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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이어온 카타르 미식이 동시대 룩을 입었을 때

2023.03.24전희란

카타르에 가면 한 번쯤은 들려야 할 음식과 공간.

블렌디드 카페.

노마드의 바리스타 니콜라스 칸게스.

블렌디드 카페의 내부와 커피 추출하는 모습.

데저트 로즈 카페의 엘바 사프론.

아늑한 분위기의 블렌디드 카페.

 

토르바 파머스 마켓의 커피 트럭.

고 홈에서의 런치, 견과류가 올라간 달콤한 디저트.

토르바 파머스 마켓의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

얼핏 도하는 완전히 새로 건설한 도시처럼 보인다. 도하는 최첨단 스카이라인과 수많은 5성급 호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숍, 많은 대도시의 필수 요소 노부, 하카산 같은 레스토랑들도 갖췄다. 그러나 그것이 카타르의 전부는 아니다. 시간을 들여 돌아다니다 보면 카타르만의 따뜻한 환영이 드러난다. 발품을 팔아 카타르의 음식과 정취를 느낄 가치가 충분하다. 16년 전, 일간지 편집자로 일하며 처음 카타르에 왔을 때 그나마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음식이라고 자신했다. 한때 두바이에 잠시 머물렀고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에서 휴가와 함께 음식 문화를 탐구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타르 토박이인 동료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을 때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집 안의 바닥에털썩 앉아 플래터에 가득 담긴 바스마티 라이스와 완벽하게 요리된 양고기를 손으로 집어 먹었다. 그로 부터 나는 수세기 동안 카타르를 고향으로 삼아온 수많은 공동체의 토속 음식 문화를 찾아 나섰다. 친구들이 도하에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은 바닷가에 있는 베이트 샤크 Bayt Sharq다. 알 쿨라피 가족이 오래된 집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으로, 집주인과 3대에 걸친 아이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곳이다. 나무들이 드리운 햇살이 쏟아지는 정원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사두 sadu 천으로 장식한 벤치들이 늘어서 있다. 모든 식사는 대추야자와 작은 컵에 담긴 카다멈 향의 진한 아랍식 커피인 까흐와 qahwa를 내오는 전통적인 환영으로 시작한다. 메뉴는 종종 아랍 토속 음식과 인도 요리 사이를 오가기도 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진짜 카타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다. 주방을 살짝 들여다보면, 탄투르 오븐에서 갓 구운 얇고 납작한 빵에 향신료가 들어간 병아리콩 스튜를 끼얹는 나끼 nakhi를 만드는 요리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해양 기반에 걸맞은 하무르 피시 요리도 충분히 토속
적이지만, 카타르의 심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맥부스 machboos는 필수다. 치킨, 양고기 또는 지역 해산물을 레스토랑 특제 소스에 재었다가 구워낸 후 토마토, 커민, 시나몬, 라임으로 풍미를 더한 밥에 얹어 서빙하는 요리다. 디저트로는 말린 과일,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새콤하면서도 짭짜름한 라반 요거트가 곁들여진다.

토르바 파머스 마켓의 설립자 파트마 알 쿠와리.

블렌디드 카페 Blended Café를 운영하는 누르 알 마즈로이는 이 지역의 이름난 셰프 중 하나로, 카타르 음식의 단순함이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다. “우린 요리에 많은 재료를 섞지 않아요. 그래서 향이 항상 깨끗하고 신선하고 가볍죠.” 그녀의 말이다. 일반적인 재료에는 커민, 고수 씨앗, 생강가루, 계피 등이 포함된다. 특유의 맛을 내는 향신료를 사기에 가장 좋은 곳은 도하의 중앙시장인 수크 와키프 Souq Waqif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 시장은 대대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전통이 남아 있었다. 식당, 카페와 나란히 늘어선 아담한 가게에선 크고 작은 모임에 사용될 양고기와 낙타고기 요리를 위한 특대 크기 국자와 금속 접시들을 판매한다. 밤이 되면 마침내 수크의 맥박은 에너지로 진동한다. 지역 주민들, 외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 물담배 시샤를 하는 친구들, 전통 시장만의 특유의 풍경, 향, 소리에 이끌린 여행자들로 넘쳐난다. 수크 와키프의 많은 상인은 커민, 샤프란, 페퍼 등의 향신료를 대대로 수입하는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다. 동그랗게 말린 시나몬 바크, 루미(말린 라임), 마살라 혼합 향신료 등은 진공으로 포장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크의 탁 트인 앞마당에 노점을 차려놓고 양고기나 치즈로 속을 채운 사모사 samosa와 벌꿀을 얹은 루콰이맛 luqaimat을 파는 여성들을 볼 수 있는데, 단돈 몇 리얄에 맛볼 수 있는 맛있는 길거리 간식이 그곳에 진진하다.

토르바 파머스 마켓의 미니멀리즘 건축물.

블렌디드 카페의 아보카도 토스트.

탈라틴의 그린 주스.

업홀스터링 스툴.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데저트 로즈 카페.

고 홈의 쇼핑 디스플레이.

탈라틴의 바나나 브레드.

