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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 "제 빈틈을 가장 많이 발견하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2023.02.28신기호

배우 유태오는 유태오와 걷고, 물으며 답한다.

베스트 톱, 펜디.

GQ 오늘 촬영하면서 음악을 두 번 바꿨어요.
TO 포토그래퍼에게 부탁해서 촬영 무드랑 어울릴 것 같은 곡으로 좀 골라봤어요.
GQ 오늘 화보 콘셉트는 태오 씨의 자작곡 ‘My Perfume’에서 출발한 건 알죠?
TO 그럼요. 그런데 저보다는 다른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는 쪽을 택했어요.
GQ 고른 건 어떤 곡이었어요? 첫 번째 음악은 잔잔했고, 두 번째 음악은 리듬감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TO 처음에 튼 음악은 최근에 발견한 밴드예요. ‘헤르마노스 구티에레즈Hermanos Gutierrez’의 앨범이었고, 두 번째는 ‘도미닉 파이크 Dominic Fike’의 음악이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상황에 맞춰서 연기로 옮기려고 노력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GQ 모니터에 한 컷, 한 컷 떠오를 때마다 스태프들 반응 못 느꼈어요?
TO 노코멘트할게요.(웃음)

니트 톱, 펜디. 로퍼, 아미. 와이드 데님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오늘 <연애대전> 오픈하는 날이잖아요. 어젯밤에 좋은 꿈 꿨어요?
TO 솔직하게 특별히 긴장되거나 그런 건 없어요. 저는 제 일을 다 끝냈으니까 기다리고만 있어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뿐이죠.
GQ 태오 씨는 본인 작품을 챙겨서 보는 편인가요?
TO 네, 보려고 해요. 그런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죠.
GQ 어떤 준비일까요?
TO 이때 저는 유태오의 제일 악하고, 엄격한 비평가가 돼요. 제 연기를 가장 많이 비난하고, 제 빈틈을 가장 많이 발견하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GQ 그래서 비평을 받을 준비가 필요하다.
TO 맞아요. 작품이나 연기를 처음 볼 때는 아무래도 마음을 좀 다잡고 봐야 해요. 항상 아쉬움이 남으니까요.

티셔츠, 팬츠, 모두 돌체&가바나.

GQ ‘감상’보단 ‘시사’에 가깝네요.
TO 그래서 처음에는 작품으로만 마주하기 어려워요. 시간이 좀 지나 다시 보게 됐을 때 그제야 작품 전체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GQ <연애대전>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죠. 유태오를 떠올렸을 때 로맨틱은 너무 잘 그려지는 반면, 코미디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저는.
TO 실은 저도 많이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만들기 어장르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요.
GQ 캐릭터의 해석? 연기?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을까요.
TO 연기자 입장에서는 이랬어요. 다른 장르는 감정이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데, 코미디는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죠. 결과로 웃음이든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야 해서 전처럼 ‘감정의 과정’만으로는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관객의 반응까지 상상하며 연습했는데, 그게 좀 어렵더라고요.

베스트, 보디 at 무이. 재킷, MM6 at 아데쿠베.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어때요, 돌이켜보면 잘 극복해 낸 것 같나요?
TO 새로운 경험이었고, 동시에 좋은 도전이기도 했어요.

터틀넥, 부츠, 모두 토즈. 팬츠, 돌체&가바나.

