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세상에 닿아 있는 말.
GQ 바보 같고, 순진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많은 사람. 1년 전 <지큐> TMI 인터뷰 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죠. 1년 사이 또 어떤 연준 같은 순간을 쌓았나 되새겨봅시다. 올해 스스로 가장 바보 같거나 ‘나 좀 순진했네’ 싶은 일은요?
YJ (“프흐흐” 웃는다.) 최근에 범규와 같이 ‘위버스’ 라이브 방송할 때 팬분들이 순진하다 말해준 모먼트가 하나 있는데, 뿡뿡이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와서 사진을 찾아봤어요. 제가 1999년에 태어났잖아요. 뿡뿡이를 안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모습을 보고 정말 좀 충격 받았어요.
GQ 방귀대장 뿡뿡이 말이에요? 어떻게 달라졌길래요.
YJ 더 잘생겨졌어요. 귀여운 면모가 좀 사라졌어요. 속상하더라고요.
GQ 어린이 연준은 귀여운 뿡뿡이를 좋아했군요.
YJ 저는 파워레인저와 가면라이더를 좋아했어요. 파워레인저 중에서는 정글포스와 다이노썬더, 가면라이더에서는··· (갑자기 “크흡” 웃으며) 아 이거 되게 진심으로 말하게 되네요. 가면라이더에서는 드래건과 파이즈를 좋아했죠.
GQ 연준 어린이를 이끈 그 캐릭터들의 매력 포인트는 뭐였어요?
YJ 모호한데 그냥 “멋있다”고 느껴지면 좋았어요. 멋있으면 좋아했죠.
GQ 요 사이 연준을 무섭게 만든 대상이 있나요?
YJ 무서운 것···. 무서운 건 요즘 딱히 없는 것 같아요.
GQ 원래는 무엇을 무서워했어요?
YJ 무서워한다기보단 잔걱정이 많아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덜 한 것 같아요. 요즘은 괜찮아요. 무서운 게 딱히 없어요.
GQ 지난 인터뷰들에서도 항상 걱정을 사서 한다고 말했는데 새로운 변화네요.
YJ 맞아요. 그런 걱정을 좀 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갉아먹는 게 싫어서요. 개선하려고 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좋아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GQ 요즘 연준 씨가 품은 감성을 안고 코인 노래방에 간다면 열창할 첫 곡은요?
YJ 저희 노래 ‘LO$ER=LO♡ER’ 부르겠습니다. 신나는 무드의 곡은 아닌데 콘서트 때 부르면 왠지 모르게 신나더라고요. 업되더라고요. 그래서 열창하고 싶습니다. 록적인 노래잖아요. 좀 지르고 싶을 때 좋아요. 신나고 즐겁게.
GQ ‘LO$ER=LO♡ER’의 랩을 직접 작사하기도 했죠.
YJ 맞아요. (MC를 맡고 있는) <SBS 인기가요> 가기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밤새 쓰고, 시혁 피디님한테 컨펌 받고, 그러고 ‘인기가요’에 갔던 기억이 나요.
GQ 한 방에 통과됐나요?
YJ 한 방에는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썼죠. 잘 풀릴 때는 잘 풀리는데 어려울 때는 어렵고···, 그런데 그런 맛이죠. 퍼즐 맞추듯이 하는 게 가사 쓰는 묘미인 것 같아서 재밌어요. 어렵긴 해도.
GQ ‘LO$ER=LO♡ER’ 작사 때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요.
YJ 아 그건 ‘0X1=LOVESONG’(원제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작사할 때이긴 한데, 어쨌건 곡의 스토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LO$ER=LO♡ER’ 작사에 영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죠. 제가 넷플릭스를 진짜 많이 보거든요.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데,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공감하면서, 이런 스토리의 주인공이 (가사를)쓸 땐 이렇지 않을까 몰입하게 되는 편이에요.
GQ 새로이 각인된 작품, 간접적으로 얻은 경험이나 감정이 궁금해지네요.
YJ 요즘 나온 영화는 대부분 봤어요. <탑건: 매버릭>이나 <어스> 조던 필 감독님의 최신작 <놉> 등 재밌게 본 영화는 많은데, 그런데 막 ‘영감을 얻어내야지’ 하고 보지는 않아서, 음, 뭐가 있지.
GQ 그렇네요. 알게 모르게 쌓이다 언젠가 툭 튀어나오는 거지.
YJ 맞아요! (영감은) 항상 그렇게 왔어요. ‘Good Boy Gone Bad’ 활동할 때도, 그 곡을 표현하는 데 빌런들을 많이 떠올렸거든요. ‘Frost’ 곡 안무할 때도, 그때 좀 그로테스크한 콘셉트였거든요. 맨 마지막 안무 때 떨어지는 신에서 저는 몸을 비틀어서 떨어지고는 했는데, 영화에서 괴물 보면 그냥 툭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몸을 한 번 비틀었다가 일어나서 와다다 달려 오곤 하잖아요. 그런 동물적인 움직임을 떠올렸어요. 제가 보는 시각적인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나중에 다 표현되더라고요. 그런 게 어우, 너무 좋아요.
GQ 영화는 언제부터 그렇게 좋아했나요?
