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애플 TV+. ‘파친코’에서 ‘포 올 맨카인드’까지, 지금 당장 시청해야 할 11편의 작품.
애플 TV+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9년 11월 애플 TV+는 소수의 시리즈로 시작되었지만 비교적 싼 금액대의 결제권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올해 애플의 ’코다’가 OTT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수년 동안 오스카상을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인 넷플릭스보다도 먼저 우위를 점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평단에서 깜짝 히트를 친 ‘세브란스’와 에미상 수상작 ‘테드 래소’와 같은 작품도 추가되어 애플의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졌다. 이제 막 애플 TV+를 구독한 사람들을 위해 지금 가장 핫한 히트작과 과소평가된 보석 같은 작품들, 그리고 무조건 봐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1. 세브란스(Severance)
사랑스럽고 시크한 드라마 세브란스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IBM 시대의 사무실 디자인처럼 치밀하게 세팅된 기괴스러운 세계관이 신선한 작품이다. 신비로움과 사악함이 공존하고 동시에 권위적인 인물들,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의 화면 연출, 직장을 배경으로 한 SF적 소재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미스터리물을 완성했다. 냉담한 직장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에 잔잔한 재미를 더해 몰입감을 높이는 작품. 또한 크리스토퍼 월켄(Christopher Walken)과 존 터투로(John Turturro), 아담 스콧(Adam Scott)의 뛰어난 연기도 감상 포인트.
2. 테드 래소(Ted Lasso)
테드 래소의 결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제이슨 수데이키스(Jason Sudeikis)가 연기한 주인공 테드 래소가 미식축구 감독에서 잉글랜드 축구팀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담은 시트콤같은 드라마다. 테드는 엉뚱하지만 또 가끔은 멋있다. 이 아재미 넘치는 주인공 캐릭터가 꽤 큰 감동을 선사한다. 공동체의 유대감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에 위안을 주고 지친 어른들을 달래는 코미디 드라마.
3. 파친코(Pachinko)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드라마 파친코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한 대하드라마다. 애플 TV+의 작품 중에서도 1000억대의 호화로운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으로 광범위한 세대를 아우르는 이러한 시대극에서 제작비의 가치가 더욱 발휘된다. 3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80년대 후반 불안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재일 한국인 가족이 겪는 모든 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영상미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파친코는 매력적인 캐릭터, 의외의 반전 스토리, 애절한 감정의 울림으로 가득하다. 19세기 장편소설에 버금가는 장대한 TV 프로그램.
4. 슬로 호시스(Slow Horses)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풍의 첩보물과 ‘미드 부통령이 필요해(Veep)’의 신랄한 관료주의 풍자가 합쳐진다면? 바로 ‘슬로 호시스’일 것이다. 슬로 호시스는 비밀첩보부 MI5에서 쫓겨난 뒤 슬라우 하우스(Slough House)라는 자질구레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빈둥거리는 스파이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게리 올드먼이 연기한 퇴물 직원 잭슨이 부하 직원들에게 욕을 퍼붓기만 하는 다크한 직장 시트콤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휘몰아치는 음모의 한가운데에 빠지게 되고 드라마는 점점 더 탄탄한 스파이 스릴러로 거듭난다. 긴장감 속 유머와 조직 세계의 날카로운 풍자가 재미를 더한다.
5. 맥베스의 비극(The Tragedy of Macbeth)
카리스마 있고 매혹적인 50년대 태생의 두 배우,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 거기에 동시대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하나인 조엘 코엔이 재해석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 ‘맥베스의 비극’. 코엔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은 흑백필름 촬영, 미니멀한 밀실 세트, 섬뜩한 클로즈업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스코틀랜드 연극의 요소를 활용해 담아낸 미장센에 주목할 것. 셰익스피어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6.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달에 갔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드라마는 60년대 우주 경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초기 에피소드는 미국 소련 사이의 갈등을 촉발한다면 시즌 2가 되자 본격적으로 달 우주선을 세우고 우주를 향한 경쟁은 더욱 과열된다. 스토리는 더욱 선명해지고 전개는 빨라지며 등장인물들은 야망과 충성심을 드러내며 상황은 더욱 극적으로 몰린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기록과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을 설정하여 대체 역사 스토리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미국은 자신들보다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소련에 뒤처지자 더 큰 성공을 꾀하고, 궁극적으로 이는 국가의 더 큰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 드라마는 실패에 대한 대응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7. 더 모닝쇼(The Morning Show)
훌륭한 엉망진창 쇼를 보고 싶다면 반드시 시청해야 할 작품이다. ‘더 모닝쇼’는 갈등에 의해서 전개되는 드라마다. 한 성질 하는 세 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스티브 카렐을 주축으로 미투, 대통령 탄핵 등 현재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사회 문제와 성공을 위한 암투,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의 지저분한 구석을 들추면서 인물들은 입체적으로 행동하며 각각의 서사를 끌고 나간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드라마. 하지만 흥미진진하다.
8. 우린폭망했다(Wecrashed)
이 애플 오리지널의 화제작은 원더리의 인기 팟캐스트 ‘우린폭망했다: 위워크의 성공과 몰락(WeCrashed: The Rise and Fall of WeWork)’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위워크의 오만하고 괴상한 창립자 애덤 뉴먼역의 자레드 레토와 그의 아내 리베카 뉴먼을 맡은 앤 해서웨이의 빼어난 연기가 실화를 소재로 한 극의 재미를 이끌어간다. 초고속 성장을 이룬 유니콘 기업의 CEO지만 광기 어린 괴짜 기질이 다분한 애덤의 거침없는 폭주를 그린 신들이 흥미롭다. 기네스 펠트로와 한국 배우 김의성의 출연도 관전 포인트. 흥망성쇠의 롤러코스터를 감상해보자.
9. 모스키토 코스트(The Mosquito Coast)
모스키토 코스트는 ‘폴 서룩스’의 유명 소설을 바탕으로 1986년 해리슨 포드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던 작품을 또다시 새롭게 각색하여 등장한 드라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배관공인 주인공 앨리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러던 중 앨리는 기관의 요원으로부터 쫓기게 되는데 그 원인과 내용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멕시코의 건조한 사막과 울창한 정글을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 인상 깊은 드라마.
10. 디킨슨(Dickinson)
애플 TV의 ‘디킨슨’은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따뜻하게 그리고 기발하게 그려낸다.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디킨슨 역을 맡아 퀴어의 정체성과 성장 이야기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역사적으로 1800년대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팝송과 현대적인 화면 연출로 시대적 예술성을 강조했다. 극적인 문학 천재를 연기한 스타인펠드는 신선하고 다면적인 방식으로 디킨슨을 오마주했다는 평이다.
11.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이 전설적인 록 밴드는 그 당시, 특히 영화로는 더더욱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고, 가수 루 리드와 니코, 기타리스트 스털링 모리슨, 후원자 앤디 워홀 등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이 작품의 감독 토드 헤인즈는 라 몬테 영, 토니 콘야드, 조나스 메카스 같은 밴드 생활을 경험했던 사람들과 함께 언더그라운드의 흔적을 다시 찾아 나선다. 그 당시 뉴욕 거리를 지배했던 록의 미학을 재정립하고 당시 예술 영화들을 통합함으로써 보기 드문 음악 다큐멘터리를 탄생시켰다. 이 영화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보내는 러브 레터이자, 아방가르드 영화 제작자 세대에게 보내는 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