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주원의 장르는 무엇인가요? “다큐. 저는 다큐 같아요.”
GQ 우리 말 놓을까요?
JW 안 될 건 없죠.
GQ 정말이에요?
JW 음, 사실 예전에는 백 프로 가능했는데 지금은···.
GQ 안 돼요?
JW 그래서 예전에 말 놨던 형들한테 요즘 다시 존댓말하고 있어요.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형들에게 말을 잘 놓고 그랬는데 나이 드니까 점점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GQ 이 일화들에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만남에 “형, 안녕”이라 해서 당황했다는 정만식 배우 이야기나, 주위에 보는 눈도 있으니 선배한테는 존댓말 쓰는 게 어떻겠냐는 이수근 씨 말에 “알았어” 답했다는 이야기.
JW 하하하하, 맞아요. 진짜 그랬어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GQ 다들 귀여워하던걸요.
JW 그때는 그게 편해지는 방법인 줄 알았나 봐요. 한 네다섯 번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말을 편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리 말을 놓으려고 해도 잘 안 돼요.
GQ 알았어요. 계속 존댓말할게요.
JW 하하하하하.
GQ 대외적으로 배우 주원의 최근 발자국은 2020년 연말, 2021년 초에 열렸던 뮤지컬 <고스트>예요.
JW 대외적으로는요. 맞아요. 사실은 드라마 <앨리스>(2020)를 촬영하면서 영화 <소방관>(개봉 예정) 찍고, 공연하고, 바로 <카터> 들어간 거였거든요. <카터> 촬영이 2021년 말에 끝났어요. 그걸 아는 사람들은 이제 좀 쉬라고 하는데, 저는 ‘대중들이 나를 못 본 건 너무 긴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우리 할머니만 해도 “언제 나오냐” 그러시니까. 흐흐흐흐. “너 왜 요즘 안 하냐.”
GQ 왜 TV에 안 나오냐.
JW 응, 그러니까. 그래서 저도 신경이 쓰이고 그랬는데, 속으로는 ‘나 혼자 쓸데없는 걱정이야’ 그렇게 마무리했어요. 준비해둔 작품이 하나둘 공개되면 또 내가 언제 그런 생각을 했나 싶을 거예요.
GQ 그래서 할머니께는 무어라 안심시켜 드렸나요?
JW “할머니, 영화 곧 나와. 그런데 할머니 그 영화 못 볼 것 같은데?”
GQ 하하, 아무래도 <카터> 정병길 감독님이 연출했던 <악녀> 색깔을 떠올리면.
JW 할머니가 “맞는 건 하지 마라” 항상 그러시거든요. 제가 맞는 작품은 하지 말라고. “어 할머니, 이번엔 내가 맞지는 않는데···, 내가 많이 때려.” 하하하하. 틀어줄 수는 있는데 할머니 못 볼 것 같다 그랬죠. 이번 작품 때 함께한 분들이 “<카터 2> 찍는다 하면 주원이 안 한다 할걸?” 그래요.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저는 또 하고 싶어요. 너무 즐거웠고, 너무 재밌었어요.
GQ 팬들이 데뷔 12주년을 축하하더군요. 첫 시작 <제빵왕 김탁구>(2010)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JW 그때 많은 관계자분이 저한테 그랬어요. “이 새끼 긴장 안 하네?”
GQ 에?
JW 그런데 저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거예요. 어떡하지? 잘할 수 있을까?
GQ 그런데 긴장 안 한단 소리를 들었어요?
JW 왜냐면,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오디션만 해도 단 몇 분 안에 끝나는데 내가 그 찰나에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생각해볼 때 ‘신인의 자세로 가지 말자’는 게 제 답이었어요. 내가 처음이지만 스스로 긴장해 있으면 혼날 거 더 혼날 것 같고, 그러니까 애초에 뻔뻔하게, 강하게 하자, 일부러 더 그런 거예요. 감독님이 “이건 이런 느낌이야”라고 하면, 감독님 눈 똑바로 보고 “저는 이 인물은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라고 얘기하고. 그래서 정말 반응이 다들, 긴장 안 하네? 안 쪼네? 대찬데? 이 자식 봐라? 그랬어요.
GQ 이것 봐라?
JW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눈에 띌까 싶어 일부러 더 그러려고도 했죠. 이 사람들 눈에 내가 들어야 되니까. 오디션에서 대본 읽을 때도 대본을 갖고는 들어가되 (대본을 엎어두는 시늉을 하며) 이미 다 외워서 안 보고 대사하고 그랬어요. 내가 연기가 좀 부족하다 해도 ‘어, 이 자식?’ 싶게 하자.
GQ 승부사 기질이 있군요?
JW 네. 그랬던 것 같아요.
GQ 지난 12년을 돌이켜보면 주원은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된 인물, 큰 굴곡 없이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로 꼽히곤 해요.
JW 그런 편이죠.
