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온 세븐틴(Seventeen)의 호시절.
세븐틴이 미니10집 [FML]을 발매함과 동시에 케이팝 신기록을 달성했다. 초동 400만장이라는 놀라운 스코어는 비단 세븐틴 혹은 하이브의 이름값이나 팬덤만의 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티스트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듯 보이는 이번 미니10집, 그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는 달라도 좀 다르다. ‘청량틴’을 서서히 내려놓았던 세븐틴이 정말로 호되게 케이팝의 기강을 잡으러 나왔다. 그렇다면 왜 하필 ‘손오공’이며, 뭐가 다른 걸까. 뮤직비디오 속 혼자 보기 아쉬운 몇 가지 킬링포인트를 ‘손오공’ 테마에 맞게 세 글자의 한자(漢字)로 정리해봤다.
1.견고한 팀의 ‘합(合)’
‘손오공’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역시나 퍼포먼스. 특히 세븐틴이 오랫동안 맞춰온 팀의 합(合)이 돋보이는, 대규모의 군무다. 기존의 세븐틴 뮤직비디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메가 크루도 투입 됐다. 세븐틴이 잘하던 리듬 중심의 안무를 내려놓고, 곡의 지향점에 맞춰 비트, 아크로바틱 위주로 짜임새로 탈바꿈했다. 멤버 13명을 중심으로 뭉치고 흩어지는 안무였다면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1-4명이 찢어졌다가 다시 모이고는 한다. 마치 전쟁터에서 바삐 움직이는 군사와도 같은 움직임. 각각의 멤버들이 한 명의 장군이 되어 용맹한 움직임을 선보였다가 치고 빠지는 형상이다.
2.뿜어나오는 ‘기(氣)’
그래서일까. 멤버 하나 하나가 장군이자 영웅의 기세를 보이는 세븐틴의 파트 하나 하나는 그만큼의 임팩트를 가진다. ‘기 모아 아주 다 나와’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보컬과 랩 그리고 댄스 또 다시 랩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어느 하나 비트가 느슨한 구간이 없다. 빈 틈 없이 고막을 두드리는 킥 드럼과 사운드가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맑은 목소리, 경쾌한 춤,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던 세븐틴이 다시 한번 그들의 이미지를 뒤엎고 ‘영웅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 노래가 이 만화의 엔딩송’이라는 가사는 세븐틴의 또 다른 챕터의 시작이자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닐까.
3.시절을 맞이한 ‘태(態)’
흔히 다인원 그룹은 그 정체성 자체가 장점이자 약점으로 꼽히고는 한다. 2015년 데뷔해 꽤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대중들에게 각인된 세븐틴 멤버는 그 절반 정도일지도 모른다. 물론 세븐틴은 그들의 뛰어난 기획력과 재능, 예능감 덕분에 <고잉 세븐틴>이라는 자체 예능으로 기존의 다인원 케이팝 그룹보다 더 잘 알려져 있는 편. 하지만 세븐틴이 재계약을 성공하고, 음악적 시도와 성장을 멈추지 않았기에 그들이 ‘다인원’이라는 사실은 더이상 걸림돌이 아니다. 13명의 멤버가 서로를 지탱하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허리를 숙인 댄서와 정한 뒤로 군림한 준이 “진실은 때론 잔혹해, 거짓은 때론 달콤해”라는 파트를 부를 때의 쾌감. 그가 노래 전체의 무드와 앨범의 정체성을 적절하게 표현해냈기에, ‘준’과 세븐틴이라는 그룹의 이름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저팔계와 사오정을 도와주며, 성장하는 손오공처럼 그들의 만화가 끝날지언정 또 다른 모험이 펼쳐지기를. 우지와 범주, 캐럿에게 묻고싶다. 나에게 손오공은 역사책 너머 <서유기>속 원숭이가 아니라, 저팔계와 사오정을 도와주며 울고, 웃고 싸우는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이다. 여러분에게 손오공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