YJ 특히 데뷔하고 나서 더. 뜨는 시간에 계속 무언가 채우려다 보니까 영화를 많이 보게됐어요. 보다가 가야하면 일시정지 해두고 다녀와서 또 보고. 밥 먹으면서 영화 보는 시간도 되게 행복하거든요. 작게 작게 행복을 채우고 있어요.
GQ 쌓이고 쌓이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덜 좋아하는 것의 선이 생기기도 하죠?
YJ 그런데 이 영화가 저 영화보다 조금 덜 재밌을 수는 있어도 각자 다른 맛이기 때문에 저는 다 재밌어요. ‘조오금’은 재미가 없어도, 이런 영화도 있네 싶고.
GQ 재미는 적었지만 주인공의 스타일은 좋았어, 이럴 수도 있는 거고.
YJ 네, 그럴 수 있는 거죠. 나름의 매력이 다 있는 거죠.
GQ 연준 씨의 지난 자취를 보면서 몇 가지 일관성을 발견했어요. 하나는 춤 출 때 스텝이 무척 단정하다는 것. 잔 움직임 없이 무척 깔끔해요.
YJ 정말요? 감사합니다.
GQ 이 점이 또 다른 예예요. 칭찬에 손사래치기보다 기쁘게 받아들이는 태도. 겸손한 자존감이 전해진달까. 의식적 습관인지 무의식적 태도인지 흥미로워요.
YJ 듣고 나니까 드는 생각이, 힘들 때 “힘들다”고 하는 거랑 “힘들어도 괜찮아” 하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최근 들어 내가 어떻게 느끼든 말부터 좋게 표현해보는 습관을 들이려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게 좋은 영향이 분명 있더라고요. 지금 말씀주신 것도 그런 영향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저도 “아, 아닙니다”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사한 말씀을 주신 것도 맞으니까요. 좋게, 좋게.
GQ 그런데 정말 스텝만 보고도 연준 씨를 찾겠더라고요. 칼같아요. 알고있어요?
YJ 몰랐던 점은 절대 아니고, 사실 연습의 결과죠. 중3,고1때부터 춤을 추면서 최대한 기본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항상.
GQ 앞서 코인 노래방에 갈 일을 가정하고 물어본 이유가, 세상에 연준이란 사람을 소개했던 데뷔 영상에 등장한 배경이잖아요. 5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말이죠.
YJ 아아아, 그러네! 맞아요, 맞아요. 그 영상을 촬영하던 날이 생생한데···. 모니터 화면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것 자체도 신기했고, 그냥 다 신기했어요. 그런데 저 정작 실제로 혼자서는 코인 노래방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GQ 한번도?
YJ 네. 혼자서는. 친구들이랑 가도 노래는 잘 안 불러요. 잘 못 부르겠더라고요. 친구들 앞에서는 또 가수이니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잖아요.
GQ 친구들 앞에서까지요?
YJ 우린 좋아야 하니. 우린 매우 좋아야 하니 더 노력해야 돼요.
GQ 그 ‘우리’.
YJ 비글 다섯 명.
GQ 비글 네 명의 동생을 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맏형으로서 늘 동생들을 다독이는 면면이 부각돼요. 그리하는 연준은 무엇에서 힘을 얻나요?
YJ 제 성격상 쉽게 의지를 안 해요. 그런데 너무 고마운 게 멤버들이 그냥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늘 그래요. 그래서 많이 의지하려고 해요.
GQ 맏형이어서라기보다 평소 성격이 힘들단 표현은 굳이 하지 않는군요.
YJ 솔직히 예전에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울곤 했는데, 이젠 혼자 잘 풀려고 하죠.
GQ 울면 어때서요.
YJ 울 수 있죠. 그런데 저 혼자 일어서는 법도 알아야 하니까. 그게 또 어른이니까. 그래도 결국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서 힘을 많이 얻어요. 가족들, 팬분들. 무대 하면서도 힘을 얻고요, 친구들 만나서 밤에 설렁탕 먹으러도 가고요.
GQ 2022년 11월의 연준을 담은 자작곡을 만든다면 어떤 제목이 될까요?
YJ 음···, 제가 11월에 대해 항상 쓰고 싶었던 노래가 있어요. 그러니까, 11월에 제 친한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11월이 되면 그 친구가 항상 생각나거든요. 평소에도 많이 나지만 더 많이 나요. 나중에 그 친구에 대해 노래로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GQ 아···.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YJ (가만히 웃는다.) 그래서 작사 실력이든, 작곡 실력이든, 춤이든, 저를 이루는 것들을 계속 넓혀가고 싶어요. 계속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게 제게 있어서는 최고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GQ 저도 얼마 전에 하나 배웠어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생사학이란 학문이 있어요.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고, 그 죽음을 외면하려 하지 말자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결국 지금을 잘 사는 게 중요하다더군요.
YJ 그럼요. 생각해보면, 그때 친구를 보내는 와중에 잠깐 눈이 내렸대요. 눈이 올 시기가 아니었는데. 그럴 날짜가 아니었는데. 그 눈이 제게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좋은 곳으로 갔나 보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11월의 노래를 만든다면 제목은 ‘11월의 눈’이라 지으면 좋겠습니다.
GQ 아름다운 노래가 될 것 같네요.
YJ 이런 얘기이지 않을까요, 우리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