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4년만에 해외 러너를 맞이한 도쿄 마라톤에 에디터가 직접 참가했다. 목표는 서브 4.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표 기록을 20분이나 앞당겨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라톤 초심자인 에디터는 서브 4 기록을 달성하기까지 어떻게 달리고, 먹고, 컨디션을 유지했을까? 또 어떤 러닝화를 신었을까? 훈련부터 완주까지 3개월 간의 과정을 기록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앞두고 있는 기분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거나, 먼 동네로 이사를 떠난다거나, 30대를 맞이하던 첫날처럼 무언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같다. 한계를 넘어서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란 믿음은 우주 비행사들만의 것이 아니다. 세 달 전, 아식스의 초청으로 도쿄 마라톤 참가를 결정한 이후로 에디터는 매일 조금씩 한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리면서 봄에서 가을로, 여름에서 겨울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달리기 선수도 아닌 에디터가 도쿄 마라톤에 초청 받은 이유는 단순했다. 아식스가 도쿄 마라톤의 최대 스폰서이고 해외 매거진 에디터, 인플루언서, 프로 러너들을 도쿄로 초청해 이벤트를 열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에디터는 트레일 러닝과 아쿠아슬론을 취미로 하며 달리기엔 익숙했지만 주로에서의 풀코스 마라톤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넘어지며 자전거를 배우듯, 러너는 대회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에디터는 아식스의 훈련화 라인업인 젤-님버스 25와 노바블라스트3를 신고 매주 달리기 훈련을 했다. 또한 아식스가 제주도에서 프로 러너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코칭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젤-님버스 25는 밭에서 갓 뽑아낸 잘 익은 무우처럼 통통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신어 보니 무우와는 달리 베개 위에 올라선 것처럼 푹신했다. 부드러운 쿠셔닝이 발바닥부터 다리 전체로 전해져 왔다.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훈련법에 적합한 러닝화였다. 매주 한 번씩은 젤-님버스 25를 신고 20, 3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렸다. 마시멜로처럼 두꺼운 쿠셔닝이 충격을 흡수해 준 덕분에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덜했고 회복이 빨랐다.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훈련할 수 있었다. 노바블라스트3는 안정감과 추진력을 동시에 갖춘 러닝화였다. 집 근처의 트랙을 찾아 스피드를 내는 인터벌 훈련 때 신었다. 트랙을 밀어낼 때마다 미드솔이 가진 탄성이 몸을 더 높고 멀리 이끌어 주었다.
3월 초에 열리는 도쿄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추위와 에너지 보충이었다. 한강의 급수대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이 금지되었다. 인적이 드물어진 한강 공원의 몇몇 편의점은 임시 휴업 상태였다. 물과 간식을 구할 곳이 없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체력은 더 빨리 소진되었다. 유난히 춥던 2월 초, 영하 10도의 강한 추위를 피해 제주도로 훈련을 떠났다. 프로 러너들을 대상으로 아식스가 여는 러닝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비교적 따뜻한 환경에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국가대표 출신의 정상민 코치에게 올바른 주법과 부상을 방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에디터는 왼쪽 무릎에 장경인대 부상을 겪고 있었다. 정상민 코치는 장경인대 부상에는 허벅지가 아닌 엉덩이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발을 넓게 벌리고 스쿼트를 하며 둔부에 자극을 주는 운동법도 그때 배웠다. 그 이후로는 달리기를 하러 나가기 전 엉덩이 근육을 깨우는 스트레칭과 스쿼트를 했다. 이것은 바로 효과가 있었다. 도쿄 마라톤 대회를 마무리할 때까지 무릎이 다시 아픈 적은 없었다. 또한 이때의 코칭을 통해 보폭이 좁고 발구름 수가 많은 케이던스 주법으로 달려 왔다는 걸 알았고, 케이던스 주법에 맞는 아식스의 메타스피드 엣지 플러스를 추천 받았다. 메타스피드 플러스 시리즈는 멋진 스포츠카 같았다. 가볍고, 날렵하고, 탄성이 뛰어났다. 물론, 엔진은 러너 그 자신인 것이다. 이 러닝화를 신고 대회 10일 전 마지막 장거리 훈련을 했다. 평소와 같이 편안한 호흡으로 30킬로미터를 달렸지만 페이스는 점점 나아졌다. 달릴수록 속도가 붙는 것 같았다. 마지막 훈련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대회 3일 전, 일찌감치 도쿄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쿄 마라톤 엑스포에서 선수 등록을 마치고 아식스가 주관하는 미디어 행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아식스는 도쿄 마라톤의 출발점인 도쿄 도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을 ‘아식스 하우스’로 꾸몄다. 도쿄 마라톤을 위해 초청한 미디어 팀에 대한 아식스의 진심이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카보로딩을 위한 오트밀, 호밀 빵, 수프, 주스 등의 음식이 상시로 제공되었다. 에디터는 마라토너들의 식이요법인 카보로딩을 위해 도쿄에 오기 3일 전부터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했다. 체중이 빠져나간 몸은 마른 스펀지처럼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대회 당일까지는 마라톤의 에너지원이 될 탄수화물을 관절과 근육에 차곡차곡 쌓아 두면 됐다. <심야식당>의 배경이 되었던 신주쿠의 식당가를 찾아 비빔 소바도 먹고 돼지고기가 잔뜩 올라간 덮밥도 먹었다. 몸에 힘이 생겼다. 얼마 전 장거리 훈련을 하며 뻐근해진 몸도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았다.