탈라틴의 내부.

실험실을 연상시키는 노마드의 커피 추출법.

미쉐립 지구의 커피 트럭.

고 홈의 빈티지 축음기.

토르바 파머스 마켓의 야외 식사.

탈라틴의 아보카도 사워도우 토스트.

소시에테 마들렌.

컵 오브 조의 외관.

탈라틴의 샤와르마.

카타르 해안은 오랫동안 여행자를 환영해왔다. 누군가는 무역하러 왔고, 누군가는 정착해 살아왔다.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가져왔고, 사막에 사는 베두인과 해안 주민의 음식 문화에도 기여했다. 향신료뿐 아니라 유럽산 소고기와 인도산 탄두르 오븐 등도 토속 음식에 지울 수 없는 영향을 남겼다.“카타르 사람들은 외국인이나 여행자들에게 현지 음식 소개하는 걸 좋아해요.” 도하 미쉐립 지구에서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레스토랑 고 홈 카페 Go Home Café의 대표 칼리드 알 레예스가 말한다. 그가 내는 모던한 카타르 요리에는 달걀, 토마토, 크림소스를 층층이 얹은 삭슈카가 있다. 미쉐립은 도하의 상업 지구로 지하 통로가 수크 와키프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도시의 최신 문화 중심지이자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다. 피자집, 라면 가게, 번화한 커피숍이 있고, 현대 카타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레스토랑들이 있다. 사스나 Saasna는 셰프이자 요리책 작가 셰이카 아마드 알미어가 개발한 클래식한 메뉴를 제공한다.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황, 계피, 정향, 말린 칠리 등으로 천천히 요리한 양념된 양고기 바다위 badawi를 맛보길 권한다. 바스마티 라이스, 납작한 빵과 함께 제공된다. 디저트로는 발레리트 balaleet가 있는데, 지역에서 아침으로도 좋은 음식으로 꿀에 적셔 달콤하게 만든 파스타 누들에 사프란 오믈렛을 곁들인다. 시기만 맞는다면 진귀한 보석 같은 식재료도 맛볼 수 있다. 파가 faggah는 11월부터 2월 사이에 구할 수 있는 카타르 사막의 송로버섯으로, 그저 버터에만 볶아도 풍미가 뛰어나다. 전설에 따르면, 카타르 사막의 송로버섯인 파가는 폭풍이 몰아치 고 번개가 땅에 떨어질 때 솟아 나온다고 한다. 좀 더 일반적 설명으로는, 비가 온 후 단단했던 모래땅이 갈라지면 그 틈 사이로 자란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미쉐립에는 카타르 최초로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을 실천하는 토르바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2017년 카타르인들과 음식의 기원 사이에 잃어버린 연결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는 현장에서의 미션으로 이어졌다. 미쉐립과 그 외곽의 원산지를 잇는 마켓을 통해 방문객들은 각종 유기농 과일과 채소, 사워도우 빵, 구운 간식, 지역 로스팅 커피, 장인의 수제 초콜릿, 기타 스킨케어 제품 등을 구입하려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다. “처음에는 지속 가능한 유기농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너무 낯설어서 애를 많이 먹었어요”라고 파트마 알 쿠와리가 말한다. “이제는 단지 음식에 관한 것만이 아니에요. 우리 공동체를 위한 플랫폼이죠. 사람들을 연결하고 더 많은 변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주말마다 하루에 5천 명에 이르는 사람이 마켓을 방문하는데, ‘카타르’ 하면 떠오르는 음식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죠.” 지역과 유기농 농작물에 대한 열정과 함께 퓨전 요리의 꾸준한 인기도 치솟았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4층에 있는 지완 Jiwan은 코르니시 공원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기도 좋지만, 음식을 향한 시선도 뗄 수가 없다. 프랑스 요리의 거장 알랭 뒤카스의 감독하에 오래된 것과 새것의 영리한 조합에 카타르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살로나 채소 스튜는 말린 라임을 넣은 라이스에 양념한 치킨을 더한 요리로 레스토랑의 인기 높은 메뉴다. 박물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는 아랍어 방언으로 저녁 식탁을 뜻하는 스맛 Smat이 있다. 여기에서 쿠웨이트에 기반을 둔 화려한 셰프 파와즈 알 오마임은 정통 요리에 현대적인 응용을 가미한다. 타레드 라자냐는 양고기를 각종 채소, 납작한 빵과 함께 요리한 아랍식 라자냐로, 스맛 버전은 빵 위에 소갈비와 채소를 얹고 베샤멜 소스(우유, 밀가루, 버터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를 덮는다.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리야니는 웰링턴 스타일의 말린 과일이 들어간 라이스와 페이스트리 안에 채워 넣은 양고기 요리와 함께 접시 위에 오른다. 이곳의 모든 음식은 내가 처음 카타르에 왔을 때 맛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음식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카타르라는 나라와 마찬가지로 전통을 가슴 중앙에 두고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카타르 요리를 찾는 이들에게 기꺼이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에게도 그랬듯이.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앤드류 어윈
작가
레이첼 모리스
이미지
카타르 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