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없이 직진. 지코의 발자국.
GQ 제주와 부산, 이 사이쯤 지코 씨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ZC 오디션이 열리고 있죠.
GQ 지코 씨가 수장인 KOZ 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전국 투어 오디션이죠. 며칠 전 제주에 이어 곧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7개 도시를 12월까지 훑는다고요.
ZC 사실은 이번 공개 오디션 이외에도 한 차례 글로벌 오디션을 진행했고, 3년 전부터 꾸준히 신인 발굴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전국 투어 오디션 프로젝트가 유달리 중요하다기보다는 항상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왔던 것 같습니다. 첫 오프라인 오디션이라는 희소성은 있죠.
GQ 그래서,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 건가요?
ZC 어린 나이 때 자신의 포텐셜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무언가 확인이 필요하거나 본인의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 싶을 때 저는 그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해줄 수 있고, 그리고 저의 관심을 사로잡은 친구들에게는 전적으로 서포트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런 잠재성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됩니다.
GQ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지코 씨도 대형 기획사의 캐스팅 콜을 받아 오디션 본 적이 있죠?
ZC 네, 중학교 1학년 때. 카메라 앞에서 자기소개하고 노래 부르고 장기 같은 거 보여주고, 그런 일반적인 오디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GQ 중학생 지코는 어떤 장기를 보여주었어요?
ZC 제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노래를 불렀죠. 인디고의 ‘사랑합니다’였나? 그런데 그 때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가수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을 때여서,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호기심 반 기대 반에 본 거였죠. (오디션 합격 후) 연습생으로 합류했던 건 아니고 이른바 관리생으로 잠깐 지냈어요.
GQ 스쳐 지나간 오디션 경험이어도 유경험자로서 전해줄 팁이 있다면요?
ZC 제 기준에서는 수치심을 꺼려하면 안 돼요. 자신에 대한 검열은 본인이 아니라 그걸 봐주시는 분들이 해야지, 자신은 자기가 보여줄 수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보여주는 게 제일 좋아요. 100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 안에서 그걸 거르다 보면···, 그런데 누군가는 당사자가 거르고 싶어 했던 그 부분을 장점으로 포착해서 그걸 끌어내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단점을 굳이 찾아서 방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최대한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GQ 열네 살 때의 지코도 알고 있던 점인가요?
ZC 전혀 몰랐죠.(웃음) 직접 오디션을 참관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까 이제 저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GQ 3년 전부터 꾸준히 신인 발굴을 했다던 그 시점은 KOZ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2019년이기도 하죠. 그사이 군 복무로 공백이 있었고, 사실상 지코가 리더인 KOZ의 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건 바로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어요.
ZC 맞아요. 애초에 KOZ를 설립한 취지가 저만 활동하는 1인 기획사로서의 역할이 아닌, 제가 가진 목표나 방향성을 구체화시켜서 KOZ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와 그룹을 계속 배출해내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진짜 KOZ의 시작인 거죠.
GQ 2023년에 보이그룹을 선보이겠다던 계획은 변함없고요?
ZC 네.
GQ 단호한만큼 예고도 좀 해주세요.
ZC 많은 분이 기대하시고 예측하시는 부분과 예측 못 했던 부분들이 적절히 섞여있을 거예요.
GQ 다운 Dvwn. KOZ의 첫 소속 아티스트 다운 씨가 생각나네요. ‘지코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면 이런 색깔이겠지’ 무의식 중에 그런 관념이 있었나 봐요. 좀 놀랐어요. 다운 씨 음색이 굉장히 담백하고 베이식해서. 예상 밖이었어요.
ZC 그런 부분이에요, 네. 다운 씨의 노래를 사물로 묘사한다면 구슬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냥 진짜 완전히 투명한 속이 다 보이는 구슬같아요. 굉장히 퓨어하고, 반짝일 때 반짝이고, 그 안에서 나를 비춰볼 수 있고. 그런 공감대와 묘한 서정적인 신비주의를 두루 가지고 있는 친구가 없거든요.
GQ 다운 씨와 있을 때 지코 씨는 친구처럼 다정한 스타일의 리더 같더군요.
ZC 그런데 저는 공과 사가 너무 명확한 타입이에요.일할 때는 일하고, 그 일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났을 때는 그냥 제가 되는 거죠. 누구에게든 마찬가지예요. 리더가 되어야 할 때는 리더이고, 친구일 때는 친구죠.
GQ 뭉뚱 그려 ‘친구같은 리더’라고 할 수 없는 거군요. 제가 본 순간은 해외 공연가서 식사하던 때였는데, 그때는 그냥 친구인 지코였네요.
