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안지영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그리웠어요"

2022.05.27신기호

다시 여행을 떠날 시간.

언밸런스 데님 케이프, 러플 디테일 데님 팬츠, 모두 로에베. 화이트 셔츠, 살바토레 페라가모.

GQ 콘서트가 얼마 안 남았죠. 일주일? 무엇보다 전석 매진! 축하해요.
JY (짝짝짝!) 저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기분 좋으라고 그러나 보다 했는데 정말 매진인 거 있죠? 그때부터 다시 설레고, 기대되고, 걱정도 되고요.
GQ 첫인사 준비해둔 거 있어요? 오랜만이잖아요.
JY 보고 싶었다고 말하려고요. 너무 보고 싶었다고.
GQ 등장부터 울면 안 되는데, 벌써부터 눈가가 좀 촉촉한데요?
JY 그런데 저 울 것 같아요. 어쩌죠? 제가 그렇지 않아도 울 것 같은 마음에 집에서 시뮬레이션도 해봤거든요? 그런데 역시나 눈물이 막 나는 거에요. 연습실에서 모형 마이크 들고 연습할 때도 많이 울고. 저 큰일 났어요 정말.
GQ 에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벅찬 감정 같은 거니까.
JY 네, 그리움? 너무 그리웠던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에스닉 패턴 셔츠, 에트로. 골드 네크리스, 펜디.

GQ 아니, 정말 오랜만이잖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JY 아주 평범하게요. 거의 집에만 있었지만요. 흐흐흐.
GQ 쉬었던 시간을 축약해보면 어떤 단어가 떠올라요?
JY 재충전?
GQ 재충전하면서 뭘 가장 크게 얻은 것 같아요?
JY 제가 예전에는 조급하고 불안한 감정이 많았어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했거든요. 쉬면서 이런 감정들부터 지워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이 정도면 됐어’, ‘천천히 하자’ 이렇게 절 다독였죠. 그래서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요~ 만큼 정도는 생긴 것 같아요. 아주 쪼오~금.
GQ ‘달라져야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어요?
JY 마음이 아팠던 게 계기라면 계기였어요. 뭔가 스스로를 잘 살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쉬었을 때부터 1년이 가장 힘들었는데, 곡을 쓰면서 좀 나아졌어요. ‘앨범을 내야지’가 아니라, ‘옛날처럼 쓰고 싶은 곡 편하게 하나만 써볼까?’, ‘일주일에 하나만 써볼까?’ 이렇게요. 그때 쓴 곡이 <별>이라는 노래예요.
GQ 다행이에요. 훌훌 털고 일어나는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네요.
JY 네. <별> 작업하면서 다시 좋은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GQ 예를 들면 어떤 감정요?
JY ‘이렇게 편하게 곡 써본 게 언제지?’ 싶은 감정들. 그러면서 생각도, 마음도 조금씩 바뀌었어요. 예전처럼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나, 아니면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음악하며 살아야 하나. 둘 사이에서 고민했죠. 답은 뻔한데.
GQ 지금은 건강하죠?
JY 그럼요! 아주아주요.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메탈 디테일 트렌치코트, 로에베.

GQ 예상은 했지만, 머리색이 다시 바뀌었어요.
JY 짠, 앨범을 대표하는 색입니다. 상콤하고, 상콤한데 성숙한 느낌? 히히.
GQ 아니 정말, 팬들 반응 중에 “성숙해졌다”는 댓글이 꽤 많아요.
JY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제 나이는 20대 후반이니까. 데뷔하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저도, 곡도 많이 성숙해졌겠죠? 그런데 뭐, 나쁜 건 아니니까. 저는 성장의 의미로 받아들이겠어요!
GQ <서울>이 공개되자마자 1위를 했어요. 역시 음원 깡패 안지영.
JY 아유. 아닙니다. 아녜요.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돼서 고민도, 걱정도 정말 많았거든요. 감사했어요. 아주 신이 났었답니다.
GQ “내 꿈이 여전한 곳”이 서울이라서, 곡을 쓰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JY 곡이 잘 안 써지는 날, 소파에 척 누워 있었는데 문득 ‘서울’이라는 소재가 스치더라고요. 내가 지금 있는 곳, 내 20대가 머문 곳, 꿈을 꾼 곳, 아팠던 곳,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 전부 ‘서울’인 거죠. 모든 게 꿈이었던 그때를 생각하니까 이 ‘꿈의 도시’를 곡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내가 느낀 서울은 이렇다고.
GQ 가사는 여전히 푸릇푸릇하고, 맑고. 저는 처음 들었을 때 찬물로 세수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JY 헤헤. 고맙습니다. 내용으로 버스킹이 주를 이루는데 제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했던 게 버스킹 보러 다니는 거였거든요. 그때 제가 꿨던 꿈들이나 희망 같은 감정들을 전하고 싶었어요.

컬러 블록 니트 드레스, 펜디.

