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의 첫 정규앨범 선공개곡 ‘KITSCH’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해석했다. 변화한 나르시시즘 세계관을 그대로 담고 있다.
① 우리만의 자유로운 nineteen’s kitsch
키치(Kitsch)의 사전적 의미는 ‘저속한 작품, 가짜’이다. 근대에 ‘키치’는 고급문화의 대척점으로서 하찮고, 천박하고, 대중적인 예술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경계가 흐려지고, TV 드라마, 대중문화, 뮤직비디오 등 대중문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키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미적 경향이 되었다. 아이브가 첫 정규앨범의 선공개곡 제목으로 내세운 ‘키치’는 ‘Kitsch’가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의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전히 ‘아이돌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고’ 말하는 보수적인 시각에 대한 응답으로도 볼 수 있고, 우리가 하고 있는 대중예술의 ‘키치함’을 잃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도 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키치’의 정신을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통해 담아낸다. 키치하고 대중적인 소재를 전면적으로 차용한 ‘팝아트’ 스타일로 그려진 원영의 초상화가 그 예이다.
② Book, not guns. Culture, Not violence.
더 나아가 ‘키치’에는 저항의 의미도 담겨 있다. 아이브 전원이 입고 등장하는 점퍼에 적힌 문구”Book, not guns. Culture, Not violence.”는 영화 <몽상가들>의 대사이다. 프랑스의 68혁명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품었던 기성 세대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저항 정신을 보여 준다. 아이브 역시 “너의 의도대로 따라가진 않을 거야”라고 노래 부르며 세상의 시선과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생겨 먹은 대로”, 자유롭게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③ You’re so weird, Don’t change
신곡’Kitsch’에는 ‘Eleven’, ‘Love Dive’, ‘After Like’에서 호명했던 ‘너’가 없다. ‘내 앞에 있는 너’의 눈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 아이브는 자기 자신을 매개체 없이 그대로 직면한다. ‘Love Dive’에서 아이브는 큐피드의 화살을 맞고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Kitsch’에서는 뮤직비디오 시작부터 보란듯이 날개를 화르륵 불태운다. 더이상 아이브에게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데 큐피드가 필요없다. 거울 속에 비친 상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엔 충분하다. 내가 아름다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이상하고 ‘키치하고’, 다르기 때문에 자유롭게 사랑하는 것. 그것이 아이브의 새로운 나르시시즘 세계관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