아식스 하우스에서는 아식스 러닝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모션 센서를 이용해 달리기 자세를 분석하는 런매트릭스 시스템이었다. 엄지 손가락만한 모션 센서를 허리춤에 부착하고 달리면 주자의 시선, 팔 동작, 골반 회전, 착지 등을 면밀히 트래킹했다. 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하여 사용자의 자세와 이상적인 자세를 비교해 보여 주었고 힘, 균형, 안정성 등 6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솔루션을 제공했다. 에디터는 30여 명의 미디어 참가자 중에서 대표로 런매트릭스를 체험했다. 작은 모션 센서 하나만으로 신체 모든 부위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기술을 통해 누군가는 부상을 방지하고, 누군가는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도쿄 마라톤이 시작되는 신주쿠 일대는 며칠 동안 러너들로 술렁였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짧은 러닝 쇼츠와 얇은 싱글렛을 입고 과일처럼 영롱한 색의 러닝화를 신었다. 에디터가 묵게 된 힐튼 호텔은 도쿄 마라톤 출발선까지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까웠다. 또한 짧은 교차로를 건너면 달리기를 하기 좋은 센트럴 파크가 있어서 도쿄 마라톤을 위해 이곳을 찾은 해외 러너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맘때면 힐튼 호텔은 물론이고 신주쿠 일대의 숙박 가격이 비싸진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일찌감치 도쿄에 와서 선수 등록을 하고 시차에 적응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도쿄 마라톤은 코로나 이후 4년만에 해외 러너들을 맞이했다. 그래서인지 신주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인종이나 성별, 나이를 떠나서 어떠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그들은 모두 축제의 주인공이자 서로의 서포터즈였다.
3월 5일 일요일, 도쿄 마라톤 당일이 되자 도쿄 도청 주변에 러닝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운집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주자만 3만7천 명이었다. 대회 관계자와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신주쿠 일대가 채반 위에 올려진 낱알처럼 들썩이고 있었다. 에디터의 완주 목표는 4시간이었다. 왜 4시간인지 묻는다면 3시간은 자신이 없고, 3시간 반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4시간 쯤으로 달리는 러너는 주변에 꽤 있었기 때문에 한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쉬울 리는 없었다. 1킬로미터당 5분 40초 페이스로 42.195킬로미터를 달려야 가능한 기록이었다. 지난 세 달의 훈련 과정, 코치의 조언, 러닝화,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어야 했다. ‘나만의 레이스를 펼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회 개막을 알리는 흰 색종이가 하늘 위로 떠올랐다. 곧 이어 레이스가 시작됐다.
달리기 직전 에너지 젤을 두 개나 먹었다. 10킬로미터마다 꺼내 먹을 에너지 젤은 허리 벨트에 넣어 두었다. 장거리 훈련을 하면서 체력 보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대회 중간중간 배치해 둔 이온음료도 충분히 마실 생각이었다. 가로등처럼 마른 사람, 자판기처럼 덩치가 큰 사람, 복서처럼 팔을 휘두르며 뛰는 사람, 심지어 저글링을 하며 뛰는 사람까지. 생김새도 자세도 가지각색인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도쿄 마라톤이 러너들의 축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모두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도쿄 도청에서 시작된 레이스는 어느새 도쿄 돔시티와 간다 헌책방 거리를 지나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문화를 대표하는 아키하바라 거리로 접어 들었다. 도쿄가 처음은 아니지만 도로 한 가운데에서 달리며 바라 보는 도쿄 시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원근감을 무색하게 하는 거대한 고층 빌딩, 피아노 건반처럼 붙어 있는 작은 가게들, 도로를 메운 러너들과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저 멀리 도쿄 스카이트리가 반짝였다. 마라톤의 중반부인 20킬로미터를 지나고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마라톤 코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강과 같은 커다란 강줄기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종로나 명동 거리, 가로수길, 남산 코스와 같은 길이었다. 양옆으로는 과거와 현대의 건축물이 공존했고, 앞뒤로는 좁은 길과 넓은 길이 미로처럼 변주되었다.
에디터는 긴자의 명품 거리를 지나는 30킬로미터 지점까지 1킬로미터당 5분 30초 대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평소보다 빠른 페이스였지만 몸 상태는 매우 좋았다. 호흡이나 근육의 움직임도 편안하다고 느꼈다. 35킬로미터를 지나면서 페이스를 최대 4분 후반까지 높였다.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응원의 열기는 높아졌다. 도쿄 시내의 8차선 도로를 마라톤 대회를 위해 막아 놓았지만 불평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도쿄 시민 모두가 레이스 근처에서 주자들을 응원했다.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 주는 사람, 목청껏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거워진 다리에 힘이 생겨났다. 3만7천 명의 마라토너는 마치 거대한 물살처럼 쉬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나아갔다.
3시간 41분 9초. 도쿄 마라톤 완주를 향한 도전이 끝났다. 목표로 했던 4시간 보다 훨씬 앞당긴 기록이었다. 42.195킬로미터를 달린 이후에도 몸이 아프거나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충분한 준비를 한 결과였다. 레이스를 모두 마친 뒤에 생각해 보니 마라톤은 42.195킬로미터가 아니었다. 에디터는 세 달 전, 도쿄 마라톤 참가를 결정한 이후로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던 것이다. 그 안에는 거리나 시간으로 측정할 수 없는 과정이 있었다. 마라톤이라는 레이스에는 훈련하고, 코칭을 받고, 식단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러너에게 유일한 장비는 러닝화이므로, 에디터가 신어온 아식스 젤-님버스 25, 노바블라스트3, 메타스피드 플러스 시리즈 또한 그 레이스에 함께했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달려야 할 레이스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 에디터
- 이재위
- 포토그래퍼
- 아식스 코리아, 유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