 매너와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배워서 그게 곧 잘 치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는 것도.
GQ 저는 프로들을 보면 대국 두는 바둑 기사가 떠올라요. 엄청나게 예리하고 차분하게 수를 읽어나가죠. 민호 씨에게 골프란 어떤 모습이에요?
MH 저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스포츠. 제게 없는 부분, 제게 부족했던 부분, 솔직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포츠예요. 그래서 저한테 더욱 더 도움이 돼요. 왜냐면 어떤 스포츠를 해도 못 한 적이 별로 없었고, 다 잘 따라갔고, 좌절도, 실패와 패배감도 그렇게 크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골프는 그런 거죠. 골프로 인해 몰랐던 저의 모습을 알게 됐어요. 달려들 줄만 알았는데 한 발 물러설 줄도 알게 되고, 많은 걸 배웠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가봐요, 골프란 게. 저와 달라서.
GQ 흥미로워요. 스스로 몰랐던 모습이라면요?
MH 제가 워낙 열정적이란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뭔가 실패했을 때, 안 됐을 때, 자책을 이렇게 많이 할 줄 몰랐어요. 물론 겉과 속 모두 제 자신이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을 들키면 생각보다 굉장히 흔들린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게 부족하다는 걸 어디 가서 들킨 적이 별로 없었는데 골프는 한 개의 미스를 하면 확연하게 드러나잖아요. 모두에게 들키는 거잖아요. 그러면 내가 엄청 흔들리는구나, 지금까지는 안 들키려고 하며 살아 왔구나···. 몰랐던 거죠. 들켜봐야 제 자신을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만들어지나 봐요.
GQ 갑자기, 골프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민호 씨는 내려놓음과 동시에 엄청난 연습으로 그 거울을 깨끗이 닦고싶은 것이고.
MH 솔직히 다 내려놓진 못했어요. 아직도 화가 나고, 열 받기도 하고, 골프채 팔까, 골프 백 다신 안 보게 태울까 이런 생각도 하지만서도,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성격상 ‘그래도 다시 해야지’ 그렇게 돼요. 하하하하하.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캄’해진 부분이 생겼죠.
GQ 요즘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무엇을 좀 극복하고 싶은가요?
MH 오랜만에 채를 잡아서 확실히 ‘샷감’이 너무 많이 떨어···, 아니 무슨 운동선수도 아니고 ‘샷감’이라니. 어쨌든 감을 찾으려고 하고 있고요, 올해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150미터 쳐야 하는데 ‘뒤땅’ 쳐서 20미터 보내고 그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이제 안 하려고요. 이번 주는 계속 <더 패뷸러스> 촬영하고 다음주에 라운드 하러 필드 나가거든요. 설렙니다. 연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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