GQ <연애대전>에서 맡은 ‘남강호’를 연기할 때 짱구를 떠올렸다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만화 캐릭터, 그 짱구 맞죠?
TO 네.(웃음) 짱구가 어른이 되면 ‘남강호’ 같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강호’는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서 여자를 싫어하게 된 인물이거든요. 얼핏 잘못하면 이 지점이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는데, ‘남강호’의 모습들이 순수하게 전달된다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GQ 그 지점이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네요. 짱구는 순수하니까.
TO 맞아요. 짱구는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어떤 농담을 해도, 장난을 쳐도 귀엽게 봐주고요. 어느 날 문득 그런 짱구가 떠올랐어요. 이거다, 싶었죠. 그런 짱구가 커서 어른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남강호’를 준비했어요.
GQ 수수께끼같던 캐릭터의 콘셉트를 딱 잡아냈네요.
TO 그 다음부턴 조금 자신감이 있었어요. 왜냐면 결국 마음이니까. 이 사람의 행동에 악의가 없다면, 악의가 없는 그 자리에 결핍이나 순수한 마음 같은 감정이 있다면, 대중들도 ‘남강호’를 잘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GQ 순간 좀 아쉬웠어요. 사람들이 이 인터뷰를 읽고 <연애대전>을 보면 더 재밌을 텐데 싶어서요.
TO 음, 괜찮아요. 그냥 보고, 인터뷰 읽은 뒤에 또 보면 되죠.(웃음)
GQ 아까 장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태오 씨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뭐예요?
TO 저는 인디 드라마부터 대작, 상업 영화 가리지 않아요. 다 좋아하죠. 되도록 많이 보고 싶어요. 그런데 왜요?
GQ 재작년에 배우이자 감독으로 <로그 인 벨지움>을 선보였잖아요. 에세이 같았던 그 장르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물었어요.
TO <로그 인 벨지움>은 특별하고 또 특이한 상황이었죠. 계획하지 않고 찍고, 연기해서 그런 무드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그때처럼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면 그때 또 <로그 인 벨지움> 같은 작품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GQ 맞네요. 연출로는 그런 무드가 완성되지 못하겠죠.
TO 그렇죠. 만약 제가 준비하고, 시나리오써서 비슷한 무드를 촬영한다면 그 장르 는 에세이가 아닌 소설이 되겠죠.
GQ 그럼 다시 물을게요. 에세이 말고 소설을 쓸 생각도 있어요?
TO 그때 <로그 인 벨지움> 만들면서 아내랑 ‘태오닉 모’라는 영화사를 만들었어요. 예전에 써둔 기획은 몇 개 있는데 음, 사실 연출을 할 생각은 없어요. 대신 더 멋진 프로듀서들과 그 작품들에서 연기는 하고 싶어요. 에이, 배우가 연기를 해야죠. 다른 거 욕심낼 필요 있나요.(웃음)
GQ 몇 년 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배우로 인정받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이야기했어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요?
TO 그때에 비하면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연기자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해요. ‘인정받는다’에 ‘무엇을’의 개념은 전부 다르니까요.
GQ 그 무엇이 연기력이라면,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분명 인정받고 있지 않나요?
TO 저는 저를 잘 알아요. 아직 부족하죠. 여전히 억양을 고쳐가며 제 연기를 발전 시키고 있어요. <머니게임>보다 <패스트 라이브즈> 때 더 좋아졌고, 또 그때보다 <연애대전> 속 연기가 좋죠.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는 계속 노력할 테니까요.

베스트, 보드 at 무이. 수트, MM6 at 아데쿠베. 샌들, 보테가 베네타. 선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한국에서 배우로 인정받은 다음에는요?
TO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손흥민 선수를 보면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한국 대표’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당연히 진짜 열심히 해야겠죠. 도전하면서 영감과 자극을 받고 그러면서 다시 생기는 욕심으로 또 도전하고요. 반복이죠. 그러면서 성장할테고요.
GQ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는 게 최종 꿈이에요?
TO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아주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OTT라는 다리가 생겼고, 울타리는 더 이상 높지 않아요.
GQ 한국을 대표하는 역할에 대한 갈증, 꿈은 언제부터였어요?
TO 저는 갈증은 없었어요. 결핍이 있었죠. 저는 늘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고민했거든요. 왜냐면 20, 30대까지 서양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또 30대 후반 가까이까진 동양 시장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이라서. 오로지 연기 하나로 승부해야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결핍이 그렇게 확장됐죠.
GQ 한국 대표 배우로 인정받는 것으로.
TO 네. 아무래도 나라마다, 대륙마다, 시장마다 그들이 바라보고 판단하는 미학이 다르잖아요? 다를 수밖에요. 저는 그 미학을 하나로 만들고 싶었어요. 모두를 충족하고 싶었죠. 그렇게 되고 싶어서 20년을 넘게 공부했어요. 영역을 넘고, 시장을 넓히고, 세계를 확장한 배우들의 장점들을 공부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고민했고요.
GQ 그런 생각을 아무나 하진 못하잖아요. 멋져요. 그렇게 치열하지만 또 즐겁게 채워나간 시간들이 지금의 태오 씨를 만들었고요.
TO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더 많이 노력해야죠. 아마 이건 죽을 때까지 숙제일 것 같아요.
GQ 그렇지만 이토록 잘해내고 있는 태오 씨를 스스로 칭찬해주기도 하죠?
TO 그럼요. 지금은 너무 고마운 타이밍이에요.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연애대전>을 선보였고, 또 해외에서는 굉장히 커다란 제작, 배급사 A24를 통해서 <패스트 라이브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지금은 상업성과 예술성 모두를 보여줄 수 있는 이성적인 상황이에요. 꿈같아요.
GQ 꿈은 알고 보면 현실의 연장이라고 하잖아요. 이 모든 건 그동안 태오 씨가 단단히 연결해놓은 과정 덕분이죠.
TO 저, 정말 2년 전만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그때도 지금도 작품 잘 준비하고, 몰입하며 지내왔을 뿐이거든요. 결국 제 일을 한 것밖엔 없어요.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 고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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