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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는 게 버거워지는 순간 6

2022.11.14주현욱

모든 걸 다 마음대로 하고 자유로울 줄만 알았던 자취생활, 어쩌면 편안함 보다 외롭고 쓸쓸할 때가 더 많다. 자취생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법한 나 혼자 사는 게 힘든 순간.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집에 혼자 있을 때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 고요함과 적막함이 좋았다. 짐 꾸러미로 어지럽혀 있어도 무언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나 혼자만의 삶을 산다는 것에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가끔은 그 고요함과 적막학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다. 특히 유독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는데 온기는 커녕 어두컴컴한 집 안에 냉기만 가득할 때 괜히 더 우울해지고 힘들어진다.

🏠집주인과 트러블이 있을 때
집주인에게는 분명히 수리 의무라는 것이 존재한다. 물론 세입자의 과실에 의해, 혹은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은 꼭 집주인이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집주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빠른 시일 내 고쳐 세입자가 사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해주는 것이 상식. 하지만 일부 집주인들은 자꾸 핑계를 대며 미루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있다. 자꾸 재촉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내 돈을 들여 하자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속상하고 힘이 든다.

🏠피곤한데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할 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살 때의 장점은 내가 정말 힘들 때 해야 할 일을 분담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하기 전 부모님과 살았을 때는 그 역할이 최소화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크게 신경 쓸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 집안일에 관한 모든 것은 내 것이 되었다. 휴지통에 가득 찬 쓰레기를 비우는 일, 뒤집어 놓은 양말을 세탁 전 다시 뒤집는 일,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거리를 줄이는 일 조차 모두 내가 해야 하다 보니 힘들고 지친 날에도 무조건 널브러져 있을 수만은 없다.

🏠친구들이 놀러 왔다 돌아갔을 때
주위에 혼자 사는 친구들이 많지 않을 때 혼자 살고 있는 내 공간은 친구들 사이에서 좋은 아지트가 된다. 주변에서 술 약속이 있다면 2차 혹은 3차 장소는 내 집이 되어버리고, 툭하면 눌러 앉아버린다. 물론 친구들이 와서 왁자지껄 놀다 가는 것은 오히려 즐겁다. 문제는 놀고 간 후에 허전함과 뒤처리를 나 혼자서 감당해야 할 때, 그때가 가장 힘들다. 사실 힘들기보다는 짜증과 화가 솟구쳐 오를 때가 많다.

🏠혼자서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을 때
독립도 독립 나름, 하숙이 아닌 자취를 선택한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식사 문제다. 인근 식당에서 사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가끔 정말 집밥 다운 밥을 먹어보고 싶다. 자취 초창기 시절 직접 밥을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온갖 식자재들을 사서 주방에 펼쳐 놓는다. 식사 후 요리하느라 엉망이 된 싱크대 주변을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요리와 집안일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엄청 큰 벌레를 반드시 잡아야 할 때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단연 벌레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로 왠지 내게 달려들 것 같은 벌레… 직접적으로 물거나 쏘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그 혐오스러운 비주얼로 자동으로 몸서리치게 된다. 이걸 지금 잡지 않으면 더 큰 부대를 몰고 올까 두려워진다. 차마 손으로 잡을 용기가 없어서 나무젓가락이나 두루마리 휴지를 잔뜩 돌려 촉감조차 없게 만든 다음 변기통으로 던져 놓고서야 한숨을 돌린다. 찝찝한 기분만 남긴 채.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