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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꼽은 죽기전에 가봐야 할 숙소 2

2023.06.19김은희

발리에 펼쳐진 일본의 풍경을 놓칠쏘냐.

호시노야 발리ㅣhoshinoya at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지에서 묵은 최고의 숙소를 꼽으라는 질문에는 듣자마자 떠오르는 답이 최선일 것이다. 가장 선명한 순간이니까. 나의 즉답은 호시노야 발리다. 일본의 호시노 리조트가 내세우는 휴식의 지향점은 ‘압도적인 비일상’이다. 2017년 발리 우붓 자연 속에 피어난 호시노야 발리는 물을 통해 시간의 역설을 구현한다. 오래도록 논농사를 지어온 발리에서 물은 사회화와 정화 의식을 위한 요소였다. 호시노야 발리 내 모든 건축물은 물과 깍지를 끼듯 맞물려 있는데, 물이라는 물성이 품은 안정과 찰나라는 감각이 느리고 빠르고 느리게 흐른다.

라 투레트ㅣlatourette at 프랑스 리옹

죽기 전에 여행해보고 싶은 숙소가 있다. 프랑스 리옹 인근의 라 투레트 수도원이다. 근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 설계로 1960년에 완공된 수도원은 고전 건축을 바탕으로 모더니즘을 완성시킨 그의 대표작이다. 현재는 수사들이 쓰던 방 일부를 호텔로 운영 중이다. 사실 이곳은 제한적인 운영 시간 외에는 가격도 저렴하고 예약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죽기 전’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인 이유는, 현재 나의 상황이 이곳을 필요로 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금 내게는 주변의 번잡함을 단절한 깊은 침잠 혹은 한 가지에만 깊이 몰두하는 몰입이 필요하다.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아닌 무언가를 주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나는 기어이 라 투레트의 하루를 꿈꾼다. 당신이 이끌리는 그 어느 방은 어떤 모습인가. 왜 그 문을 열고 싶은가.

건축가 방승환
건축 리뷰 제공
Couvent De Latourete, Elie Vautey, 호시노 리조트