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과 채린은 물이 되는 꿈을 꾼다.
GQ 어제 두오모(CL이 좋아하는 효자동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사장님께 말했어요. 내일 CL 만난다고!
CL 오, 셰프님!
GQ “나에겐 채린이지”라고 하던걸요. 이채린과 CL은 다른 사람이에요?
CL 그러려고 애써요.
GQ 왜요?
CL 두 자아가 분리되어야 건강할 수 있거든요.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머리로나마 분리해요. 아니면 일이 끝나지 않는 것 같아서.
GQ 작년에 앨범 낸 뒤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말했죠. 이제는 CL과 이채린으로 살아온 시간이 같아서, 두 자아의 부딪힘이 있었다고요.
CL CL을 만든 건 이채린인데 CL이 이채린에게 영향을 주고, 이채린 안에는 CL이 존재해요. 두 자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닮아가며 완전히 분리할 수 없게 된 거예요. 거기서 충돌이 있었죠.
GQ 두려움에 대해서도 스치듯 언급하더군요.
CL 둘의 두려움이 달라요. 채린으로서의 두려움은 개인 생활을 지키려는 데서 와요. 저는 굉장히 어릴 때 데뷔했고, 제 성장은 늘 대중들과 함께였죠. 공유되지 않은 나만의 시간, 나만의 추억과 기억을 쌓으려고 애썼어요. 한편 CL은 이 일을 더 오래할 수 있기 위해, 내 안에서 또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고 만들어나가기 위하는 데서 온 두려움이었어요.
GQ 두려움 앞에서 CL은 어떻게 달라져요?
CL 두려움은 굉장히 건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두렵다는 건, 겁이 난다는 건 무언가 하고싶은 게 있다는 거예요. 적어도 저에게는. 한편으로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극복해왔어요. 앨범에도 그런 메시지를 많이 담았죠.
GQ 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두려움만 온 것 같아요? 혹은···.
CL 새로운 걸 몹시 좋아하는 성격이라 아주 자연스럽게.
GQ 즐기는군요.
CL 괴로워하면서 즐거워해요. 극복했을 때의 그 성취감! 그리고 아직 이른 나이에는 제 스스로가 너무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해하시면 안 돼요. 모두가 반드시 열심히 살 필요는 없어요. 이건 제 성향일 뿐이에요.
GQ 7년 전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나에게 행복은 안정과 동의어는 아닌 것 같다.”
CL 아하하하. 제가 그런 말을 했어요? 단어 선택이 굉장히 자극적이었네요.
GQ 여전한 것 같아요?
CL 솔직히 큰 그림에서 변한 건 없는 것 같고요. 달라진 건, 평온함과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함을 느끼게됐다는 점이에요. 몇 년 전 ‘1,2년 정도 아무것도 안 해봐야겠다’ 다짐한 때가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 정말 괴롭더라고요. 그때 해보지 않은 것들에 하나씩 도전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비행기를 타본다든지, 마트에서 혼자 계산을 해본다든지, 누군가는 어릴 때 이미 경험했을 굉장히 사소한 것들요. 그런 것들이 저에겐 더 두렵더라고요.
GQ 그 큰 무대에서도 조금도 기죽지 않는 CL이 말이죠.
CL 그래서 사소한 도전은 꼭 필요한 시간들이었어요.
GQ 막상 해보니 어떻던가요?
CL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어차피 채린이는 모를 거야’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삼가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직접 겪어보니 주변 사람들과 대화 거리도 늘어나고, 이해의 폭도 넓어진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GQ 안정감에서 오는 행복을 깨달은 거군요.
CL 새로움에서 오는 불안 역시 여전히 즐겁지만.
GQ “파도를 타라”라는 조언보다 “Be like water, my friend”라는 말이 더 와 닿은 까닭은 뭐였어요? 브루스 리의 인터뷰에서 읽었다고 했죠?
CL 맞아요. 흔히 “파도를 타라”라는 조언을 많이 하잖아요. 궁금했어요. 그냥 내가 물이 되면 안 되는 거야? 저는 모든 게 저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이든, 내가 온전하면 괜찮다고요. 물처럼 온전한 상태로 있으면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일이 닥치든 잘 겪어낼 수 있다고, 브루스 리의 “물이 돼라”라는 말이 제게는 그렇게 들렸어요. 그리고 정말로 물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 그러려면 제 자신에게 집중해야 해요.
GQ 물이 된다는 말이 무척 아름답게 들려요. 올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요?
CL 첫 무대 준비할 때의 연습실이 번뜩 떠오르네요. 며칠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 새로운 무대를 위해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맞춰 나가던 때요. 가장 집중했고, 가장 중요한 시기였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GQ 링 위에 오르기 전 선수같은 비장함이 느껴지네요.
CL 경기 전 트레이닝 모습과 견줄 수 있죠. 저는 연습, 녹음처럼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기분이 가장 즐거워요. 짜릿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죠.
GQ 그럼 무대에 오를 때는 파이터의 마음이에요?
CL 누군가와 싸우겠다는 마음은 아니에요. 제 자신과의 싸움이죠. 긴장감을 좋아하고 일부러 긴장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예전처럼 머리가 새하얘지지는 않지만 제게 긴장은 필요해요. 머리는 긴장 상태인데, 몸에는 이미 제가 해야할 것들이 배어 있죠. 그렇게 몸이 알아서 움직일 때의 간극이 재미있어요.
