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언더 66타를 꿈꾸는 오늘의 6성재.
GQ 1년 전 SNS에 “골프 하고 싶다”라고 쓴 게 골퍼로의 첫 커밍아웃이었죠. 어쩌다 빠졌어요?
SJ 살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못하는 게 없었어요. 뭔가를 시작하면 늘 평균 이상은 했거든요. 예체능 분야는 더더욱. 그런데 골프는 제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한계가 느껴지고,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더 하고 싶었어요.
GQ 오기로요?
SJ 네. 프니엘 형이랑 같이 시작했는데 함께 성장하는 게 느껴지니까 재밌더라고요. 대결하면서 승부욕도 생기고요. 그러다 열정에 불이 붙었죠.
GQ 아까 ‘쇼트 게임’ 영상 찍을 때도 쉬운 공보다 난도 높은 공에 강하더군요.
SJ 어려우니까 더 집중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다들 실패하는 공으로 두 개나 성공하니까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오늘 집에 가서 퍼팅 연습해야지.
GQ 낚시 좋아하잖아요. ‘밀당’하는 스포츠란 점에서 골프와 비슷해 보여요.
SJ 비슷한 점이 있죠. 낚시는 제가 원하는 포인트에 미끼를 던져 넣는 스포츠이고, 골프는 제가 원하는 포인트에 공을 안착시키는 거죠. 다른 점은 낚시는 캐스팅을 한다면, 골프에서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되죠. 그래서 어려웠어요. 흔히 “골프채를 던져라”라고 하는데, 저는 낚싯대 던지는 느낌밖에 몰랐거든요. 낚시와 골프는 목적은 같아도 과정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GQ 골프랑 ‘밀당’할 때 언제 가장 애가 타요?
SJ 골프는 절 당겨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하. 지금은 일방적으로 제가 들이대고 있는 단계죠. 저는 아직 “골프한다”고 말할 실력은 안돼요. 창피해요. 골프를 한다는 걸 세간에 알려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실력이 되었을 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대려고요.
GQ 인스타그램에 스스로 올렸는데요?
SJ 그게 실수였어요. 골프채를 처음 잡은 레슨 첫날, 저는 제가 천재인 줄 알았어요. 전생에 골프 선수였나 싶을 정도로요. 보통 처음 채를 잡으면 스윙하는 방법도 모르고 공을 맞추기도 어렵잖아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풀 스윙을 했어요. 7번 아이언으로 130~140미터쯤 보냈나? 코칭 프로님도 제가 곧잘 하니까 하프 스윙을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 그게 큰 화가 됐죠.
GQ 육성재가 ‘욱성재’가 되는 순간이 있어요?
SJ 처음에는 화가 나서 채도 집어 던지고 땅도 팠죠. 뒤땅 많이 쳐서 샤프트를 부숴본 적도 있어요. 아무리 화를 내봤자 공 날아가는 건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욱성재는 포기했어요.
GQ “골프는 낚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미국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오락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SJ 완전히 동의해요. 낚시에서 “집채만 한 거 잡았어”라고 농담하는 것처럼, 골프에서도 “오늘 바람 상태만 좋았어도 싱글 치는 거였는데, 그린 상태가 안 좋아서 80대 쳤다” 이런 말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골프만큼은 정직하게 하고 싶어요. 낚시할 때도 거짓말 안 했어요. 진지했어요.
GQ “명언 말하지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은 애”라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래서 준비해봤어요. 여기서 마음에 스윙을 날리는 명언들 골라보세요.
SJ 어디 보자…이거 웃긴데요? “골프는 연애와 같아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마음이 아파요.” 으하하하. 그리고 이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스코어에 집착하지 말고 가끔씩은 페어웨이 주변에 핀 장미의 향기를 맡을 줄 아는 여유를 가져라.” 여유는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지, 칠 때는 가지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와, 저 이 말 좋아해요. “좋은 승자인 동시에 훌륭한 패자이어라.”
GQ 어떤 점에서요?
SJ 꼭 골프가 아니라도 비슷한 구절 많잖아요. 가령 좋은 화자이기 전에 훌륭한 청자가 되어라 같은 말들. 저는 저에 대한 비판을 항상 받아들여요. 제 장점보다는 단점을 먼저 알고 싶어 하는 편이거든요. 보여지는 직업이고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걱정과 불안은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단점을 제가 더 잘 알수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절제할 수도 있잖아요. 굳이 안 해도 되는 행동은 하지 말자.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제 식대로만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GQ 그건 누가 알려줬어요, 스스로 터득한 거예요?
