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나란히 빛나고.
GQ 장수돌. 그런 에이핑크의 첫 유닛이죠?
CR (웃음)장수돌···, 맞아요. 수록곡이나 무대에서는 유닛 작업이 있었는데, 이렇게 앨범을 내는 건 처음이에요.
GQ 초롱&보미로 유닛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언젠가는 만날 것 같았던 조합이라서 더 반가워서 물어봤어요.
BM 예전부터 쌍둥이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연습생 때부터요. 워낙 많이 듣다 보니까 막연하고 또 당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닮긴 닮았나 보다’, ‘언제 같이 앨범 한번 내면 좋겠다’ 이렇게요. 그러다가 이번에 에이핑크 활동 끝나자마자 초롱 언니랑 유닛이 너무 해보고 싶은 거죠. 긴 고민 없이 바로 추진했죠.(웃음)
GQ 그런데 활동이란 게 “나 하고 싶어!” 그런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BM 다행히 회사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흐흐. 예전에 일본 활동으로 초롱&보미 유닛 제안이 있기도 했고요. 살짝 미뤄졌지만, 결국 이렇게 만났죠. 짠!
CR 그리고 무엇보다 보미가 엄~청 열심히 준비했답니다.
GQ 앨범 작업에요?
CR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요. 앨범 콘셉트부터 의상, 수록곡, 뮤직비디오 등등.
BM 어느 정도였냐면, 프로듀서에 저희 이름 넣어달라고 했어요.(웃음)
GQ 영혼을 갈아 넣었다.
CR 그렇죠. 특히 보미가 미팅 때 발표까지 했어요. 노트북 딱, 펴고. 관계자들 앞에서 온몸으로 이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죠.
BM (웃음)재밌었어요. 근데 막상 발표 때는 이게 맞나 싶었는데 뭐, 준비하면서 즐거웠거든요. 그거면 됐죠.
GQ 그럼 앨범 준비는 문제없겠어요. 보미 씨가 온몸으로 주문한 의도대로 잘 반영되고 있죠?(웃음)
BM 그럼요. 순항 중이고, 착착 아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GQ 앨범 콘셉트가 ‘트윈 Twin’이라면서요?
CR 네, 처음부터 트윈을 앨범 콘셉트로 두고 출발했어요. 그래서 타이틀곡 이름도 ‘카피캣 Copycat’이에요. 쉽게 말하면 따라쟁이? 비슷한 콘셉트예요.
BM 카피캣이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의 행동을 따라 하는 데서 나온 말인데, 그 상황도 너무 귀여운 거 있죠. 타이틀곡 이름으로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GQ 아무래도 에이핑크 준비할 때와는 다르죠?
C/B (동시에) 아휴~ 완전 다르죠.
GQ 아니, 둘 다 무슨 한 풀어내듯이 대답을 해요.(웃음)
CR 가장 다른 건 진행 속도요. 유닛은 아주 수월한 편이죠. 왜냐면 에이핑크는 다섯 명이잖아요. 허락받을 친구가 많은 거죠. 거기에 보미처럼 답장 안 하는 친구도 있고···.
GQ 왜 답장을 안 해요. 리더가 이렇게 힘든데.
BM 제가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네, 너무 멀리했어요. 죄송합니다. 푸흐흐.
GQ 올해 이슈가 많았잖아요. 11주년에, 스페셜 앨범에. 여기에 유닛 활동까지 하게 됐어요. 벅차진 않아요?
CR 아뇨. 1년에 두 번이나 팬분들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 진심으로요.
BM 저희가 1년에 한 번 컴백할까 말까 한 그룹이었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거기에 에이핑크 첫 번째 유닛이라니요! 얼른 판다들 놀래켜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팬들도 저희 닮았다고 이야기 많이 해주거든요.
GQ 둘이 닮았다고 해서요. 그럼 외모 말고 또 뭐가 닮았어요?
BM 에이핑크를 생각하는 마음?
GQ 이런 뻔한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BM 잉, 아니 정말요. 조금 더 표현하면 유별난 집착? 초롱 언니가 맏이, 제가 바로 아래인데 팀에서 저희가 맏언니들이어서 그런지 책임감이 좀 더 큰 것 같아요. 연습생 때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에이핑크가 꿈이 돼버렸을 정도로. 그 정도로 커요.
GQ 그럼 둘이 상극인 건요?
C/B (또 동시에) 아휴~ 완전 많죠. 너무 많아요.
GQ 뭐가 또 그렇게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씩만 꼽아보면요.
