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men

번아웃 알아차리는 법

2023.03.31조서형

번아웃, 무기력증 탈출 하려면 내 상태를 알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아래 항목 중 다섯 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너무 늦기 전에 쉬어갈 것.

할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쉬어야 할 타이밍을 알아채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기력이다. 하던 일에 관심이 크게 줄고, 싫증이 나며, 좀처럼 성취감을 느낄 수 없으며, 급한 일을 해결해야 할 때도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면, 가진 에너지 자체가 너무 낮아서다. 가득 찬 메일함의 메일이 반송되는 것처럼 뇌 역시 한계치 이상의 정보는 처리할 수 없다. 용량을 비우거나 재부팅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 미루지 말고 연차를 써도 좋고, 여의찮다면 휴대전화라도 잠깐 멀리 두자.

10시간을 자도 피곤하다.

피곤은 현대인의 숙명이 아닌가 싶지만, 열 시간을 내리 자도 여전히 피곤하다면 정상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잠을 줄여 가며 일을 하다 겨우 주말 이틀 만에 수면 시간을 충전하려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육체적으로 격한 일이나 정신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은 일이 평소보다 많았다면 당연히 평소보다 많은 휴식을 취했어야 한다. 잠을 몰아서 자기보다 자는 시간을 앞당기고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려 노력한다.

커피없이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없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설탕 또는 타우린을 사용해 매일 도핑을 하고 있다면, 이제 각성제 없이 멀쩡한 하루를 보내는 게 힘이 들다면 한 템포 멈췄다 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약물이 필요해지고, 몸에 부담이 되어 원치 않는 멈춤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습관적으로 각성제를 섭취하지 않는지 돌아보고 가진 책임감과 부담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더워”, “추워”, “졸려”, “배고파”란 말을 쉬지 않고 한다.

피로가 쌓이면 우리 몸은 불쾌함을 느낀다.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슬픔을 느낀다. 평소보다 예민하게 온도 차를 느끼거나 허기를 참을 수 없다면 자기 속도를 확인해볼 것. 세상 풍파를 견뎌 낼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채 탈진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때는 속도를 늦추는 게 먼저다.

여기저기 자주 아프다.

지난주엔 독감에 걸렸다가 이번 주엔 장염을 앓고, 자주 다래끼가 생기고 피부가 간지럽다는 것은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줄지는 않았는지, 아픔을 견딜 수 없어 진통제를 너무 자주 먹고 있진 않는지 생각해보자. 피로 누적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감기,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피부염 등을 돌아가며 번갈아 앓고 있다면 병을 고치기 전에 휴식이 우선이다.

다들 꼴도 보기 싫다.

회의실에서 듣는 목소리가 짜증이 나고 칸막이 너머로 느껴지는 인기척이 싫다. 부드럽게 말을 걸어도 불편하고 예리한 피드백도 화가 난다. 유머와 위트는 사라지고 찬 바람만 분다. 대화도 뚝뚝 끊긴다. 집에서는 가족이 회사에서는 팀원들이 불편하고 친목 모임에 와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실망하고 아무 때나 화가 불끈불끈 솟는다. 환경을 바꾸고 주변 사람들을 개선하는 일보다 내가 잠깐 바람을 쐬고 오는 게 효과적이다.

물건을 자꾸 잃어버린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은 단순한 정보도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음악을 들으려는데 주머니에 이어폰이 없고, 차를 타려는데 열쇠가 보이지 않고, 편의점에서 결제를 하려는데 지갑에 카드가 없는 일이 반복되고,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지, 아침에 영양제를 먹었는지 같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일상이 혼란해지고 마음은 쇠약해진다. 가위에 눌렸을 때 발가락부터 움직이는 것처럼 녹초가 되었을 땐 가장 가깝고 쉬운 루틴부터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이란 트럭을 모는 게 겁이 난다.

나란 인간은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고, 하는 일에 과도한 부담과 긴장이 느껴진다. 출근할 생각을 하면 피곤하고 가정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도망가고 싶다. 스스로 한계가 느껴지니 앞으로의 희망도 사라진다. 스트레스는 극복했을 때 보람과 자신감을 안겨주지만, 지친 인간에게 스트레스는 불안과 우울에 멈출 뿐이다. 양동근은 노래 ‘어깨’에서 말한다. 떡볶이를 보고도 침이 고이지 않는다면, 아카시아 그윽한 향을 느낄 여유가 없다면 일단 나와 좀 걷자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지친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디터
글 / 조서형(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