SJ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예나 지금이나 밑도 끝도 없는 비방만 아니라면 저는 악플을 좋아해요. 그들의 니즈에 안 맞는 건 안 하면 그만이니까, 리플 단 최소 한 사람의 니즈는 제가 파악한 거니까. 그래서 악플이 오히려 감사했어요.
GQ 아프지 않아요? 다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인데.
SJ 안 되는 건 그냥 포기해요. 난 이것은 못하는 사람이고, 이것은 부족해. 그러니까 시원하게 오케이, 하고 털어버려요. 제가 잘하는 거 더 잘하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할 줄은 아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기억력이 대단히 훌륭한 편이 아니라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그전 생각은 즉각 지워요.
GQ 골프에서 잘하는 것, 그러니까 주특기는요?
SJ 폼 하나는 자신 있어요. 구질은 아니지만.(웃음)아버지가 그러셨어요. 폼이 예쁘면 공이 안 맞아도 ‘어쩌다 한번 잘못 친 거구나’ 하는데, 폼이 안 좋으면 공이 잘 맞아도 ‘어쩌다 한번 잘 맞았네’ 한다고요.
GQ 아까부터 아버지를 꽤나 의식하는 느낌이에요.
SJ 아버지가 굉장히 수준급 골퍼예요. 구력이 30년이고 평균 이븐 싱글, 간혹 2오버 파, 3오버 파 정도 하시죠.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데… 간간이 연습장은 함께 가는데 아직 필드에는 함께 못 나가봤어요. 제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요. 스스로 다그치듯 말해요. “너 아빠한테 이 정도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을 거야?” 함께 필드 나갈 약속요? 몇 월인지만 정하고 몇 년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웃음)
GQ 목표에 둔 스코어 있어요?
SJ 6언더, 66타요. 6은 제게 행운의 숫자예요. 골프는 기복의 스포츠니까 평균 66타는 쳐야 “라베 66타”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GQ 그 정도 스코어면 거의 프로 아닌가요?
SJ 진지하게 프로까지도 생각하고 싶어요. 와하하하하. 제2의 꿈!
GQ 로리 맥길로이를 좋아한다고 했죠. 직접 만난다면 무엇을 묻고 싶어요?
SJ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항상 상상해요. 저는 딱 이것만 물어볼 거예요. “어드레스하고 나서 공을 칠 때 무슨 생각을 가장 먼저 하나요?” 저는 생각이 진짜 많거든요. 상체는 몇 도를 돌아야 하고, 손은 어떻게 들고, 어디서 힌지를 주고, 어디서 꺾이면 안 되고, 몇 번째 손가락에 힘을 주어야 하고… 보는 사람마다 저에게 “생각 좀 덜어라”라고 해요. 공 치는 스포츠인데 왜 그렇게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생각을 많이 하느냐고. 덜 진지하게 하면 정말 잘 칠 것 같다고들 하는데 저는 아직까지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아요.
GQ 숨겨왔던 본성이 골프에서 드러나나요?
SJ 저는 인생을 대충 사는 경향이 있어요. 좋은 게 좋은 거지, 흘러가는 대로 살자. 그런데 골프와 노래만은 정직하게 하려고 해요. 노력하지 않으면 늘지 않으니까 노력 또 노력. 적어도 저는요.
GQ <도깨비>에 나온 그 대사 참 좋아하거든요. “운명은 신이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정해라.” 신이 그대에게 어떤 질문을 한 것 같아요?
SJ 모르겠어요. 그런데 평생 모르고 살고 싶어요. <집사부일체> 박진영 사부님 편에서 “내 인생의 목표는 OO이다”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저는 물음표를 적었어요. 평생 모르고 살고 싶어서요.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면 계속 그다음 행복을 찾아야 하잖아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이게 행복인가? 저게 행복인가? 살면서 계속 느끼고 싶어요.
GQ 그렇다면 골프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죠?
SJ 질문을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골프’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저는 그 사람에게 “나 골프한다”라고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GQ 어쩌죠. 오늘 다 소문났는데.
SJ 잘하면 수줍게 고백해야죠. “사실 저 골프해요.”
GQ 다음에 만난다면 대답이 또 달라질 수 있겠죠?
SJ 맞아요. 지금 마치 연습생 때처럼 골프를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계속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안 된다? 그러면 아마 이러겠죠. “골프요? 저 안 하는데요? 클럽들 당근에 다 팔았는데?”
GQ ‘육잘또’라는 별명을 골프로 다시 풀어볼게요.
SJ 그렇다면 당연히 육프로 / 잘 치는 / 또라이.
GQ ‘또라이’임에는 변함없네요?
SJ 다시 갈게요. 육성재 / 잘 치네 / 또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