BM 우선 저는 완전 개방적인 성격. 완전 오픈! 반면 초롱 언니는 보수적이죠. 단아하고. 예를 들면 저는 집에서 편하게 있거든요? 그런데 언니는 멤버들 앞에서도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해요. 집인데! 맞죠?
CR 뭐 네.(웃음) 그리고 보미는 독립적이에요. 혼자서 척척, 뭐든 잘해요. 그런데 저는 혼자 하는 걸 두려워하는 성격이거든요. 누군가가 꼭 같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보미야 여기 같이 갈래?”, “이거 같이 해볼래?” 늘 물어요.
GQ 나한테 없는 부분을 가졌으니까. 서로 닮고 싶겠어요.
BM (절레절레)
CR 응? (고개를 젖는 보미를 가리키며) 얘 봐요. 근데 맞아요. 보미가 언제 저처럼은 못 산다고 했어요. “언니처럼 절대 못 살아요!” 이렇게.(웃음) 그런데 저는 보미 닮고 싶어요.
GQ 보미 씨는 유튜브 보니까 책이랑 카페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던데요?
BM 맞아요. 북카페 가는 거 좋아해요. 가서 책도 보고, 책 선물도 고르고. 아기자기한 편지지도 사고요.
GQ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BM 엄청 힘들었을 때 책이 큰 힘이 됐어요. 어쩌면 안 좋게 보낼 수도 있었던 시기를 책 덕분에 잘 지나온 것 같아요. 책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취미랄 게 전혀 없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위로에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좋은 취미로 이어오고 있어서 기뻐요.
GQ 초롱 씨는 요즘 앨범 말고 어디에 푹 빠져 있어요?
CR 저는 레고요. 어느 날 레고 선물이 들어와서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세상에. 너무 재밌는 거 있죠.
BM (키득키득)
GQ 지금은 뭐 만들고 있어요?
CR 부티크 호텔이라고···.(웃음) 피스 하나하나가 엄청 디테일하고요, 아무튼 재밌어요. 저는 한번 시작하면 5~6시간 휙 지나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피포페인팅도, 베이킹도 그랬는데 요 레고도 비슷해요. 주말에 약속 없으면 음악 틀어놓고 레고 하고 그래요. 헤헤.
GQ 오디오 드라마 <아파도 하고 싶은>에도 출연했죠? 연기는 음악이나 무대랑은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CR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건 같지만, 그 방법이나 범위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재밌고요. 제가 스스로를 깨고 나오는 걸 잘 못 했거든요. 지금은 그나마 많이 좋아진 편이에요.
GQ 그런데 보면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일은 전부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연습도 많이 필요하고요.
CR 네, 그래서 연기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어요. 한편으로는 필요했던 시간 같기도 했고···. 익숙한 모습을 깨고 나가길 원했으니까요. 어려운데 성취감은 분명히 있어요.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GQ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11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동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BM 팬분들요. 멤버들도 절대 빠질 수 없고요.
CR 그런데 저는 지금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에이핑크가 꿈이자 ‘나’인 거죠. 내가 되어버려서, 그래서 흩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요. 상상은 해볼 수 있죠. “흩어진다고?”, 그런데 그때마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싶어요. 지키고 싶어요. 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고요.
GQ 에이핑크로 지나온 11년을 꾹꾹 눌러 한 단어로 만들면, 어떤 단어가 나올까요?
BM ‘성장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하루, 한 달, 일 년이 전부 힘들어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이 지나가면 꼭 뭔가를 얻었고, 뭔가가 남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서른이 됐고···.(웃음) 이제야 쪼오~끔 으른이 됐다!
CR 저는 한 단어는 아니지만, ‘뿌리 깊은 나무’요. 뿌리를 참 잘 내린 것 같아요. ‘에이핑크’라는 뿌리요. 뿌리가 탄탄하니까 뭐, 비바람이 강해도 꼿꼿하게 잘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아요. 흔들릴지언정.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 모두 잘 크고 있으니까 뿌리가 아주 튼튼한 거죠.
GQ 데뷔 11년 만에 다시 처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두 사람,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아 있죠?
BM 무대에 끝이 있나요? 정답도 없고요. 도전은 계속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문제없어요. 저희가 즐겁고, 팬분들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좋아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CR 암요 암요. 꼭 새로워야 하나 싶은 걱정은 이제 아주 조금만 하려고요. 무엇보다 에이핑크다운, 에이핑크의 색을 잃지 않는 데 집중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