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시절 뭣 모르고 올린 이불킥 하게 만드는 글에게 작별인사를 고하자
지난 2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만 24세 이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위한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에서 만들어지고, 저장되고, 유통되는 개인의 사진이나 글에 대한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를 삭제, 수정, 파기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세계와 함께 자란다. 싸이월드에서 시작해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 카카오 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틱톡까지. 어렸을 때부터 온라인 상에 수많은 개인정보가 저장되고 유통되어 인터넷만 보아도 한 사람의 생애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초등학생 때 좋아했지만 이미 탈덕해버린 아이돌에게 쓴 편지부터 눈물 셀카, 감성 돋는 글귀, 친구들과의 철없는 대화, 전애인에 대한 흔적 등 누가 볼까 아찔한 게시물이 수북히 쌓여 있다. 성인이 된 후에 어쩌다가 과거의 흔적을 마주하고 깜짝 놀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 시범사업은 이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이다. 물론 스스로 게시물을 찾아 하나하나 지울 수도 있지만, 사이트를 탈퇴했거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면 삭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 ‘잊힐권리 시범사업’을 통해 흑역사를 깨끗이 지울 수 있다. ‘개인정보 포털’ 내 ‘잊힐 권리 신청(지우개)’ 게시판에 신청 하면 된다. 미성년자 시기에 올렸으나 삭제하고 싶은 게시물 링크와 사유를 기입하고, 자신이 쓴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면 된다. 신분증이나 타 사이트에서 사용한 동일한 ID 혹은 닉네임 등이 자료가 될 수 있다. 담당자에게 자기 게시물 입증을 위한 1:1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애석하게도 만 24세 이하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지만, 잊힐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반면, 범죄나 학교폭력 영상을 삭제해주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시범사업은 자신이 올린 자신의 게시물만 지워준다. 따라서 가해자가 직접 자신이 등장하는 영상을 게시한 것이 아니라면, 이 서비스를 통해 범죄의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영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후에 시범사업 대상이 타인이 올린 게시글까지 확대될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개인정보위원회에서는 제 3자의 게시물 삭제의 경우 개인의 이익이 극단적으로 침해되거나 명확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의 범위가 확장된다면 현재까지도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는 불법 촬영물이나 타인이 허락 없이 올린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