GQ 그런데 마냥 쉽지는 않았겠구나 싶은 게 <제빵왕 김탁구> 이정섭 감독이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촬영 내내 주원은 그를 싫어했던 내 마음을 조금씩 녹여 무력하게 만들었다.”
JW 하하하하, 맞아요. 이정섭 감독님 되게 솔직한 거예요. 나 진짜 싫어했어.
GQ 알고 있었어요?
JW 그럼요. 모두가 알았는데요. 그때 (윤)시윤이 형이 탁구로 정해졌는데 시윤이 형도 신인이었고, 구마준 캐릭터인 저까지 신인으로 가는 게 너무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오디션에서 떨어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제가 됐고, 촬영장에 갔을 때 이정섭 감독님이 저를 탐탁지 않아 하신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제가 그냥 막 나름 자신 있게 하고 뻔뻔하게 하니까 도리어 감독님 마음이 돌아선 것 같아요. 저는 촬영을 안 해봤으니까 촬영이 없어도 맨날 가서 선생님들 하시는 거 보고 그랬거든요.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게 아마 마음을 돌리게 되신 계기 아닐까. 제 짐작에요. 지금은 정말 잘 지내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싫어했지만 마음을 돌렸다”, 그 변화까지 저는 다 느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되게 좋았어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GQ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아요?
JW 눈치 볼 수 없잖아요, 더욱이 그때는. 나 싫어해요? 맘대로 해요, 나 그냥 할 거예요, 이런 느낌? 감독님한테 안 쫄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저한테 “긴장 안 하네?” 했던 분이 이정섭 감독님이에요.
GQ 감독님은 당시 자동차 질주 신을 통해 주원 씨를 다시 봤대요.
JW 아 뭐가 있었어요?
GQ 스턴트맨이 면허가 없는 주원 씨를 대신해서 운전했는데 오케이 사인을 내고 보니 주원 씨가 조수석에서 내리길래, 왜 그 차에 타 있었냐고 했더니 본인이 운전을 못 해도 스턴트맨이 어떻게 하는지 봐두려고 했다고, 그래서 또 ‘요것 봐라?’ 마음이 녹았다고 하더라고요.
JW 맞다. 그랬어요. 그래도 제가 예고, 대학교(연기 전공)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건 기본적인 자세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어떤 학생이었냐면, 리허설할 때 연습실에서 의상 갈아입는 연습을 했어요. 의상이 없어도, 내가 연기를 하다 퇴장하면 갈아입을 의상이 있다 생각하고 (실제로 일어서서 무형의 옷을 벗고 입는 행동을 취하며) 혼자 옷을 입고 벗는 연습을 하는 학생이었어요.
GQ 체득시켜놓으려고요?
JW 네, 익숙해지려고. ‘이것도 공연의 일부다’ 이런 생각으로. 여기서 옷을 갈아입으려면 이 정도 시간이 걸리겠구나, 이런 걸 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인 거예요. 그래서 그때 (<제빵왕 김탁구>) 촬영에서도 제가 운전을 해야 했는데, 당시 몰아야 하는 차가 스틱이고 슈퍼카였어요. 옛날 포르쉐 슈퍼카. 저도 1종 면허가 있긴 했거든요. 그래도 이 차는 못 몰겠는 거예요. 1종 면허를 트럭으로 ‘덜덜덜덜’ 해서 땄는데 ‘웨애애애앵’ 스포츠카를 어떻게···, 준비를 할 수 없었어요. 슈퍼카가 없어서. 하하하하. 이건 운전 못 하는 내 잘못이다, 옆에서라도 보고 내가 할 수 있다면 해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GQ 의외예요.
JW 저도 의외예요.
GQ 지금까지 주원 씨를 만나본 이들이 한 묘사는 애교가 굉장히 많다, 순수하다, 서글서글한 청년이다,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이글거리는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JW 이건 일이니까. 보통 촬영 전 (대본) 리딩 때 대부분 처음 뵙고 인사하는 자리잖아요. 그때 저는 항상,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인사하거든요? 돈을 좇지 말고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이 따라온다는 말처럼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주의예요. 저는 과정이 중요해요.
GQ 오늘 촬영 중에 그랬죠? “내 얼굴이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JW 요즘 싸이월드가 복구되면서도 그렇고 가끔씩 예전 20대 때 모습을 보다 요즘 얼굴을 보면, 나는 안 변했다 생각했는데 많은 게 변했구나 싶더라고요. 딱 드러나는 예를 들면, 매일 운동하니까 조금은 더 건강해진 모습일 수도 있고, 조금 더 각진 느낌이 나는 것도 같고.
GQ 변한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JW 마음에 들어요. 어릴 때부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멋있어지는 형들, 아저씨들 보면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거든요. 20대보다 멋진 30대, 30대보다 더 멋진 40대가 되는 게 나의 어떤 과정의 목표인데, 그게 지금 그래도 잘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저는 마음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