ZC 그렇죠. 사실 대표라기보다는 KOZ라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가 만들고 거기에 다운 씨를 데리고 온거죠. 함께 하자, 공생하는 관계인 거예요. 누구 하나가 누구를 끌어주는 것도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의견을 좀 많이 수용하는 편이에요. 생각보다 그렇게 고집 부리는 편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는 제 삶밖에 못 살아봤잖아요. 구성원들 하나하나는 또 저와 굉장히 다른 체험을 하면서 살아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희 회사에는 이미 몇십 가지의 인생이 있는 거예요. 그 인생 자체가 영감이고, 새로운 소스이고, 아이디어인 거죠. 제가 살아온 경험만 가지고 어떤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한정적이겠죠.
GQ 개인의 물감을 모아 그림을 그린다.
ZC 제가 결단 내리고 중심 잡아야 할 때는 잡죠. 그걸 잡지 못하면 그건 우유부단한 거고요. 우유부단한 것과 수용하는 건 좀 다르잖아요.
GQ 그럼 나 오늘 쉬고싶고 아무것도 하기싫을 때 팀원들에게 어떻게 말해요?
ZC 솔직하게 말해요. 며칠만 쉬겠다. 실제로 최근에 그랬어요. 숨통을 좀 틔워야겠다 싶어서 4일 쉬었어요. 몇 달 동안 아예 쉬지를 못 했으니까. 전역하기 전부터 기획 같은 건 해놨으니까 시간 날 때마다 그 생각하고, 전역하자마자는 본격적으로 해야 하니까 또 달리고. 그러다 완전히 방전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며칠만 쉬다 오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야 또 스스로에게 명분이 생기죠. ‘쉬었으니까 그동안 못 한 일 다 해야지’하고.
GQ 지코 씨의 유튜브 콘텐츠 ‘5분만 : Give me a minute’에서 장삐쭈 씨에게 직접 물었던 질문이에요. 자신에게 필요한 팁을 구하기 위해 물은 것 같더라고요? 장삐쭈 씨는 뭐라고 했더라···.
ZC (웃음) “최근에 아팠던 부위가 어디였더라?” 되짚어본다고.
GQ 실제로 지코 씨가 만나고 싶던 사람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죠?
ZC 맞아요. 다음 인터뷰이는 정찬성 선수입니다. 기대해주세요.
GQ 정찬성, 제이홉, 김태호, 문상훈, 도경수, 김용명···. 인터뷰이 선정에 어떤 공통점은 보이지만 지코 씨의 언어로 궁금해요. 어떤 기준이에요?
ZC 자기 분야에서 뚜렷한 개성을 보이고 그 개성에 저의 호기심, 개인적인 궁금증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들어있는 분들. 그리고 같은 앵글에 잡혔을 때 시청자분들이 재밌어할 만한 조합이 되겠다 싶은 분들. 이게 가장 큰 포인트예요.
GQ 꼬깃꼬깃 접어온 질문지를 보면 질문도 직접 준비해오는 것 같던데요.
ZC 네. 제가 궁금한 것 적어가서 PD님과 한 번 더 디벨롭하고.
GQ 전반적으로 무엇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어요?
ZC 사실 그렇게 철학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냥 진짜 숏폼 콘텐츠, 정말 스낵처럼 즐길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심오한 질문이 많이 없어요. 그리고 무언가, 완성되지 않은 듯한 그 미숙함에서 나오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래서 1화 때는 자막도 없고 효과도 아예 안 넣었거든요. 시즌 2부터 조금 더 친절하게 해보자 해서 자막도, 효과도 조금씩 넣고 있지, 그냥···, 그냥 재미를 위해 하는 거예요.
GQ 그럼 “Give me a minute”, 지코 씨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요?
ZC 넌 지금 어떤 상태니?
GQ 어떤 상태예요?
ZC 공적으로는 오늘 말한 대로 배워가는, 돌아보는, 준비하는. 사적으로는 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어요.
GQ 왜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나요?
ZC 사적으로의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사적이지가 않아요, 제가.
GQ 괜찮은 거예요?
ZC 괜찮지 않죠. 저 사적이고 싶죠. 그런데 이게 절대 ‘힘들다’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저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합니다. 힘들다기보다는 지금이 그런 시기 같아요. 공백기 끝나면 진짜 미친 듯이 달려야겠다고 얘기를 한 상태이고, 그 약속을 지금 지켜나가는 중인거죠. 그리고 이제는 또, 구분을 할 때인 것도 같아요. 그러니까, 욕심과 만족을 적절하게 느낄줄 아는. 그래야지만 아티스트 생활에 있어서 더 큰 리스크없이 잘할 수 있는.
GQ 욕심과 만족 사이에서 말이죠.
ZC 너무 과욕을 부려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해이해져도 안 되는 연차인 것 같아요. 밸런스를 잘 가져가야겠죠. 어쨌든 많이 소비됐고,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한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거기서 과욕을 부리는 게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타인의 관점으로 볼 때 같아요. 나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