GQ 제게 올해의 순간 중 하나는 2NE1이 등장한 코첼라 무대였어요.
CL 맞다. 그 이야기를 해야 했네요. 그게 올해였나요?
GQ 벌써 아득하게 느껴져요? 무대에 오른 순간의 공기를 전해줄래요?
CL 굉장히 편안했어요. 평화로웠죠. 넷이 모인 건 오랜만이었는데도 전과 똑같은 기분이었어요. 저희 멤버들에게는 어떤 믿음이 있어요. 무대에서 잘해줄 거라는, 잘 해낼 거라는 믿음. 거기엔 어떤 불안도 없어요. 온전히 즐겼어요.
GQ 트위터에 “더 늦기 전에 나의 힘으로, 우리의 힘으로 다시 모이고 싶었다”라고 적었죠. 그 ‘힘’이라는 단어가 새삼 힘있게 들렸어요.
CL 정말로 우리가 만들어 나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힘으로.
GQ 어떤 마음으로 쓴 거였어요?
CL 저희는 모두의 선택으로 끝을 맺은 게 아니었으니 다시 모일 때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모이고 싶었어요. 이제는 각자의 상황, 환경이 다 바뀌었잖아요. 그 전까지는 초대를 받고 누군가가 만들어주신 무대에 올라갔다면, 이번에는 저희가 만들어 나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초대를 받기도 했지만.
GQ CL이 가진 힘 중 가장 자랑스러운 건 뭐예요?
CL 에너지가 많아요. 체력도 좋고요. 에너지를 주변에 나눌 수 있어요.
GQ 반대로 어디서 에너지를 얻어요?
CL 모든 것에서. 무엇이든 좋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에너지로 만들어져요.
GQ ‘CL 에너지 발전소’인가요?
CL 바로 그거죠. 똑같은 원리예요. 저, 과학자의 딸입니다. 아, 농담이에요.
GQ ‘Spicy’의 존 말코비치 목소리가 떠올라요. Energy, Power, Chemistry.
CL 5분 길이의 모놀로그를 작업해서 보내주셨는데, 임팩트 있는 부분을 편집해서 사용한 거예요. 존 말코비치가 작업하는 모습을 실제로 봤는데 정말로 멋있었어요. 연극하시던 분이라 그런지 대사 연습부터 모든 게 자연스럽더라고요. 대사도 진짜 대화처럼 들렸어요. 너무 리얼해서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GQ 어쩌다 존 말코비치를 멘토로 삼게 되었어요?
CL 존 말코비치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는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해요. 연극 배우가 영화계로 간 첫 사례인데, 그때 받은 많은 비판에 대해서도 담담히 이야기해주셨고, 그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세요. 그런데 저는 거기서 위로를 받아요. 제가 터놓은 고민의 답이 결국 그 분의 이야기 속에 다 담겨 있더라고요. 이래라 저래라? 절대 그런 타입 아니에요.
GQ 타인의 예술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과 비슷하네요.
CL 그렇다고 진지한 얘기만 하지는 않아요. 사소한 수다도 많이 떨죠. 둘 다 패션을 너무 좋아해서 단추 하나로도 한참 이야기할 수 있어요.(웃음)
GQ 인터뷰를 즐겨 읽는다고 했잖아요. 요즘 부쩍 궁금한 건 뭐예요?
CL 누굴 만나든 이렇게 물어요. 요즘 뭐가 재밌어? 인생에서 재밌는 일이 뭐야?
GQ 그 질문의 화살표를 CL에게 돌려볼게요.
CL 저는 지금 하고있는 음악 작업이 제일 재밌어요.
GQ 요즘 CL의 노래가 되는 건요?
CL 솔로 활동을 한 뒤 누리는 자유는 음악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날그날의 기분, 사람들과의 케미와 흐름을 다양하게 담게 돼요.
GQ 아픔도 슬픔도 취약함도 꺼내놓아야 할 텐데, 그것이 두렵지는 않아요?
CL (굉장히 의아한 눈으로) 그런 것들을 토로하기에 음악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방법 아닐까요? 저에겐 음악이 테라피예요.
GQ 채린이 겪은 걸로 CL이 노래를 부르는?
CL 그럴 수 있죠.
GQ CL과 채린은 서로 사랑해요?
CL 네!(곧장 답을 바꾼다) 아니요, CL이 말 안 들으면 가끔 짜증나요.
GQ 지금 CL이 물이라면 어떤 상태예요? 바다, 파도, 폭포, 혹은 호수···.
CL 그런 것조차 모르는 상태가 물인 것 같아요.
End of Yearㅣ까르띠에가 제안하는 주얼리 워치 컬렉션
시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사랑을 기념하고, 기쁨 가득한 따스한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까르띠에가 연말을 맞이해 다양한 주얼리 & 워치 컬렉션을 제안한다. 특별히 이번 시즌은 2007년에 처음 선보인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의 매력을 더욱 깊이 탐구한다. ‘파란 공’ 이라는 뜻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컬렉션은 블루 카보숑이 세팅된 상징적인 크라운과 서로 교차하는 원형과 구 형태의 볼륨감 있는 케이스를 통해 독창적인 미학을 드러낸다. 독특한 비전과 순수한라인, 정밀한 비율, 고귀한 디테일 그리고 정확한 형태 등 네 가지 창의적 테마를 대변하는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메종의 아이코닉 워치 컬렉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