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 11월 사이 네게 주고 싶은 것.
그래서 차라투스트라가 무어라 말했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어. 읊어야지 다짐한 가을도 여러 날. 거미줄에 대롱 달린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날까지도 완독은 요원한 일 같아서, 다만 속싸개로 고이 감싸두려 한다. 쓰다듬기만 해도 맑아지는 포장지로. 불현듯 닿을 누군가를 위하여. 청매실과 딸기 사이, 샛 길로 알아챈 작은 속삭임을 더해서. “밤이 되었다. 이제야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깨어난다. 그리고 나의 영혼도 사랑하는 자의 노래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5센티미터 이내 선향을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정확해서 다정한 안내문. 푸른 불에 데우고 불고 식혀가며 만든 고운 잿빛 유리에, 느릅나무 껍질과 옥수수 전분과 녹나무 가루와 송진을 반죽하여 빚은 선향을 태우는 밤. 이 밤을 주고 싶어서. 이끼의 생기가 피어오르고 갓 벗겨낸 귤피 향이 번지는 찰나와 찰나. 한 뼘짜리 영겁의 시간.
혼신을 다해 긋는 획이라고는 빙고 칸과 너의 잔뜩 처진 눈매를 그린 낙서일 지라도, 그래서라도 검은 잉크와 흰 여백을 갖고싶지. 나아가 먼저 맞이한 새 해의 빈칸에 적어내려 가는 할 일 1,2,3. 잊을 것 1,2,3,4. 잊지말아야 할 것 1,2,3,4,5.
비 맞은 강아지처럼 젖어버릴 향기가 애석해 찢어버렸다. 굴러나온 캐모마일 꽃은 이집트 햇볕 아래에서 말린 것. 루이보스 잎은 남아프리카에서, 라임 블라섬은 불가리아에서, 히솝 잎은 미국에서 꺾어온 것. 이 차를 만든 스티븐 스미스 씨는 100도의 깨끗한 물에 5분 동안 우려내며 이 세상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 해보라는데, 그러게, 애석하기는 커녕 아름답네 이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