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바가 눌렸고, 그렇게 채원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GQ 너무 덥죠? 민트초코 맛 아이스크림 많이 먹고 있어요?(웃음)
CW 아? 제가 민초단인 걸 알고 있었군요.(웃음) 민초 많이 먹고 있습니다. 그냥 초코 맛도 좋아해요. 레인보우 셔벗도···. 더 말할 수 있어요.
GQ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지큐>는 그동안 봐오던 채원과는 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CW 저 이런 콘셉트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GQ 왜 이런 콘셉트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일일까요?
CW 그것도 맞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그동안 너무 비슷한 콘셉트만 많이 했나’ 싶은 거죠. 그래서 이번에 데뷔할 때도 새로운 이미지를 시도해보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했죠. 같은 이유였던 것 같아요. 마침 이렇게 기회가 돼서 또 이런 스타일링을 해보게 됐고. 전 오늘 아주아주 대만족입니다. 흐흐.
GQ 얘기를 들어보니까 채원 씨는 새로움 앞에서 긴장하거나 고민하는 성격은 확실히 아닌 것 같고.
CW 시도, 도전 이런 거 너무 좋아해요. 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걸 재밌어 해요. 특히 요즘에는 그게 뭐든 시도해보는 걸 자의 반, 타의 반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GQ 주변에서는 그런 채원 씨를 보고 주로 뭐라고 이야기하던가요.
CW 저는 예전부터 털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음, 눈에 욕망이 가득하다? 이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웃음)
GQ 멤버들이?
CW 네, 멤버들도 그렇고, 친척들도 그렇고. 눈을 보면 그게 보이나 봐요! 욕.망.
GQ 그래서 욕망이 있다는 말에 채원 씨는 동의해요?
CW (당당하게) 네! 맞는 것 같아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제가 털털하고,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거든요. 음,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그런 것 같아서 뭐라 다른 말을 할 수도 없네요.
GQ 르세라핌의 첫 앨범이죠. <FEARLESS>가 공개되자마자 신기록을 뚝딱 세웠어요.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중 초동 판매에서 기록을 새로 세웠죠.
CW (짝짝짝!)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당시에는 너무 큰일이라 실감도 별로 안 났고요. 한편으론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부담스럽기도 했고···. 더 잘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에서요. 처음부터 이런 커다란 관심을 주시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다음 무대, 그다음 무대는 ‘더 잘해야지!’ 같은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GQ 르세라핌 데뷔 전에 멤버들하고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CW “우릴 싫어하는 사람, 분명 많을 거다. 그런데 그런 반응들을 신경 쓰기보다 우리가 해야 할 거, 우리가 잘하는 걸 보여주는 데 집중하자. 다른 건 그다음에 생각하자” 이런 이야기들요.
GQ 어때요? 돌아보면, 멤버들과 데뷔 전에 했던 다짐처럼 흔들림 없이, 원하던 대로, 그렇게 활동해오고 있는 것 같나요?
CW 멤버들이 단단해요. 주변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친구들이라 우리가 다짐했던 모습대로 잘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재밌게 즐기고 있어요.
GQ 르세라핌의 리더를 맡게 될 거란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어요?
CW 음, 일단 제가 리더를 맡게 될 거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신기하다? 왜냐면 제가 집에서 막내거든요. 친척들 사이에서도 막내고요. 주변을 봐도 동생보다는 언니, 오빠가 더 많고요.
GQ 이 정도 막내면 리더 소식에 정말 깜짝 놀랐겠어요.
CW 맞아요. 저는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고, 챙김 받고 이런 동생이었거든요.
GQ 그래서 딱, 리더가 돼보니 어떻던가요.
CW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 해야 하는 상황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어색함?
GQ 왜 없겠어요. 막내 중에서도 막내였는데. 하루아침에 리더가 된 거잖아요.
CW 네. 흐흐.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웃음) 활동을 하면서 살금살금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그때 깨달았죠. ‘아, 정말 하면 되는구나!’
GQ 리더로서 르세라핌 멤버들에게 어떤 부분을 주문했을까요.
CW 음,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멤버들이 무언가로 고민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이런 이야기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전혀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 고민들이 결국 스스로에게 안 좋을 것 같았거든요. 멤버들이 자책하지 말았으면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GQ 채원 씨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어요?
CW 멤버들하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저를 편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그게 어떤 이야기든 저한테는 모두 털어놓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든요. 그래서 우리 멤버들이 걱정도, 고민도 없다면 저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음, 정리하면 멤버들이 의지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GQ 그런데 리더도 때로는 기대고, 쉴 곳이 필요하죠. 채원 씨는 반대로 어떤 멤버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인가요?