GQ 요즘도 버스킹 보러 다니겠죠? 주로 어디로 가요?
JY 저번 주에도 봤어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요.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거기요.
GQ 도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또 어느 동네 좋아해요?
JY 저는 정해져 있어요. 영역 동물처럼 안에서만 빙글빙글. 성신여대에서 혜화를 지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가 주 출몰 지역이고, 여기서 2호선으로 환승하면 영역이 쪼~금 더 늘어나죠. 홍대, 합정, 상수까지요.
GQ 그럼 많이 넓혀서 해외는요?
JY 시애틀요! 제가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언젠가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갔는데, 제 여행 스타일이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거든요?
GQ 계획형?
JY 심한 계획형! 그런데 시애틀 여행에서는 계획을 짜지 않았어요. 큰 것만 체크해두고 ‘많이 걷자’, ‘최대한 많은 사람하고 이야기해보자’가 목표였는데, 그때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나중에 지나고 보니까 ‘꿈의 도시였다!’ 싶어서 곡까지 이어졌어요. <Seattle Alone>.
GQ 지영 씨는 장소나 공간을 특별히 여기는 편인가요? 왜 지금처럼 지영 씨가 기억하는 장소 몇몇이 곡이 되기도 하니까요.
JY 음, 그런데 저는 되게 다양해요. 책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들 있죠? 그런 것도 그렇고, 친구들에게 듣거나 느낀 이야기들, 지금처럼 장소나 공간, 정말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아, 언젠가 이런 생각도 했어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껴야겠다. 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니까. 그래야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페더 디테일 화이트 셔츠, 푸시 버튼. 슬립 맥시 드레스, 아미. 블랙 부츠, 알렉산더 맥퀸. 실버 체인 네크리스, 코스.

GQ 유튜브 콘텐츠 ‘킬링보이스’ 출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저는 보면서 지영 씨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다 싶었어요.
JY 음! 그게 속어로 ‘쫄았다’고 하죠. 호호호. 제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안 한 지가 3년이 넘었더라고요. 모든 스태프가 눈앞에 쫙 있는데 너무 떨렸어요. 거기에 프로그램 이름도 ‘킬링 보이스’잖아요. 노래를 엄청 잘해야 될 것 같고. 그래서 표정에 그런 복잡한 마음들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면 음, 옛날의 상큼함이 사라진 것 같다, 요즘 그래서 상큼함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네.
GQ 참, 지영 씨는 댓글 봐요?
JY 하~안참 안 보다가 최근에 봤어요.
GQ 아니 반응도 너무 좋은데, 따뜻한 댓글도 많아서 안 봤으면 알려주려고 물어봤어요. 기억에 남는 댓글 있어요?
JY 그럼요. 캡처까지 했는걸요.
GQ 설마··· 신고?
JY 그건 뭐. 하하하! 농담이고요.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 힘이 되는 거죠. 팬과 가수의 관계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위하고, 위로하고, 또 따뜻한 감정들을 나누는 댓글이 정말 많았어요. 제게 큰 힘이 됐어요. 정말로.
GQ 당연하고 또 새삼스럽지만 팬들은 존재만으로도 참 든든하죠.
JY 그럼요. 제가 쉴 때 공식 카페에 남겨주신 편지도, 회사로 보내주시는 카드도 모두 따뜻한 내용들이었어요. 빨리 낫길 바라는 것보다, 기다릴 수 있으니 푹 쉬고 건강히만 돌아오라고, 그때까지 다른 노래들 듣고 있겠다고. 이런 예쁜 마음들을 촘촘히 적어서 보내주셨어요. 예전에는 팬분들도, 주변분들도 언젠가는 나를 떠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GQ 왜 모두 떠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JY 아플 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를 바쁘게 너무 달려오다 보니까 제 감정들을 표현하고, 꺼내 보여주기보다는 꾹꾹 눌러 담고만 지냈던 거죠. 계속 눌러 담다 보면 터지잖아요? 그러면서 저를 마주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뭐, 지나고 보니까 괜한 생각들이었는데, 그땐 몸도 마음도 힘드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화이트 셔츠, 푸시 버튼.

GQ 결국 그런 지난한 시간들을 지나서 이렇게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왔고요. 그럼 요즘 가장 신났던 사건은 뭐였어요?
JY 세 가지가 있는데요, 에헴. 하나는 앨범을 발매한 날, 또 하나는 ‘킬링보이스’가 나온 날, 그리고 마지막은 콘서트 좌석이 매진된 날! 그리고 이날들의 교집합에는 시원한 생맥주가 있습니다. 하하하! 정말 신났던 날이라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거든요. 잠깐 나가서 몇 잔 마시고 왔죠. 아, 또 하고 싶다.
GQ 술을 좋아해요?
JY 너무 좋아해서 문제입니다만. 아,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그래서 팬들이 술을 선물해주시고.
GQ 주종은?
JY 다양합니다만. 사실 저는 술자리가 아니라 술을 좋아해요. 엄청.
GQ 풉! 보통은 그 반대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JY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저는 술을 참 좋아하거든요. 넷플릭스 보며 마시는 맥주랑 위스키가 얼마나 맛있게요. 조니워커, 발렌타인, 로얄 살루트···. 으! 이런 거 또 말하고 있어···.

피처 에디터
신기호
패션 에디터
신혜지
포토그래퍼
강혜원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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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at 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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