CW 아무래도 사쿠라 언니한테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요. 힘을 얻기도 하고요. 특히 긴가민가한 상황이 생기면 언니한테 한 번 더 물어보고 그래요. 사실 다른 멤버들에게도 기대고 싶지만 아무래도 동생들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으면, 혹여나 팀 분위기가 처질까 싶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모두에게보다는 사쿠라 언니에게 좀 더 의지하고, 기대는 것 같아요.
GQ 찐리더의 마음이고.
CW 헤헤. 아닙니다.
GQ 스케줄이 워낙 많으니까, 그만큼 멤버들하고 함께 있는 시간도 길겠죠? 멤버들하고 있는 시간 중 언제를 가장 좋아해요?
CW (웃음)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정말 솔직히?
GQ 그럼요. 솔직히.
CW 스케줄 끝내고 들어가서 야식 먹을 때? (얼굴을 가리며) 어떡해···. 망했어···.
GQ 그런데 예상했어요.
CW 이렇게 된 거 시원하게 다 말해도 되죠? 네, 우린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힝.
GQ 그래요, 다 이야기해요. 최애 메뉴는요?
CW (돌변) 뭔가 관리를 해야 된다? 그럴 땐 연어나 육회를 시키죠. 반대로 아, 오늘 좀 먹어도 된다! 싶은 날은 떡볶이랑 치킨을 많이 먹습니다. 헤헤.
GQ 아니, 표정부터 달라졌어요.
CW 들켰네요. 사실 지금 살짝 상상했어요.(웃음)
GQ 먹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채원 씨 특기가 ‘매운 음식 먹기’예요? 특기라 하면, 그 기준이 평균보다는 높이 있어야 하잖아요.
CW 저 매운 음식 잘 먹습니다! 제가 떡볶이를 제일 좋아해서 엽떡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가아~장 매운맛을 고르죠. 네. 이건 자부심이 있습니다.(웃음)
GQ 지금 너무 행복해 보여서 먹는 이야기를 끊을 수가 없겠어요. 또 뭐 좋아해요?
CW 또 들킨 건가요?(웃음) 이런 질문이라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죠. 바질 크림 떡볶이랑 김치찌개요. 흐음~.
GQ 다시 채원 씨 이야기로 돌아가서, 채원 하면 단발머리가 떠오를 정도로 스타일 임팩트가 굉장해요. 단발머리는 본인 아이디어였어요?
CW 단발머리를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회사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바로 싹뚝.
GQ 채원의 변신을 두고 기억나는 댓글이나 반응 있어요?
CW “내가 알던 채원이가 아니다”라는 댓글요. 그런데 저는 데뷔 전에 이 말을 가장 듣고 싶었거든요. 다시 한번 단발하길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대.만.족.
GQ 이렇게 보여주고 싶은 거 많은 채원이니까, 패션 쪽으로 롤 모델이 있어요?
CW 저는 배우이자 모델인 고마츠 나나요. 평소에 고마츠 나나의 사진도 많이 보고, 사복 패션도 관심 있게 볼 정도로 많이 좋아해요. 팬입니다.
GQ 채원의 시간을 르세라핌 데뷔 전과 후로 나눠볼까요. 이전의 시간들을 한 단어로 축약해보면 어떤 단어가 떠오를까요.
CW 어렵다. 음, 아! (노트북을 바라보며) 스페이스 바!
GQ 스페이스 바요?
CW 왜 글을 시작할 때 보면, 처음에는 한 칸을 띄워서 쓰잖아요. 그 한 칸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단어로 시작할지 같은 많은 고민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르세라핌 데뷔 전의 시간이 꼭 그랬던 것 같아요. 첫 글자를 쓰기 전에 스페이스 바를 툭, 눌러서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처럼요.
GQ 고등학생 때 아이돌의 꿈을 본격적으로 키운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의 채원은 지금의 모습을 상상했을까요?
CW 아니요. 못 했죠. 그땐 나서서 뭘 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가수가 꿈인 것도 티 내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그런 평범한 학생이 지금을 상상할 수 없죠. 저도 제가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고요.
GQ 그런 조용하던 학생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계기가 있어요?
CW 후회할 것 같았어요. 내 꿈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분명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도전했어요.
GQ 꿈을 이뤘어요. 꿈을 이뤄낸 채원은 앞으로 어떤 20대를 보내고 싶을까요.
CW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나요. 르세라핌으로 불태우고 싶어요! 그런데 저 지금 또 너무 ‘야망걸’이었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